민주당은 당초 4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30~31일 의원 워크숍을 열 예정이었다. 4월 임시국회 최대 이슈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인 만큼 일자리 창출한 등 경제 관련 이슈에 대한 학습과 토론이 주된 일정이었다.
민주주의 흥망의 기로
그러나 민주당은 현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판단 하에 워크숍을 의원총회로 대체했다. 30일 오전 국회 예결산회의장에서 열린 의총에서 정세균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흥망의 기로에 서 있다"며 "이명박 정권이 87년 이전 시절과 다를 것 하나 없이 공안통치를 획책하며 모든 비판 세력을 탄압하는 데 힘을 다 쏟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 특위를 중심으로 활동할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 상황은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의원님들의 지혜를 모아 비상시국을 어떻게 해쳐나갈 것인가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의총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 구속, MBC <PD수첩> 이춘근 PD 체포, 최열 환경재단 대표 구속영장 재청구·재기각, 미네르바 구속, 포털 독립성 훼손, 인권위 축소 강행, 민주당 주요인사 수사·구속 등을 열거한 정 대표는 "언론, 시민사회, 네티즌, 야당할 것 없이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는 세력의 씨를 말리겠다는 것이 이 정권의 태도"라고 비난했다.
정 대표는 "독재정권이나 공안탄압은 반드시 패배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며 "민주주의는 잠시 멈출 수는 있지만 영원히 가둬둘 수는 없다. 확신을 갖고 신명을 바쳐 싸울 때"라고 강조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민주주의 수호 및 공안탄압저지대책위를 확대하기로 했다"며 "4월 국회에서는 공안탄압 저지, MB악법 저지, 서민을 위한 추경 편성을 위해 모든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민주주의 수호 및 공안탄압저지대책위 위원장은 박주선 최고위원이 맡게 됐고,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YTN과 MBC를 지지방문하고 청와대 항의방문을 진행한다.
민주당 '정동영 공천' 내홍에 발목
지도부의 발언에 이어 의원총회는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일부 의원들이 '공개 발언'을 신청하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며 분위기가 고조됐다. 특히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이석현 의원은 "용산참사에 대해 청와대가 강호순 홍보 지침을 내린 것처럼 박연차 리스트를 부각시키며 중계방송 하듯이 수사를 하고 있는데 강력히 비판해야 한다"면서 현 상황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더 절실하게 느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4~5월에 야당 정치인은 물론 언론인, 시민단체, 인터넷 논객들까지 다 잡아넣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6월에 미디어법들을 강행처리 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라며 "여당이 밀어붙이면 제2의 6월 항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강조하던 이 의원은 "야당과 시민사회가 더 긴밀히 연대해 싸워야 할 때"라며 "정동영 전 장관과 관련된 잡음을 보다 원만히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의원은 "당에 주류와 비주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 같은 중도적 입장도 있다"면서 "미안한 줄 알라. 당과 국민을 위해 왜 타협을 하지 못하느냐"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발언을 자청한 박지원 의원은 "공천 문제는 특정인의 명분이 아니라 국민의 명분을 위해 잘 처리해야 한다"며 "특정인의 명분을 위하면 우리 당이 이번 선거는 물론 10월 재보선, 내년 지자체 선거까지 패배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특히 "우리는 80호가 모여 사는 동네인데, 한 집에 불이 났다고 그 집에 불을 끄러 모두 달려가서는 안 된다"며 "전부 전주 보궐선거에 뛰어들지 말고 다양한 정책을 갖고 다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30일 오전 국회 예결위 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긴급의원총회에서 정동영 전의원측 최규식 의원(오른쪽)이 박지원, 최인기 의원과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규식 "정동영 공천 뜻 모은 의원 30명 이상"
당 지도부에 가장 강한 불만을 표시한 이는 정 전 장관의 측근인 최규식 의원이었다. 최 의원은 "기자를 25년 한 사람으로서 현재의 공안·사정정국이 정말 위기 상황임을 피부로 느낀다"며 "이를 때일 수록 당이 힘을 모으고 결집하는 덧셈의 정치를 해야지 뺄셈의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최 의원은 "혹려라도 국민들의 눈에 당 지도부가 이명박 정권이 아니라 특정인과 싸운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며 정 정 장관에 대한 공천을 거듭 촉구했다.
최 의원은 특히 "어제 저녁모임을 통해 의원들 14명이 이 어려울 때 정 전 장관에게 공천을 주고, 정 전 장관은 매끄럽지 못하고 당에 부담을 준 것에 대해 유감표명을 해야 한다는 뜻을 모았다"면서 "이름을 걸지는 못했지만 뜻을 같이한 분이 이밖에 30명은 된다"며 당 지도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종걸 의원은 "현재 당 안에 의미 없이 쳐진 전선의 내홍 때문에 언론의 관삼은 거기 다 가 있다"면서 "옥석을 가려 당력을 집중해야 할 곳에 집중해야 한다"고 공천 논란 조기 매듭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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