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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탈출하는 멋진 해법…'보호자 없는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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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탈출하는 멋진 해법…'보호자 없는 병원'!"

보건의료노조 "병원 인력 늘려 의료서비스 높이고 일자리도 만들자"

직장인 김지훈 씨(가명·34). 그는 곧 2개월 동안 휴직한다. 태어난 지 채 6개월도 되지 않은 아이가 아프기 때문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병원을 자주 드나들던 아이가 끝내 수술 날을 잡았다. 아이의 병간호를 위해 그는 회사를 쉬기로 했다.

만일 병원에서 환자의 간병까지 보장해준다면, 김 씨는 휴직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외국도 우리나라처럼 환자의 간병을 가족이나 사설 간병인 고용을 통해 해야 할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나순자 위원장은 25일 이 같은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이날 올해의 핵심 사업 계획으로 '보호자 없는 병원'을 들고 나온 이유다. 이미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7년 4개 병원에서 시범 사업까지 벌인 것을 제도화하자는 주장이다.

나순자 위원장은 "특히 이 계획은 최근 경제 위기 극복의 대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대한 논의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산업이야 말로 일자리 창출의 최적지"라고 나 위원장은 강조했다.

고용을 늘려 실업대란을 극복하고, 환자는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극심한 노동 강도에 시달리는 병원 노동자의 무거운 짐도 덜어줄 수 있으니 '1석 3조'다.

"100병상당 간호사수 미국은 136.7명, 우리는 고작 27.9명"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발표한 2009년 요구안의 핵심은 병원에서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다. 특히 일자리 창출은 인력 충원을 통한 노동 강도 저하와 연관된 보건의료노조의 오래된 고민이다.

나순자 위원장은 "총 고용 인구 중 보건의료산업 종사자 비율은 OECD 평균 6.12%인데 우리는 3%에 불과하다"며 인력 충원 필요성을 주장했다. 100병상당 의사 수는 미국이 22.9, 한국이 13.9로 '그나마' 절반 수준이지만, 간호사수는 136.7 대 27.9로 겨우 5분의 1에 불과하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은 "최근 '일자리 나누기'가 화두라지만, 보건의료산업은 나눌 일자리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인력 확충 필요성은 병원 사용자마저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워낙 부족하니 당연히 일자리를 늘릴 가능성도 높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2008년 '300만 일자리 창출 위한 고용전략'과 관련한 보고서에서 "보건의료산업에서 고용 창출 정책을 추진할 경우 2012년까지 최대 132만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보호자 없는 병원' 보건복지부도 전면 확대 필요성 인정"

특히 보건의료노조는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이야말로 보건의료산업의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가장 빛을 발할 기회라고 보고 있다. '보호자 없는 병원' 계획은 정부가 내놓은 '청년 인턴'처럼 단기적인 미봉책도 아니며 환자들도 만족시킬 수 있다. "어느 영역보다 투자 대비 효과가 높아 윈윈이 가능한 곳"이라는 주장은 그래서다.

지난 2007년 보건복지부가 단국대병원, 한양대병원 등 4개 병원에서 1년간 실시한 시범사업 결과도 긍정적이다. 이와 관련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보호자 없는 병실을 이용한 환자가 일반 병실 환자보다 하루에 56분의 의료 서비스를 더 제공받았으며, 환자 보호자의 만족도도 90%를 상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 등 의료진도 긍정적이었다. 당연히 보고서의 결론은 "필요성이 확인됐으니 확대·전면 실시가 필요하다"였다.

보건의료노조의 주장대로 OECD 평균 수준의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56만 명의 충원이 필요하다. 노조는 우선 2012년까지 총 3857억 원을 들여 4만 명을 고용하는 1단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2단계로 2013년부터는 전면 시행한다는 로드맵을 내놓았다. 2단계에서는 6조575억 원을 투자해 31만 명을 고용한다는 계획이다. 2단계 완료 후 25만 명의 추가 고용은 중장기 과제로 남겨뒀다.

▲ 보건의료노조가 이날 올해 산별 교섭의 핵심 요구안으로 '보호자 없는 병원'을 들고 나왔다. 이미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7년 4개 병원에서 시범 사업까지 벌인 바 있는 '보호자 없는 병원'을 제도화하자는 주장이다. ⓒ프레시안

"올해 추경예산에 4000억 들여 4만 일자리 창출 가능"

당연히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나 위원장은 "장기적으로는 간병인 수가 도입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비용을 충당하도록 해야겠지만, 당장은 정부의 긴급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를 위해 노조는 지난 3월 중순부터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추경예산에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주호 단장은 "민노당은 100% 수용, 민주당은 공공병원만 686억 원을 반영하겠다고 전해 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만 여전히 검토 중이다.

추경예산에 반영되지 못한다면, 2010년 예산에 반영되게 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및 노동부 등 정부 부처를 비롯해 각 정당과도 지속적 협의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영리병원 허용 등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현 정부의 기본 기조와 정반대라 접점을 찾기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 이주호 단장은 "4년 내내 막는 싸움만 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국민에게 대안을 보여주고 여론으로 밀고 가겠다"고 했다.

분위기 조성을 목표로 보건의료노조는 지하철 내 벽면 광고, 교통방송 라디오 시보광고 등 적극적 홍보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 90%로 올리자"

▲보건의료노조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현재 60% 수준에서 90%로 끌어 올리는 건강보험의 구조개편도 요구했다. 기획재정부가 다시 밀어붙이고 있는 영리병원 허용을 막는 것도 최대 쟁점이다. ⓒ뉴시스
그 외에도 보건의료노조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현재 60% 수준에서 90%로 끌어 올리는 건강보험의 구조 개편도 요구했다. 보장성을 높이려면 보험료의 인상이 불가피하다. 노조는 정부, 병원, 국민 부담 비율에 대해 관련 단체와 보건복지부, 정당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보자고 제안했다.

나 위원장은 "보험료만 올리는 게 아니라 실제 진료비가 싸진다면 국민들도 동의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획재정부가 다시 밀어붙이고 있는 영리병원 허용을 막는 것도 최대 쟁점이다. 나 위원장은 "병원이 돈을 버는 길은 인건비를 줄이거나 진료비를 높이는 2가지 뿐"이라며 "끝내 정부가 영리병원을 허용해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려 한다면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으로 막겠다"고 공언했다.

"임금 반납? 6.8% 올려 사용자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게 직접 내놓겠다"

노조는 올해 6.8%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또 다른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4.9%를 요구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특히나 최근 정부 주도 하에 공기업에서부터 임금 동결도 모자라 삭감 바람이 불고 있다. 입사하지도 않은 신입사원의 초임도 깎겠다는 판이다.

하지만 나순자 위원장은 "병원은 상대적으로 경제 위기의 영향을 크게 타지 않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의 사정을 고려해도 충분히 인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더욱이 보건의료노조는 금속노조와 달리 인상액의 일정 비율을 △사회적 일자리 창출 비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실업자, 빈곤층 등을 위한 진료비 지원 비용으로 쓰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위기를 틈탄 정부와 사용자의 임금 압박에 대해 "병원 사용자에게가 아니라 우리 사회 약자에게 임금을 직접 내놓겠다"고 맞받아 친 셈이다.

구체적인 비율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07년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인상분의 3분의 1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위해 내놓았던 것을 감안하면, 비슷한 수준의 '반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름다운 합의'를 다시 끌어내겠다는 계획도, 간병인 없는 병원을 만들어 경제 위기도 극복하고 의료서비스의 질도 높여보자는 발상의 전환도, 상대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미 공공병원에도 10% 인력감축 및 청년인턴 채용이라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내려온 상황에서 올해 산별교섭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데다, 정부는 여전히 대운하와 임시직인 인턴 확대가 일자리 창출의 최선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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