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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김광수연구소 '외환보유고 논쟁'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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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부-김광수연구소 '외환보유고 논쟁' 확산

김광수연구소 "외환보유고 충분하면 왜 환율폭등 방치하냐"

정부와 민간연구소 간에 외환보유고를 둘러싼 공방이 오가고 있다. 핵심은 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주장처럼 과연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냐"는 것이다.

이런 공방의 발단은 "원화는 왜 현 세계경제위기에서 가장 취약한 통화가 됐냐"는 점이다. 2008년 9월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이후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선을 2번이나 넘었다가 2008년 연말 1300원 대로 다소 떨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외환위기는 끝났다"며 환율이 곧 안정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2009년 들어 환율이 다시 급등해 3월초 1600원선 턱밑까지 치솟았다가 23일 현재 1300원 대로 떨어졌다.

김광수 소장 "국내 외환 수급 무너져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은 23일 <한겨레>에 기고한 "불안한 환율 방어할 외환보유고 '빨간 불'" 기사에서 정부의 주장과 달리 외환보유고에 '비상등'이 커졌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소장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5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한국투자공사(KIC)의 투자손실. 그는 "한은의 외환보유고 200억 달러를 위탁받아 2006년 출범한 KIC가 상당한 투자손실을 냈다"며 외환보유액을 환금하는 데 따르는 손실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둘째, 정부가 국내 은행들에게 스스로 외화를 조달하라고 촉구한 사실. 그는 "이는 국내 은행들의 막대한 단기외채를 자력으로 상환하지 못하고 있으며 한은의 외화 공급에 의존해왔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환실한 증거"라면서 "제로금리 상황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달러차입 금리는 8-10%에 이르고 있다. 이는 한국 금융기관들의 달러차입이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국내 외환수급도 무너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셋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 미 정부보증채 가격 안정의 문제. 그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이 발행한 주택모기지담보부채권(MBS) 등을 기존의 5000억 달러에 더해 7500억 달러 어치를 추가로 매입하기로 했다. 작년 5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사태를 계기로 이들 정부보증 채권들마저 가격이 폭락하고 거래가 끊겨 버렸다. 거래가 끊겨 유동화가 안 되자 미국 정부와 연준이 급거 매입에 나서 가격을 떠받쳐 준 것"이라고 말했다.

넷째, 한미, 한일, 한중 통화스왑 자금 문제. 김 소장은 "통화스왑 자금은 한국 정부가 갚아야할 사실상의 빚"이라면서 "통화스왑 자금에 의한 시장개입분을 차감하면 한은의 외환보유액은 사실상 2000억 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김 소장은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그는 "만일 재정부와 한은이 주장하는 대로 2000억 달러 이상의 충분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면 적극 환율안정에 나서는 것이 정책당국의 당연한 책무이자 역할"이라면서 "자국의 화폐가치를 방어하고 환율을 안정시킬 책무가 있는 정책당국이 충분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원-달러 환율 폭등을 방치하여 경제를 무너뜨리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재정부 "통화스왑 상환 의무는 시중은행에 있다"

이같은 의혹 제기에 재정부는 23일 해명 보도자료를 냈다. 첫째, KIC 투자손실 문제에 대해 재정부는 "KIC 위탁자산 중 메릴린치 투자(20억불) 금액은 외환보유액에 편입되어 있지 않으므로 외환보유액의 유동성 저하 및 손실 여부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메릴린치 투자분을 제외한 KIC 위탁자산 일부는 외환보유액에 포함이 되어 있고, 투자자산의 성격상 일부 손실이 발생했지만 최근 국제금리의 하락으로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부채, 정부기관채, 자산유동화증권 등에서 오히려 가치 상승이 이루어져 KIC의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둘째, 재정부는 "은행의 자체적 외화조달 여건은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화조달이 가능해진 이상 정부와 중앙은행의 최종 대부자(lender of the last resort)로서의 역할은 가급적 줄이고 시중 은행들의 자체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셋째, 미 정부 보증채권 가격 안정 문제에 대해 정부는 "현재도 미국 정부채, 정부기관채, 자산유동화채(MBS 등) 등은 국제금융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며 "美 연준이 美 정부 보증채권을 매입하는 것은 美 경제회복 위한 양적완화 통화정책을 추진하면서 모기지 대출과 주택시장에 더 많은 자원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들은 "미 정부 보증채권은 미 국채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 중 하나"라고 밝혔다.

재정부는 또 "한·중·일 등과의 통화스왑자금은 외환보유액 집계에 포함되지도 않는다"며 "2월말 현재 실제로 사용한 것은 미국과의 통화스왑자금 164억 달러인데, 이는 한국은행에서 경쟁입찰을 통해 은행들에게 외화자금공급 목적으로 대출해 주고 있어 나중에 은행이 상환하는 경우 바로 미국 측에 상환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책임 문제에 대해 재정부는 "자유변동환율제도의 특성상 환율이 가급적 시장에서 결정된다는 원칙을 존중하되, 지나친 쏠림으로 환율이 급변동하는 경우에는 이를 완화하기 위한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외환보유액의 가치나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도 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것이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김광수연구소 재반박 "정부, 정책 실패를 인정해라"

재정부 주장에 김광수경제연구소도 보도자료를 내고 재반박에 나섰다. 우선 연구소는 KIC 관련 해명에 대해 메릴린치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 내역 및 실적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영향이 미미하다는 입장만 밝힌 것에 대해 문제 삼았다.

둘째, 은행들의 외화 조달 문제에 대해 "국제금융시장의 단기 및 장기 달러금리가 2-3%대인데 반해 국내 은행들의 외채발행 금리는 위험프리미엄으로 인해 8%를 넘고 있다"며 "사실상 외채를 발행하면 할수록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연구소는 "작금의 국내은행들의 외화자금 조달이 막힌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도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국내은행들이 부동산담보대출 확대를 위해 2006년부터 단기외화차입을 급격히 늘린 것을 방치한 데 기인하고 있다"며 "이는 재정부 정책실패의 확실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셋째, 연구소는 미 정부보증채 가격안정 문제에 대해 "해외 각국의 중앙은행 및 기관투자자들이 이들 채권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어 이들이 투매에 나설 경우 국제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하기 때문에 미국 재무성과 FRB는 FRB가 이들 채권을 대량 매입하는 형태로 시장을 떠받쳐주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비단 MBS와 같은 미정부 보증채뿐만 아니라 미국채 역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든 한국이든 일본이든 만일 보유한 미국채나 MBS의 대량 매각에 나선다면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면서 "이런 점에서도 각국간 국제공조를 강조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넷째, 통화스왑 자금 문제에 대해 "통화스왑은 중앙은행간에 체결된 것이므로 일단 상환의무는 정부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며 "통화스왑자금 상환의무는 형식적으로는 민간은행이 한국은행에 있다고 하더라도 FRB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는 한국은행에 상환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정부 책임 문제에 대해 이들은 "정부는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면 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있으며 왜 환율 폭등을 방치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자신들의 정책적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문제점과 정책실패를 지적한 민간 연구소를 비난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책 당국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중국ㆍ일본이 미국 국채 파는 일은 없겠지만…

김광수경제연구소와 재정부의 논란의 핵심은 양쪽의 주장 중 어느 쪽이 '현실화'되느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정부의 환율정책이 적절하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상반기까지 환율불안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환보유고는 충분하다"는 정부의 주장을 믿을 수 있냐는 문제제기인 셈이다. 그동안 정부의 불투명성과 신뢰 부족, 근거 없는 낙관론은 환투기 세력에서 원화를 좋은 공격 대상으로 여겨지게 만들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 문제 삼고 있는 일부분인 미 정부보증채나 국채의 가격 급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중국, 일본 등 미 국채나 정부보증채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이 이를 대량 매각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이 미 국채를 투매하면 가격하락으로 자신도 손해를 보게 된다.

상당 기간 통화 헤게모니를 둘러싼 미국의 힘이 강력하게 남아있는 한 미 국채나 정부보증채의 가격 폭락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태 <시사인> 기자는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주장에 대해 "현실이 아닌 예언"이라고 주장하면서 "정부보증 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채권이 쓰레기가 된다는 것은 미국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한다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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