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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성영화제, 첨예한 여성 정치성 전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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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성영화제, 첨예한 여성 정치성 전면에

[Film Festival] 빈곤과 노령화, 성정치 등 첨예한 이슈 다룬 영화들 한자리에

11회를 맞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하 '여성영화제')가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영화제의 개요를 발표했다.

올해 여성영화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슬로건이다. 작년 10주년을 지낸 여성영화제는 올해 11회에 대해 '새로운 시작'을 약속하면서 이혜경 집행위원장은 인사말에서 "11회 여성영화제를 전지구적인 경제위기로 어려운 때에 치르게 됐다. 여성영화제를 처음 시작할 때에도 IMF 직후로 매우 어려운 때였다. 이런 때일수록 축제는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영화제 규모를 줄이는 대신 내실을 다진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여성영화제는 작년 140여 편을 상영한 데에서 30여 편 이상이 줄어든 105편을 상영하며, 예산도 3억 가량 줄었다.

▲ 11회를 맞는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여성노동 및 빈곤과 고령화를 주제로 한 특별전을 개최한다.ⓒ프레시안

여성영화제가 의욕적인 '재시작'을 천명한 만큼, 프로그램과 주제에 있어서도 예년과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여성영화 특유의 첨예한 정치성을 전면에 내세운 특별전이 그것이다. 먼저 '여성노동과 가난' 섹션은 신자유주의의 가속화와 지구화라는 맥락에서 여성 노동, 특히 비정규직 여성 노동이 가장 먼저 불안정성으로 내몰리기 마련인 만큼, '빈곤의 여성화'를 다루는 영화 5편을 모아 상영한다. 이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외박>과 <사당동 더하기 22>. <외박>은 홈에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노동자가 아니다>, <노가다> 등을 만들었던 김미례 감독이 만든 영화다. <사당동 더하기 22>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사당동 달동네에서 철거당한 뒤 상계동 임대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 가족의 삼 대를 22년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불과 한 달여 전 용산 참사가 일어났던 만큼, 지금도 계속되는 재개발과 철거에서 소외당한 채 빈곤이 대물림되는 과정을 추적하는 작품으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구화시대 빈곤과 여성노동'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도 마련돼 있다.

'천 개의 나이듦'은 실버산업의 이면이 실은 고령화에 대한 공포라는 것을 전제하고, '나이듦'에 대한 다른 대안과 관점을 제시해줄 수 있는 영화들을 상영한다. 80세의 나이에 첫 영화를 만든 조경자 감독의 영화 <꼬마사장님과 키다리조수>를 비롯해, '가임기'를 화두로 삼는 <나는 엄마계의 이단아>, 중장년 여성들의 사랑과 성을 다루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와 <열정>을 비롯해 13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아직도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고령 여성 장애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바디 앤 소울>은 10년째 서로의 몸과 영혼이 되어 연대하고 함께 하는 두 명의 고령 여성 장애인의 이야기를 다루며, <황무지의 추수기>는 96세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70대의 며느리가 '독립'을 요구하며 벌어지는 릭켄 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한편 올해 여성영화제의 개막작은 아시아계 미국 감독인 제니퍼 팡의 <반쪽의 삶>이 선정됐다. 제니퍼 팡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작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다. 19살 소녀 팸을 중심으로 파편화된 가족과 친구 등 그녀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상실감과 불안을 그려낸 작품. 여성감독의 다큐멘터리를 지원하는 '다큐멘터리 옥랑상' 수상작의 상영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년 7기 수상작으로 올해 여성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레즈비언 정치도전기>는 지난 대선 당시 종로구에서 레즈비언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며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했던 최현숙 씨의 선거 과정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한편 8기 수상작으로는 경순 감독의 <레드 마리아>가 선정되어 폐막식에서 시상이 있을 예정이다.

▲ 반쪽의 삶

최근 1, 2년 이내에 제작된 여성영화들을 모은 '새로운 물결' 섹션에서는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신작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 올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작인 <에브리원 엘스>, 이경미 감독의 화제작 <미쓰 홍당무> 등 22편이 상영된다. 작년 칸영화제, 토론토영화제 초청작이었던 켈리 리차드 감독의 <웬디와 루시>,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에큐메니컬상을 수상하고 다양한 영화제들에서 초청을 받고 있는 김소영 감독의 <나무없는 산>, 9.11 이후 무려 8년간 안티-부시 퍼포먼스를 했던 예술가그룹의 활동을 기록한 <깃털의 여행 - 부시에 한 방 먹이기>, 공효진과 신민아가 주연을 맡은 부지영 감독의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영화 <보랏>이 촬영됐던 루마니아의 집시마을 소녀가 <보랏>의 관계자들을 만난다는 설정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카르멘, 보랏을 만나다>, '줌마넷' 대표로 활동하다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이숙경의 감독의 데뷔작으로 올해 베를린영화제 넷팩상 수상작인 <어떤 개인 날> 등도 상영된다.

10대 여성에 관한 영화들을 모은 '걸즈 온 필름'의 상영작들 역시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특히 10대 여성들이 직접 만든 영화들을 모은 '소녀들의 크레이지 카메라' 중 스스로를 '비디오 액티비스트'라 칭하는 영상고등학교 재학생인 이다솜 감독이 장애인 야학인 노들야학을 따라가는 <노들의 봄>, 스스로 학교를 나온 뒤 스스로를 '로드스쿨러'라 칭하는 이보라 감독이 만든 <로드스쿨러>와 같은 영화들도 주목할 만한 상영작이다.

올해 여성영화제는 4월 9일 개막해 16일까지 8일간 신촌 아트레온 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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