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난해 8월 정부는 인천공항공사의 지분 49%를 전문 공항운영기업이나 국내외 항공사 등 민간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직접적으로 298개 공기업 반수 이상을 사기업화한다는 계획을 제시했고 아직까지 철회하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MB식 민영화는 실패한 아르헨티나의 과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수돌 고려대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사회공공연구소는 지난 9일 연구보고서를 내고 "이명박 정권이 1년 동안 진행한 민영화는 20년 전 아르헨티나가 추진하던 초고속 민영화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 2008년에 열린 공공기관 민영화를 반대하는 민주노총 결의대회 ⓒ프레시안 |
공기업 민영화 외친 아르헨티나, 결국 디폴트 선언
연구소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의 주창하는 '비상경제, 잃어버린 10년' 등 선전문구의 유사성을 비롯해, '신이 내린 직장' 등 공기업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이용하는 방법도 20년 전 아르헨티나 정부와 비슷하다.
사회공공성연구소는 "이명박 정부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신자유주의 도입 국가들이 20년 전 추진한 정책과 하등 다를 바 없다"며 그 이유로 "무엇보다도 시장이 만사를 해결할 것이라는 시장만능주의의 맹목적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년 전 아르헨티나도 시장만능주의를 외쳤다. 1989년 아르헨티나 카를로스 사울 메넘 정부는 집권 한 달 만에 '경제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잃어버린 10년'을 회복하자며 공기업 구조 개혁을 추진했다. 카를로스 정부는 70년간 국가경제를 지탱해온 공기업 체제를 '속도전'으로 4년 만에 해체했고 필수서비스기업, 사회간접자본과 국가전략사업인 석유산업과 국방산업을 민영화 했다. 물론 언론과 의료도 포함됐다.
이들은 특히 전기, 가스, 물 등 필수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팽배한 점을 이용해 이들 공기업의 민영화를 먼저 추진했다. 하지만 이러한 민영화 '폭풍'의 결과는 사회양극화를 부추겼다.
10년간의 민영화 추진으로 아르헨티나의 공공서비스 요금이 인상된 것은 물론이고 요금 체계가 저소득층에게 불리하게 개편됐다. 공기업들은 소수의 국내 재벌과 손잡은 초국적 기업의 소유가 되었다. 이로 인해 국가경제에 대한 해외자본 지배력이 급격히 증가해 해외 경제 위기 때마다 나라가 휘청거렸다. 2002년 채무 불이행 선언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민영화 된 기업을 다시 공기업으로
연구소는 "당시 민영화로 인해 대부분 노동자들이 실업자로 전락했고 사회양극화가 극심해졌다"며 한국도 이와 비슷한 상황으로 갈 수 있음을 암시했다. 하지만 두 가지 점에서 아르헨티나는 한국의 상황과 달랐다.
사회공공연구소는 "20년 전 아르헨티나 민영화의 이론적 바탕이었던 '시장 만능주의'는 당시엔 막 탄생한 '신흥종교'였지만 지금은 그 '종교의 본산' 미국에서 시장에 대한 환상이 붕괴되고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고 첫 번째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이어 두 번째로 한국 국민들의 '의식화'를 꼽았다. 연구소는 "2008년 촛불 시위를 통해 한국 국민들은 전기, 가스, 물 등을 민영화하려던 이명박 정부의 계획을 철회시켰다"며 "한국 국민들은 더 이상 민영화 정책이 공기업 개혁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공기업 개혁 대안을 촉구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2002년 국가부도 사태 이후 재국유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방식은 △민영화 기업의 공기업화 △기존 민영화 계약 취소 △새로운 공기업 창설 등이다.
공공연구소는 재국유화가 이뤄진 배경과 관련해 "2001년 국가부도사태 이후 민영화 정책을 포함한 신자유주의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민영화 여론이 악화됐으며,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는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신자유주의 도입 국가들의 민영화 정책과 동일한 '시장(민영화) 만능주의'의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에 대표적인 민영화 국가인 아르헨티나의 경험은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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