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 외화자금시장 심리 개선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앞으로 예상 외로 부작용이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미리 대응방안을 세심히 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26일 정부 과천청사 브리핑룸에서 허경욱 제1차관이 외화자금시장 안정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 : 기획재정부). ⓒ프레시안 |
민·관 달러 유입책 마련…시장심리 안정에는 도움
기획재정부(허경욱 제1차관)·한국은행(이승일 부총재)·금융위원회(권혁세 사무처장)는 26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외화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책을 발표했다. 외화유동성 확충 방안은 정부와 민간부문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정부는 밝혔다.
먼저 정부는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1회 이상씩 달러화 외평채 발행에 나서기로 했다. 연간 규모로는 최대 60억 달러를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평채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쓸 자금 조달을 위해 해외에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정부는 또 외국인의 국내 채권시장 투자 혜택을 주기 위해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하기로 했다. 그 동안 내국인 역차별 조항으로 꼽혔던 규제를 풀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씨티그룹이 운용하는 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 주요 23개국 정부채로 구성된 투자 지표)에 우리 국채가 편입되지 않는 이유는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한 과세시스템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다르기 때문"이라며 "오는 4월 국회에 소득세·법인세법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논리로 정부는 재외동포의 국내투자분에 대해서도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외환거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재외동포 전용펀드' 제도를 신설해 일정요건을 갖출 경우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과세 세율을 종전 20%에서 5%로 대폭 인하하기로 했다.
근본적으로 정부 대응 방침은 외화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달러 유인에 방점이 찍혀 있다. 1만 달러를 초과하는 외화정기예금의 국내 송금시 국세청 통보제도를 면제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 나온 방안이다.
단기적으로 시장심리 안정에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외평채 발행이 성공할 경우 정부가 여전히 해외에서 달러를 조달해올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를 시장에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이번 대책으로 대규모의 새 달러 유입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정부가 '필요할 경우 언제든 달러화를 조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장에 알린다는 것만으로도 단기적 심리개선 효과는 있을 것이다. 예전 외환위기 당시도 외평채 발행이 환율 안정의 계기가 된 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박태근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이 주로 장기채보다 단기채 매입을 선호하기 때문에 비과세 혜택과 매력적인 프리미엄은 유인책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이 가장 불안해하는 요인인 고환율과 수급부담에는 일단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조달비용 증가·시장 변동성 커질 수 있어
하지만 정부 정책이 가지는 위험요인도 높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자칫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부작용만 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당장 외평채 발행의 경우 지난해에도 정부가 나섰지만 해외 투자자들이 워낙 높은 프리미엄(수익률)을 요구해 실패한 선례가 있다. 당시 해외 투자자들은 외평채 한국물에 대해 리보금리에 230bp(2.3%포인트)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 대외요인을 감안할 경우, 적어도 CDS프리미엄 수준인 400bp 이상을 가산해야만 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달러 고갈이 세계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행한 채권금리가 올라갈 경우 민간은 더 큰 부담을 져야만 채권 발행이 가능해진다. 전반적으로 국내 채권 발행 부담이 외평채 프리미엄을 기준으로 더 높아질 수 있다.
최 파트장은 "현재 글로벌 자금시장 여건이 워낙 좋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다. 앞으로도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진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정부가 '당장 비용이 높아지더라도 심리 안정을 위한 이벤트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데 시장의 우려와 기대는 반반 수준"이라고 했다.
박 연구위원도 "해외에서 찍는 한국물 공급이 워낙 많아졌다. 최소 프리미엄 430~450bp 수준은 부담해야 할 것"이라며 "어찌 보면 궁여지책이라는 인상을 시장에 심어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달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발행분 매입에 국내기관이 대거 나서 실질 달러 조달 효과가 전혀 없었던 부작용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 높은 금리에 매력을 느낀 국내 기관이 이번 외평채 발행에도 뛰어든다면 한국은행이 기관에 꿔준 달러화가 다시 정부로 되돌아오는 것에 불과해 실물경제로의 달러화 유입은 요원해진다.
외국인 비과세 대책의 경우 상황에 따라서는 정부 기대 이상의 달러 유입을 이끌 수도 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 파트장은 "지난 정부가 원화강세를 막기 위해 해외펀드 세제혜택을 주자 예상보다 훨씬 많은 돈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변동성이 예상 이상으로 커지는 것은 시장안정에 역효과를 낸다"며 "지금도 비슷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데 상황이 개선된 후 갑자기 정책을 바꾼다면 정부 신용도에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