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는 고려대에 쏟아진 세 가지 의혹, 즉 특목고생 대거 합격, 당락 뒤바뀜, 교과-비교과 실질반영률 모두에 대해 대교협이 "큰 문제없음"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일보'는 "고교등급제 적용 부분은 무죄, 입학요강 실제 적용 여부는 일부 유죄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어느 신문의 보도가 더 정확한지를 재는 건 무의미하다. 어차피 하룻밤만 지새면 알게 된다. 대교협이 내일 이사회를 열어 윤리위의 고려대 조사결과를 확정해 발표한다.
잴 건 따로 있다. 보도의 정확성이 아니라 조사결과의 정합성이다.
▲ 대교협 손병두 회장 ⓒ뉴시스 |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일보'의 보도내용을 사실로 전제해 놓으면 뇌가 헝클어진다. 입학요강을 그대로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고교등급제를 시행한 건 아니라는 조사결과가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할 정도다.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했다면 모른다. 교과 성적 따지지 않고 학생의 잠재력을 우선 평가해 선발했다면 이해할 수 있다. 도무지 '법칙'을 찾을 수 없는 고려대의 수시전형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고려대는 분명히 밝혔다. 교과 성적 90%, 비교과 성적 10%를 반영한다고 했다. 그랬는데 외국어고의 내신 5-6등급은 합격하고 일반고의 내신 1-2등급은 떨어졌다.
이 기이한 현상과 '한국일보'가 전한 조사결과를 조합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입학요강을 '일부' 어긴 게 아니라 '왕창' 어긴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교과 90%-비교과 10%의 반영비율을 교과 10%-비교과 90% 식으로 '왕창' 뒤집었다고 바라보는 것이다. 수상 실적이나 봉사활동 시간 등의 요소로 구성되는 비교과 성적에서 어떻게 '대역전의 기적'이 연출될 수 있느냐는 항변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애초 발표한 입학요강과는 달리 비교과 성적을 교과 성적보다 몇 배 더 높게 반영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면 설명할 수 있다. 외국어고와 일반고의 당락 뒤바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교과 성적의 열세를 비교과 영역에서 역전시켰다고 우길 수 있다. 이러면 면한다. 공식 발표한 입학요강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기만행각에 대한 책임은 면하기 어렵지만 고교등급제 시행 의혹만은 벗을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고교등급제 의혹은 벗을지 몰라도 다른 의혹마저 벗는 건 아니다. 이미 나타난 또 다른 기현상, 즉 같은 일반고 학생 4명이 같은 학과에 지원했는데 유독 교과-비교과 성적 모두 가장 좋았던 학생만 떨어진 기현상을 해명하지 못한다. 입학요강과는 다르게 교과 성적보다 비교과 성적을 더 많이 반영했다고 우긴다고 해서 이것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차라리 '한겨레'가 전한 조사결과가 속 편한 건지 모른다. 구성의 모순을 피하는 조사결과인지 모른다. 지금까지 고려대 수시전형에 대해 쏟아진 갖가지 의혹은 날조된 사실이고 시커먼 음해라는 전제를 앞세워야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논란이 가지 치는 걸 막는 일도필살의 우격다짐으로는 손색이 없다.
지켜볼 일이다. 대교협이 조사결과에 어떤 근거를 갖다 붙이는지 세심히 살필 일이다. 범인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고난도의 논리가 숨어있는 것인지 두 귀 활짝 열고 들어볼 일이다.
그게 아니라면 '집단 지성' 대교협은 '기만 집단'이란 질타에 시달려야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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