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과 진보 진영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민주당 등 야당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토론회 주제는 '민주주의'였다.
▲ ⓒ프레시안 |
"다시 피를 먹게 된 민주주의라는 나무"
발제를 맡은 민변 장유식 변호사는 "경제살리기라는 미명하에 법과 질서를 앞세우는 기득권의 횡포와 억지는 날로 극심해지고 오랫동안 쟁취하고 지켜왔던 민주주의는 하릴없이 위협받고 있다"며 "공안정치, 정보공작정치의 부활"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장 변호사는 휴대전화 감청을 허용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정치정보 수집 활동을 가능케 하는 국정원법 개정, '제2의 국가보안법'이라 불리는 테러방지법 제정, '마스크 처벌법', '시위 집단소송법' 등에 대해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까지 4대 권력기관을 정권의 충실한 대변인이 돼 주권재민은 무시되고 국민은 통치의 대상으로 전락한다"고 경고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손혁재 교수(경기대)는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는데, 10년 전 '민주주의는 선거를 먹고 자란다'라고 학생들에게 다시 가르쳤으나 이제 다시 '피를 먹고 자란다'는 얘기를 하게 됐다"고 푸념했다.
손 교수는 "2007년 대선에서는 '민주주의가 밥을 먹여주냐'는 담론이 형성됐고 결국 '욕망의 정치'를 선택하게 됐다"며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국가 폭력이 완벽하게 부활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통해 국회 폭력 사태에 대해 "어떻게 이룬 민주주의인데 국제적인 경멸의 대상이 되다니 대통령으로서 정말 부끄러웠다"고 한 말을 두고 손 교수는 "이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이루는데 한 일이 뭐 있다고 이런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개탄했다.
"약육강식에 길들여진 MB에게 민주주의란"
이어진 토론에서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MB는 철저하게 영리추구를 하는 사기업체 출신으로 약육강식에 길들여져 있다"며 "강자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이 대통령은 열등함의 표출을 강압과 탄압, 협박을 통한 유무형의 폭력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창조한국당 선경식 최고위원은 '특정집회 방해 목적 장소 선점 금지' 조항과 같이 "소극적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독소조항에 대응하는 해독조항 또는 '봄바람 조항'을 신설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진보신당 심상정 공동대표는 "비판과 반대만으로는 이명박 정권을 넘어설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며 "대안을 제시해 국민들에게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 혐오' 늘어날 수록 보수 기득권에게 유리"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은 '정치 혐오'가 결국 소수 특권 엘리트 보수 정치인에게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제2의 정치개혁 운동"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김 사무처장은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이 존재하는 한 정치의 대상은 특권층과 엘리트로 좁혀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며 "정치는 '우리 삶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를 다루는 매우 중대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보수 세력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국회의 폭력과 '떼쓰기' 등을 반복적으로 노출해 정치에 대한 관심을 줄이려는 정치적 기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2000~2003년 시민사회단체와 정당들이 1차 정치개혁 운동을 했으나 의제가 투명성과 도덕성 정도에 그친 측면이 있다"고 반성하며 "몇몇 정당과 시민단체 뿐 아니라 국민적 운동으로서 정치개혁 운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경찰·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하고, 선거와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온라인과 광장에서 목소리를 활발하게 낼 수 있고, 지자체 등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기 위한 전방위적 정치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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