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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수수료로 우는 자영업자, 누구 책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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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수수료로 우는 자영업자, 누구 책임이냐?

"공공 문제로 해결해야" vs "정치쟁점화 곤란"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둘러싼 카드사와 정치권·자영업자 간 갈등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바람을 빌려 금융감독당국이 카드사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지만 "관치경제의 전형"이라는 카드업계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수수료 문제의 근본 원인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전적으로 민간에 모든 결제시스템을 맡기는 현 제도 자체를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자영업자 "수익 삼분의 일이 카드수수료"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가 쟁점화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6일 지경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백화점보다 재래시장의 수수료가 더 높은데 이를 개선해 더 낮아지도록 했으면 좋겠다. 시장논리만 따지지 말고 서민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접근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 게 마른 장작에 불씨를 던졌다. 경기침체가 심화하는 와중에 자영업자의 경제위기가 심각하다는 사회적 문제 인식과 맞물려 폭발력이 커진 것이다.

대통령의 말이 있은 후 곧바로 카드업계가 이번 달 들어 재래시장에 한해 수수료를 일괄 인하하고 나섰다. 그러자 자영업자 층이 곧바로 "우리도 어려운데 왜 재래시장만 도와주느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경제주체 간 이해상충 문제가 정치 문제로 본격화되기 시작한 셈이다.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한 자영업자들이 토론자들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카드수수료율 문제는 약 2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뉴시스
자영업자들이 이처럼 수수료를 놓고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까닭은 실제 자영업자 수익의 상당 부분이 카드수수료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가맹점별 수수료는 편차는 있으나 대체로 대형가맹점(종합병원, 대학, 대형마트 등)의 경우 1.5∼1.8%로 낮은 수준이다. 반면 슈퍼마켓과 음식점 등은 평균 2.6∼2.7%, 숙박업은 3.0∼3.2%, 학원 3.2∼3.3%의 수수료를 적용받는다.

덩치가 큰 업체는 낮은 수수료율을 부담하고 다양한 카드혜택으로 사용자를 끌어올 수 있지만 영세업체는 상대적으로 비싼 수수료를 내고도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타이어 대리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모 씨(59)는 "소나타 정도 차량은 타이어 하나당 매출액은 10만 원 정도, 수익은 1만 원 정도다. 그런데 카드수수료율이 3.24%에 달한다. 타이어를 모두 갈아도 수익 4만 원 중 1만 원 이상이 수수료로 빠진다"고 말했다.

규모가 영세한 자영업자만 이런 부담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고양시 일산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채모 원장(34)은 "카드수수료율이 보통 3.2~3.6% 정도다. 보통 한 달에 카드수수료로만 200만 원 정도가 나간다. 직원 한 명 급여가 날아가는 셈"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자금사정이 취약한 자영업자에게 카드수수료 부담은 결코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김일영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정치사회연구센터장은 지난 9일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자영업자 소득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취지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카드 가맹점에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했다"며 높은 카드 수수료율과 맞물려 자영업자에게 큰 부담이 됐다고 지적했다.

카드업계 "왜 우리한테만 뭐라고 하나"

이와 같은 반응에 대해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짜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침체 여파는 카드업계 역시 같이 맞고 있는데 왜 카드업계에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느냐고 관계자들은 반문했다.

이보우 단국대 경영대학원 교수(신용카드학)는 지난달 한 경제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경기침체로 지난해 3분기 연체비율이 2분기만에 0.41%포인트 오른 5.99%를 기록하는 등 연체율이 늘어나고 자금 조달비용도 높아지는 등 어려움이 많다"며 "'울며 겨자 먹는' 카드사가 '보이는 손'에 의해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명을 밝히기 꺼려 한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서 인하한 마당에 모든 문제를 카드사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자영업자에게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그에 걸맞은 정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평균가맹점 수수료 수익률이 2.19%인데 연매출 4800만 원 미만인 영세가맹점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은 2.20%로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더 이상 낮추는 것은 곤란하다"고 해명했다.

관계자들은 카드사가 대형사에 더 많은 혜택을 줄 수밖에 없는 것도 자본시장의 당연한 논리라고 말했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당 카드사가 대행사에 주는 수수료가 정해져 있는데 소액이라손 치더라도 나가는 비용은 같다"며 "카드사의 기준으로는 거래단위가 적은 영세자엽업자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매기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카드사의 급성장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시민단체와 일부 정당에서까지 카드수수료 문제를 두고 쟁점화하는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연합

신용거래 시스템, 공적 차원? 사적 차원?

이와 같이 첨예하게 이해가 엇갈리는 문제는 결국 공공의 힘으로 풀 수밖에 없다고 김일영 센터장은 말했다. 정부가 카드사를 살리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 조성한 경제 인프라 관리를 개별 기업에만 맡겨버려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다.

김 센터장은 "정부가 직접 신용거래 시스템을 운영할 공적기관을 설립해 카드사에게 일임한 업무를 회수해야 하고 신용거래 수수료 가격결정 관련 규제를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영세자영업자의 경우 카드사의 부담이 크다면 이 부분에 한해 자본조달을 자본시장에 맡기지 말고 공공기금 조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볼빙(결제자금 분할납부) 제도를 활성화해 수수료 수익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한국 카드사의 수임체계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공적시스템 설립은) 결국 국민 세금을 걷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자본시장을 대체하겠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며 "정치적 이슈로 자꾸 이 문제가 거론돼서는 곤란하다"고 반발했다.

익명을 요구한 카드업체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신용카드에 할부구매 개념이 없으니 리볼빙이 활성화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수요가 높지 않다"며 "카드사들도 리볼빙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유인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리볼빙 수수료가 높다는 점 또한 과제로 남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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