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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전'이 부른 '과속사고'…변호사시험법 與 반란으로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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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전'이 부른 '과속사고'…변호사시험법 與 반란으로 부결

한나라당 의원이 반대토론 "악법 중의 악법, 졸속 법안"

'2차 입법전쟁'을 앞두고 12일 국회에서는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정부발의 법안이 부결되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민주당은 "'속도전'의 결과"라며 한나라당의 내부 반란을 비난했다.

이날 부결의 주인공이 된 법은 변호사시험법.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현행 사법시험을 대체할 법안으로 정부가 마련해 발의한 제정 법률안이다.

정부는 지난 5월 입법예고 후 의견 수렴을 거쳐 10월 국회 법사위에 법안을 보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회가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지며 거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3월 로스쿨 개학이 코앞에 다가오자 2월 국회가 열린 후에야 비로소 지난 6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논의했다. 그리고 이날 오전 법사위에서 의결해 오후 본회의에 올렸던 터였다.

강용석 "악법 중 악법, 졸속 법안"

그러나 본회의에 올라오니 여당 의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은 반대토론에 나서 "로스쿨을 나오지 않으면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없게 진입장벽을 친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시험 응시 횟수를 5년간 3회로 제한한 것에 대해서도 "졸속법안"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이 법안은 본회의에 참석한 218명 중 100명이 반대하고 40명이 기권해 부결됐다. 찬성 의원은 78명. 한나라당 의원 중 50여 명은 찬성 의견을 냈지만 80명 이상이 반대나 기권 의견을 내는 등 당 내에서도 법안에 대해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모양새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법안통과를 독려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의원이 반대토론을 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정부법안을 부결시켰다"며 "한 마디로 속도전이 빚은 정부여당의 불협화음과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법사위원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속도전, 밀어붙이기를 하다가 실패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도 로스쿨이 여당 시절 추진했던 제도인지라 적극 반대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 12일 국회에서 열린 281회 국회 제6차 본회의에서상정된 변호사 시험법안이 재석의원 218명중 찬성 78, 반대 100, 기권 40명으로 부결됐다. ⓒ연합뉴스

'쟁점 법안' 사회적 토론·합의 필요성 남긴 선례

또한 이날 '변호사시험법 부결 사태'는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 쟁점 분야에 대한 많은 토론과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이 2월 국회에서 밀어 붙인 이유는 3월에 개강하는 로스쿨의 학습 커리큘럼이 짜여 지기 위해서는 어떤 과목의 시험을 어떤 방식으로 치르는지 변호사 시험의 얼개가 그 전에 잡혀져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정부 법안은 비(非)로스쿨 출신에게도 시험 응시 자격을 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예비고사' 제도를 제외하고 변호사 시험 응시자격을 로스쿨 석사에게만 부여했다. 비로스쿨 출신에게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을 부여하게 되면 '고시 낭인'을 없애고 내실 있는 전문교육이 목적인 로스쿨제도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로스쿨 정원을 국가가 통제해 로스쿨 시험 자체가 사실상 제2의 사법고시가 됐고, 로스쿨 학비가 상당한 상황에서 비로스쿨 출신의 변호사 시험 응시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대목이었다.

변호사 자격 제도 하나만 두고서도 법조계 내에서도 판사, 검사, 변호사의 의견이 다르고, 학계와 대립하고 있으며, 시민단체들도 의견이 다른 매우 복잡한 양상이다.

로스쿨들, '변호사시험법' 없이 개강해야

이날 '반대표'를 던진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로스쿨은 정원을 2000명으로 제한해 놨고, 로스쿨 학비가 비싸 결국 부유층에서 변호사의 세습이 이뤄질 가능성이 많다"고 비판하며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인데 어떻게 찬성하느냐"고 말했다.

법대 교수이기도 한 박 의원은 "로스쿨 제도의 토대 자체가 부실한데 그 위에 어떻게 집(변호사시험법)을 짓느냐"며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법"이라고 비난했다.

회기 중 부결된 법안은 동일 회기에 다시 올릴 수 없다. 결국 로스쿨들은 변호사시험 룰도 모른 채 신학기를 맞게 됐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로스쿨 입학을 앞둔 입학생들과 로스쿨 교과과정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로스쿨 개원에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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