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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정치적 노숙자'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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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정치적 노숙자'가 늘고 있다"

"전두환ㆍYS도 북한을 방치해 두진 않았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났습니다. '언제 한 번 밥이나 먹자'고 하면 언제 실제로 만나게 됩니까? '다음 주 토요일 점심 어때? 내가 살게. OOO에서 O시에 만나자'라고 구체적으로 제시를 해야 그 친구도 시간이 되는지 살펴보게 되고 만나도 만나게 되는 것 아닙니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 대화 제의'를 이와 같이 비유하며 "구체적으로 대화의 목적과 방법을 제시해야지 '만날 수 있다'는 수준의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남북대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하느냐"고 비판했다.
▲ 12일 오전 민주정책연구원의 정책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
"박정희~YS 정권 모두 북한을 '방치' 하지는 않았다"

민주당 소속 민주정책연구원이 12일 오전 주최한 초청강연에서 정 전 장관은 "북측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권위와 위상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남측에서 통일부 장관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진정성을 의심하기 때문에 남북대화를 원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나서서 6.15, 10.4선언의 이행의지를 진정성 있게 직접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상황 봐가서', '공은 북쪽으로' 등 정부의 안이한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을 했다. 정 전 장관은 "대북정책에 대해 지난 10년을 부정하면 박정희 정권 시절까지 부정하고 '북진통일'을 주장하던 이승만 시절 밖에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 때도 최소한 '북한이 일을 못 벌리게 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했지 결코 방치해 두지 않았었다"면서 "바뀐 상황에 맞춰 대북정책도 변화를 줘야 하는데, 747은 바꾸면서 왜 비핵개방3000은 바꾸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비핵개방3000은 매케인을 염두해 두고 만든 것 같은데, 오바마가 당선됐으니 상황이 바뀐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비핵개방3000은 '흡수통일'로 북측이 받아들일 수 있다"며 "그래도 김하중 통일부 장관 시절에는 '상생·공영'을 앞세웠는데, 현인택 장관으로 바뀌면 다시 비핵개방3000을 전면에 내세울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실험 움직임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실험 강행 가능성을 비교적 낮게 봤다. 정 전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의 관심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 같으니까 관심을 끌려 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사일 발사시 요격하겠다'는 게이츠 국방장관 류의 보수 강경파들의 목소리만 키워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특히 "북한이 99년에는 미사일 발사를 성공했으나 2006년에는 실패했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담도 안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도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오히려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할 때는 남북관계에서 한 발 앞서 나가 있기 때문에 당시 켈리 차관보 등이 나를 두 번이나 직접 찾아오고, 바쁘면 주미대사를 보내 북한을 달래달라고 요청을 하고 사전 조율을 했었다"면서 "지금은 일본처럼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쫓아가는 형국"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중국의 동북공정? 관계부처 관심 없더라"

▲ ⓒ프레시안
이날 강연 질의 시간에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북한의 중국 종속화', '중국의 동북공정을 통한 북한 편입'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으나 정 전 장관은 "북측 주민들도 '떼놈'이라는 말이 입에 붙어있을 정도"라며 "지금 어쩔 수 없이 중국 제품을 사용해야 하고 외교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중국이 북한 주민들의 정체성에 영향을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다만 "2003년 고건 총리가 동북공정에 대해 관계장관 회의를 한 적이 있는데 주무부서인 외교부와 교육부는 아예 관심이 없어 고 총리가 직접 예산실장에게 예산 편성을 지시해 동북아재단 등도 생긴 것"이라며 "그 사람들이 들으면 펄쩍 뛸 일이지만 그 당시 학자들만 발을 동동 굴렀다"고 관계부처의 안이한 태도를 비판했다.

민주당에 대한 정 전 장관의 쓴 소리도 날카로웠다. 김대중 평화센터 부이사장으로 김 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는 정 전 장관은 "김 전 대통령이 최근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 등 3대 위기를 얘기했는데, 그저 평론가처럼 분석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정치적 노숙자가 늘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민주당은 민주화세력이 떠나는 위기, 서민이 기대를 걸었다 버리는 위기, 남북화해 협력세력이 지지를 철회하는 위기 등 3대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작년 5월에는 시청에 가서 사진 찍고, 올 1월에는 용산에 가서 사진 찍고 무슨 일이 있으면 너무 몰입하는데, 우리 사회의 문제가 이것 뿐이냐"며 "당에 경제전문가가 많은데 경제가 위기이지만 아무런 얘기가 없다. 최소한 3개팀을 갖고 당을 운영해야 하지 않느냐"고 충고했다.

정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도 보니 신문에 난 것 이상 지적하는 사람도 없고 하나마나한 얘기만 하고 있더라"면서 "민주당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떠났지만 그래도 갈 다른 집(정당)이 없어 '정치적 노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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