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원어민 교사가 언론에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글을 기고했다는 이유로 교육당국이 재계약 취소를 압박하며 경위서 제출을 요구, 파문이 일고 있다.
***토마스씨가 본 '한국교육의 8가지 문제점'**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일 인천시 논곡중학교에서 재직중인 원어민 교사 제이슨 토마스씨가 지역신문인 <인천일보> '독자의 편지'란에 '인천시 교육감께'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면서 시작됐다.
기고문은 우리교육의 문제점을 ▲행정업무 ▲학급 규모 ▲접근의 기회 ▲전문적 상담의 부족 ▲붕괴하는 시설 ▲지역시험 ▲관료주의 ▲재정 등 8개 항목으로 나눠 조목조목 짚고 있다.
토마스씨는 우선 "교육이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교사의 시간은 교수, 계획, 평가, 교수자료 준비, 학생면담과 조사, 동료교사의 자문구하기 등에 쓰여져야 한다"며 각종 행정 잡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학급규모'와 관련, "교사들은 학생들의 개인적인 요구와 관심사에 대해 알아야 하며, 또 학습에 관한 한 일률적이고 이상적인 방법은 없다"며 "우리가 효율적으로 학습의 진행과정을 모니터하기 위해서는 학급 안의 모든 학생들을 알아야 한다"며 과밀학급의 해소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또 '장애인 학생의 이동권 문제'를 거론하며 "인천시가 신체적으로 불편한 학생들에게 이동수단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도덕적이지 못하다고 본다"며 "개인적인 이동수단이 있을 정도로 운이 좋지 않은 이상 그들은 집에만 있게 된다. 이것은 한국이 비준한 국제적인 동의안을 어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인천에 있는 모든 관공서 건물들이 난방과 유지시설이 잘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에 학교들은 수리를 요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 난방이 거의 안 되고 온수도 마찬가지"라며, 관공서 신축에는 빚을 내 천문학적 거액을 쏟아부으면서도 '붕괴하는 학교시설'을 외면하고 있는 지방행정의 문제점을 고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시험' 문제를 거론하며 "단순히 시험만을 준비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인지발달을 제한하게 되며, 그러한 경향은 유연성을 허용하지 않게 된다"며 "한국은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필요하나 현재의 제한된 교육과정은 그러한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배출해 낼 수 없게 만든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한 교육당국의 '관료주의' 문제를 제기하며 "교사는 다른 어떤 행정가들보다도 자신의 과목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으며, 관료주의자들과는 달리 교사들은 학습자들의 요구에 먼저 관심을 두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 문제점으로 '재정' 문제를 거론하며 "더 많은 재정을 확보하시고, 그것을 학생들의 기본적인 요구사항을 충족시켜 주는 데에 써 달라"며 "다른 지역들은 그들의 재정을 중요치 않은 프로젝트나 허영심을 나타내는 실험에 낭비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부탁으로 글을 끝맺었다.
우리 교육현장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한 글이었다.
***전교조, "교육청, 언론 기고 이유로 경위서 제출요구"**
문제는 이 글을 접한 교육당국과 학교장이 발끈하면서 발생했다.
12일 전교조 인천지부에 따르면, 인천교육청은 토마스씨의 글을 접하고 발끈하며 재계약 취소 등 압박과 함께 기고를 하게 된 경위서를 요구했다. 인천시 교육청 소속 논곡중 담당 장학사는 이 기고문에 대해 "교육감 선거를 앞둔 시기에 이런 글을 올린 이유가 뭐냐, 배후가 누구냐, 재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전교조는 주장했다.
제출을 요구받은 경위서 내용도 문제였다.
16개 항목으로 구성된 경위서에는 ▲기고를 한 이유나 목적이 뭔가 ▲군대에서처럼 한국 교육에도 절차가 있다. 사람들은 명령계통을 따른다 ▲어디서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알게 됐나 ▲정보 제공자들의 명단을 달라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말 그대로 토마스씨를 '범죄인'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전교조는 이와 관련, "토마스씨 개인에 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교사 전체에 대한 모욕이자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라며 "특히 제이슨씨가 기고문에서 지적한 우리 교육의 문제점은 이미 잘 알려진 것들"이라고 지적했다.전교조는 "인종과 국적은 달라도 우리 교육에 대한 애정 없이는 이런 행위(기고)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그의 행위는 상찬의 대상이지 비난과 탄압의 근거가 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 "교육청 개입은 어불성설" 주장**
한편 이같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자, 인천 교육청과 논곡중학교는 교육청이 개입해 경위서를 제출토록 했다는 전교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민웅 논곡중 교장은 13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경위서 제출 요구와 항목 작성에서 교육청이 개입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모든 것이 학교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학교장으로서 기본적인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그러나 "6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교육청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현재 문제의 발언을 한 장학사는 물론 인천시 교육청은 문제가 증폭되자 모든 책임을 해당 학교에 떠넘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토마스씨가 글에서 지적한 8가지 문제점 중 하나인 '관료주의'가 한국교육계의 최대 암적 존재임을 이번 파문은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제이슨 토마스씨의 <인천일보> 기고문 전문이다.
***기고문 전문**
저는 남동구에 있는 한 중학교의 교사입니다. 교사직에 대한 보람도 느끼고 있고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 몇 가지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1.행정업무: 교육이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교사의 시간은 교수, 계획, 평가, 교수자료 준비, 학생면담과 조사, 동료교사의 자문구하기 등에 쓰여져야 합니다. 우리 교사들이 행정가가 될 때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학습자들이기도 합니다.
2.학급규모: 교사들은 학생들의 개인적인 요구와 관심사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또 학습에 관한 한 일률적이고 이상적인 방법은 없습니다. 모든 학생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다른 방식으로 학습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효율적으로 학습의 진행과정을 모니터하기 위해서는 학급 안의 모든 학생들을 알아야 합니다.
3.접근의 기회: 인천시가 신체적으로 불편한 학생들에게 이동수단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도덕적이지 못하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이동수단이 있을 정도로 운이 좋지 않은 이상 그들은 집에만 있게 됩니다. 이것은 한국이 비준한 국제적인 동의안을 어기는 것입니다.
4.전문적인 상담의 부족: 학교 안에는 적절한 상담기구가 없습니다. 여행 안내책자를 책임지는 부서의 장이 사춘기 학생들이 수많은 압박들에 적응하도록 돕는 일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5.붕괴하는 시설: 인천에 있는 모든 관공서 건물들이 난방과 유지시설이 잘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에 학교들은 수리를 요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난방이 거의 안 되고 온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결코 학습에 도움 되는 환경이 아닙니다.
6.지역시험: 규제된 평가기준에 사로잡히는 것은 무책임합니다. 단순히 시험만을 준비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인지발달을 제한하게 되며, 그러한 경향은 유연성을 허용하지 않게 됩니다. 한국은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제한된 교육과정은 그러한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배출해 낼 수 없게 만듭니다.
7.관료주의: 교사는 다른 어떤 행정가들보다도 자신의 과목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료주의자들과는 달리 교사들은 학습자들의 요구에 먼저 관심을 두게 됩니다.
8.재정: 더 많은 재정을 확보하시고, 그것을 학생들의 기본적인 요구사항을 충족시켜 주는 데에 써 주십시오. 다른 지역들은 그들의 재정을 중요치 않은 프로젝트나 허영심을 나타내는 실험에 낭비하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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