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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오신다, 암행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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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오신다, 암행하면서…

[김종배의 it] 이재오 귀국, '결속'의 매개인가 '분열'의 촉매인가?

2월 9일.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정두언 의원을 만난다. 사흘 전 이명박 대통령과 밀담을 나눈 정두언 의원으로부터 메시지를 전해 듣기 위해서였다. 전달된 메시지는 "귀국 후 곧바로 정치 전면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이 정권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일들을 연구해 달라"는 것. <조선일보>는 이렇게 전한다. 그리고 이틀 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베이징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내달 귀국하면 이 계파니 저 계파니 하는 정치는 안 할 생각"이라고 표명한다.

2월 11일. 이해봉 의원의 대놓고 말한다. "현역 의원이 입당하면 당연히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맡게 하는 게 관행인데 아직 아무 조치가 없다"며 "국내에도 없는 정치 실세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고 직공을 가한다. 그리고 박근혜계는 이명박계 원외위원장들이 당협위원장 자리를 내놓지 않는 움직임 뒤에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있다고 말한다.

극명하게 갈린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본인 입으로 '계파 초월'을 선언하는데 맞은편에서는 '계파 암약'을 성토한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상반된 현상, 이 상반된 주장을 어떻게 조합해야 할까?
ⓒ프레시안

분리 추출할 필요가 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귀국 후 '암행'하려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파 갈등이 심화되는 이유를 나눠 살필 필요가 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암행'해야 이유는 정치 전면에 나서지 말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부 때문이다. 여권이 분열하는 걸 막으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바람 때문이다.

계파 갈등이 심화되는 이유는 대비하기 위해서다. 불안한 공존상태가 깨질 때를 대비해 세력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비타협적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게 분리 추출하니 자연스레 모아진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암행'은 시한부일 것이란 점, 오히려 그의 '암행'이 시한부 종료 시점을 앞당길 것이란 점이 도출된다.

당협위원장 갈등 배후에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있다는 박근혜계의 시각이 반증한다. 당협위원장 자리를 조정해야 하는 안경률 사무총장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점, 안경률 사무총장이 이재오계라는 점을 놓고 '이재오 배후'를 의심하는 박근혜계의 시각이 증명한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의사와 행동은 기실 중요하지 않다. 박근혜계가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뇌관은 바로 이것이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암행'은 박근혜계의 눈을 더 게슴츠레 하게 만든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암행하면 할수록 그의 행동과 의사는 해석의 영역에 방치된다. 그리고 이 해석의 공간에서 박근혜계의 계파적 시각이 활보하게 된다.

이치가 그렇다. 긴장감이 극대화되는 시점은 '적'이 보이지 않을 때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공격을 가할지 모르기에 너나 할 것 없이 경계태세를 강화한다.

박근혜계 입장에선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암행'은 '암약'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공격을 가할지 알 수 없게 하는 비정규전이다. 그래서 매개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암행'은 계파의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결속력을 강화하는 접착제다.

마냥 두고 볼 수가 없다. 박근혜계의 이런 대응을 '오해의 소치'로 일축하면서 괘념치 않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움직임이 계파 결속을 넘어 계파 확장을 위한 동력으로 직동될 게 분명하기에 수수방관할 수가 없다.

얻는 것도 있다. 정치 전면에 복귀할 명분이다. 박근혜계의 계파적 공세가 거세질수록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양지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재림하는 모습이 아니라 끌려나오는 모습으로 발을 내딛게 된다. 계파의 정치 공세에 휘둘리는 피해자로 이미지를 연출하면서 공격이 아니라 정당방위를 위해 정치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를 연출할 수 있다.

때가 되면 터지게 돼 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암행'은 '출도'를 선포하기 위한 예비수순에 불과하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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