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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민주노동당-진보신당' 통합 추진하기로

[현장] 정세의 엄혹함 못 따라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경제 위기라는 '엄혹한 정세'에 대한 판단도, 하루 전날 벌어진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한 참담함도 같았다. "살인 정권 이명박 정부에 맞서 강력하게 싸우자"는 목소리도 민주노총(위원장 직무대행 진영옥) 대의원 1000여 명이 하나였다.

그러나 정작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는 '엄혹한 정세' 이전과 다를 바 없이 팽팽한 의견차를 보였다. 생각의 차이는 사소한 데서 비롯됐다.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제45차 정기대의원대회는 과거와 똑같았다.

여러 진보진영단체의 전선체인 한국진보연대 가입을 놓고 이른바 '자주파(NL)'는 2년째 통과를 시도했고, 2년 내내 반대했던 '평등파(PD)'는 "한국진보연대는 안 된다"면서도 '새로운 공통 투쟁 전선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전선체'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상대방이 주도하는 것은 싫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위기일수록 단결을 해야 한다"며 외부의 대중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안은 "민주노동당 이정희 부대표는 연대사를 시켜주고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는 안 시켜주면서 무슨 진보정당 통합 권고냐"는 반론이 나오는 등 해프닝도 있었지만 올해 사업 계획에 포함됐다.

예년과 다를 바 없는 대의원대회

올해가 노동계에게 외환위기에 이은 또 한 번의 큰 시련의 계절이 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내놓는 전망이다.

노동부는 비정규직법을 노동계 의견과 정반대로 개정하기 위해 2월 임시 국회에 정부안으로 내놓는 방법을 고민 중이고, "최저임금제도마저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으며 고물가에 허덕이는 대다수 직장인들을 일방적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악몽 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비정규직은 이미 곳곳에서 잘려 나가는 것이 눈으로 확인되고 있다.

"역사는 거꾸로 돌아가는"데 민주노총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대의원대회는 여전히 형식에 치우쳤다. 비록 최근 대의원대회 가운데는 늦게까지 많은 수의 대의원이 남아 자리를 지켰고, 지난해 평가와 올해 계획도 과거에 비하면 조속하게 통과됐지만 '정세의 엄중함'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떤 안건을 먼저 논의할 지를 결정하는 데만 3시간 가까이 걸렸다. 문구에 집착하는 '고질병'은 여느 해와 다를 바 없었다. 예를 들면, '이런 이견도 있다'는 문장이 들어갔는데도 굳이 '민주노동당 강화'라는 문구는 빼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심지어는 진영옥 위원장 직무대행이 '2009 사업계획과 예산안' 가운데 사업 계획을 먼저 통과시키고 망치를 세 번 두드렸다고 "한 가지 안건이니 망치 두드린 것을 취소해야 한다"는 진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 경제 위기라는 '엄혹한 정세'에 대한 판단도, 하루 전날 벌어진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한 참담함도 같았다.

그런데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는 '엄혹한 정세' 이전과 다를 바 없이 팽팽한 의견차를 보였다. ⓒ프레시안

"진보연대 가입해 진보진영 힘 키우자" vs "분열 예상되니 다른 전선체 만들자"

한국진보연대 가입을 둘러싼 의견 대립의 평행선은 꼬박 2년째 한 걸음도 좁혀지지 않았다.

집행부는 진보연대 가입을 통해 "진보진영의 정치적 영향력을 높여내자"는 취지지만, 반대하는 세력들은 "분열이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이시욱 금속노조 서울부지부장은 "진보연대 가입 문제는 단결보다는 대립만 가져오고 투쟁을 오히려 방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연대는 대립만 가져오니, 다른 전선체를 만들자고 것. 이시욱 서울부지부장은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새 전선체를 만들어 힘 있게 공동 투쟁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집행부의 안도, 새로운 전선체 건설과 관련된 수정안도 모두 오후 9시 경 성원 미달로 인해 대의원대회가 유회되면서 찬반 의견을 묻지도 못했다.

2년째 같은 안건 놓고 다투면서 진보정당은 "통합하라" 요구

이런 내부의 혼잡함 속에 외부의 진보정당 단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지난 19일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이 처음 제기한 진보정당 통합 권고는 "진보정당의 분열으로 민주노총의 현장 조직마저 분열과 갈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배경이다. 진보정당의 분열이 민주노총이라는 조직의 분열까지 확대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정갑득 위원장은 이날도 '진보정당 통합 권고 결의안'을 제안하면서 "한 쪽에서는 '민노당 배타적 지지' 유효성을 묻고 또 한 쪽에서는 당연히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방법은 양당의 단결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이 내놓은 특별결의안은 대회가 유회되면서 통과되지 못했지만 민주노총은 이날 통과된 2009년 사업 계획에서 "진보정당 세력의 통합을 추진한다"고 결론 내렸다.

민주노총이 진보정당 통합에 이처럼 애 닳아 하는 것은 현장의 혼란도 있지만 '노동 배제적'인 이명박 정권 아래 민주노총의 목소리가 과거에 비해 현격히 파장이 위축된 조건도 작용한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치 않다. 민주노동당보다 진보신당이 고개를 젓고 있다. 이날 대대에 참석한 이정희 민노당 의원은 "민주노총이 진보정당의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워줬는데 (진보정당이) 뿌리를 오히려 힘들게 만들었다"며 우회적으로 통합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진보신당은 "지금 시기 통합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분위기다. 원내 정당과 원외 정당이 통합될 경우 힘의 분배 문제가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2~4월 파업 찬반투표 거쳐 6월 '이명박 심판' 총궐기로

그 밖에도 이날 민주노총은 올해 2월 대정부 요구안 제시 및 노정교섭 요구 등 총력 투쟁 조직화를 바탕으로 3~5월 총력 투쟁 결의대회 등 공동행동을 벌인 뒤, 6월 '국민총궐기투쟁전선'을 위해 힘쓰기로 했다. 2~4월에 걸쳐 전 조직에서 파업 찬반 투표도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중앙집행위원회를 '일할 권리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비상투쟁본부'로 전환하고 그 아래 △실업대책본부 △경제위기 고용대책본부 △국민정책 여론단을 만들기로 했다. 라디오 광고 등 대국민 홍보 사업을 위해서 최소 4억 원의 홍보비를 책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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