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억!' 소리나는 포털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억!' 소리나는 포털들

기술·비용 검토 전혀 없이 문방위 '땅땅땅'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는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국회는 포털 사이트 등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규제에 대해 막대한 비용이 추가되는 규제를 검토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강행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포털 사이트를 언론중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을 의결했다.

한나라당은 줄곧 "인터넷 포털이나 언론사닷컴 등의 뉴스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피해가 급속하고 광범위하게 발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속하고 충분한 피해 구제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포털 등을 언론중재법의 적용 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야당도 그 취지에 공감해 이번에 여야 합의에 의해 법안을 처리하게 됐다.

▲ 네이버 뉴스홈 화면.
비용 고려 않고 일단 규제부터 하고 보자?

그런데 법을 개정하면서는 기사는 물론 기사를 배치한 화면까지 저장·보관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시키면서 기준이나 방식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아, 자칫 포털 사이트에 막대한 인력과 비용 부담을 안긴 것은 물론 일반 인터넷 신문사나 중앙일간지의 인터넷 사이트 운영에도 부담을 지울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현행 언론중재법에는 "보도의 원본 또는 사본을 공표 후 6개월간 보관한다"(제15조 제7항)고 돼 있는데, 이번에 법 개정을 하면서 "보도의 원본이나 사본 및 그 보도의 배열에 관한 전자기록을 6개월간 보관해야 한다"고 '배열에 관한 전자기록'을 추가했다.

이는 일반 종이신문이 판별로 보관되는 것을 준용한 조항으로, 취지는 포털사이트의 경우 자체 기사 생산을 하지 않지만 기사의 선택과 화면 배치에 따라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배열'에 대해서도 기록을 남겨 피해 구제의 증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언론사의 인터넷 화면에 대해서도 기사의 배치 경중을 따져 처벌이나 피해배상의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취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된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의 경우 종이신문과는 달리 '배열' 기록을 남기는데 막대한 인력과 비용이 소요되는 '기술적' 문제에 대한 고려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포털사, 하루에 수억 장 화면 보관? "물리적으로 불가능"


▲ 네이버 뉴스 본문 화면. 오른쪽에 베치된 이와 같은 배열들도 모두 저장한다면?
네이버의 경우 언론사로부터 실시간으로 전송 받는 기사의 양이 매일 1만여 건에 이르고, 배치되는 영역이 메인 영역을 비롯해 각 섹션 등 약 20~30곳에 배치가 된다. 즉 언론사로부터 기사를 받아 배치만 해도 저장해야 하는 '배열' 화면 페이지가 하루에 20만~30만 건에 이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장 많이 본 뉴스' 등의 독자들 이용행태에 따른 기능으로 바뀌는 화면까지 감안하면 매일 저장해야 하는 페이지가 수천만에서 수억 건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수억 건 보관을 처리해야 할 서버와 인력도 문제다.

한 포털 업체 관계자는 "이것도 그냥 추정치일 뿐 얼마나 보관해야 할지 아직 제대로 계산조차 해보지 않았다"며 "'과거 기사 목록'과 같이 시간이 지나면 지속적으로 변경이 되는 화면의 정보를 수시로 저장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즉 온라인에서 페이지를 저장해 보관하는 것은 종이신문을 한 부 씩 창고에 저장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불만이다.

또한 이와 같은 규제가 포털뿐만 아니라 언론사 닷컴 및 인터넷신문사 등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 언론에 지나친 부담을 부과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우에 따라 정권이나 기업 혹은 특정 사회집단이 언론사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번 바뀔 때마다 화면을 저장해야 한다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사 편집 회수를 최소화함으로써 속보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없고, 기사를 볼 수 있는 화면도 최소화 할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의 최대 장점인 자유로운 '링크' 기능을 활용하는 '가장 많이 본 뉴스'나 '주요 뉴스' 같은 메뉴들은 아예 없애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자체로 '뉴스 서비스의 위축' 효과를 낳는다는게 포털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기술적 불가능 지적에…'대통령령'으로 알아서

이날 문방위 회의에서도 이와 같은 점들이 지적됐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취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며 "보관 기준과 방법을 세밀화해 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도 "현장에서는 보관해야 하는 양이 적게는 하루에 3기가 바이트에 이르러 서버를 증설해야 하는 등 기술적으로 재정적으로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오고 있다"며 "비용을 추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는데, 정부에서 보조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건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법안심사소위에서 기술적 문제점도 없고 비용도 별로 안 든다고 해서 통과시켰던 것인데, 문제제기가 있다면 좀 더 심도 깊게 논의하기 위해 추후에 개정키로 하고 삭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그런 우려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에 정하는 바에 따라 줄이는 방법으로 하자"고 '삭제'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이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면 포털들에게 (정부로부터의) 간접적인 압력으로 작용될 수 있다"며 추후 논의 후 법률에 반영하자고 주장했지만, 결국 조항을 그대로 둔 채 대통령령으로 보관 기준과 방법을 정하게 위임키로 했다.

"비용 문제 없다고 해서 찬성했는데 그게 아니잖아"

결국 기술과 비용에 관한 문제는 정부와 업계의 논의로 떠넘긴 셈이다. 따라서 '취지'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법안 한 줄이 기업과 국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감안했을 때 이번 법안 심사는 '무책임한' 입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한나라당 성윤환 의원은 "현행 언론중재법에도 6개월간 보관하도록 돼 있는데, 인터넷 신문사들은 이의 없이 잘 해오던 것을 갑자기 빼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고, 허원제 의원도 "이미 인터넷신문 사업자들은 다 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는 현행법의 기사 보관 규정과 이번에 논란이 된 개정안의 '배열'에 관한 규정을 추가하는 것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발언으로 보인다. 현재 인터넷신문사들은 기사의 원본과 사본을 6개월 동안 저장하고 있지만, 화면 '배열'까지 저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번 심사가 아무런 근거 없이 진행됐다는 것은 변재일 의원의 말로 증명이 된다. 변 의원은 "소위에 제공된 정보는 포털 사업자가 1년간 보관해도 법적 의무에 지나지 않을 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정보를 듣고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정보가 다르면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변 의원은 "정확한 정보도 없고, 이 자리에서 사실 확인이 안 되니까 갑갑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미네르바' 아고라는? 싸이월드는? 블로그는?

언론중재법의 문제는 언론사가 생산하는 '뉴스'의 배포에 관한 문제이지만 같은 논리라면 포털 사이트에 게재되는 개인의 블로그나 토론글과 같은 게시물로 '언론 중재'의 대상이 확대된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미네르바 사건'과 같이 개인이 올리는 의견에 의해 운영되는 다음의 '아고라'와 같은 토론 사이트, 싸이월드 같은 블로그 사이트 등도 일종의 '언론'으로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 다음 아고라 화면.
물론 이번에 논의된 법이 '언론중재법'이어서 대상 자체에서는 제외됐지만, 언론중재법도 목적이 '피해 구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입법취지에 따른 형평성상 이들 토론 사이트나 블로그에 대해서도 '저장·보관'이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특히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사이버 모욕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증거 보전'을 위해 포털 사이트들은 수억만 장에 이르는 모든 화면들에 대해 일일이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이용자 중심적, 혹은 피해자적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