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면서 외국인이 연일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는 등 증시 분위기는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거시경제 지표 추이는 아직 어둡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KDI "거시지표 아직 바닥 아니다"
7일 KDI는 1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거시지표를 근거로 "최근 한국 경제는 내수와 수출이 급감하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같은 진단이 나온 까닭은 제조·서비스업의 동반 침체가 점차 심화하는 데다 수출과 취업자수 증가폭 등 여타 항목도 최근 수년 이래 최악의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KDI는 "부문별로 볼 때 운송장비를 제외한 제조업 전부문에 걸쳐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와 IT부문은 큰 폭으로 생산 증가율이 감소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광공업생산지수 증가율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저치인 -14.1%를 기록, 제조업 침체가 역사상 전례없는 수준으로 심화했다. 서비스업생산 역시 지난달(10월) 1.4% 증가에서 11월에는 1.6% 감소로 돌아서 1999년 이후 최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제조·서비스업이 동반 침체를 기록하는 주요 원인은 소비위축이 신용카드 버블기 이후 가장 극심하기 때문이라고 KDI는 분석했다. 소비재판매액지수 증가율은 신용카드 버블이 붕괴된 지난 2003년 당시와 유사한 수준인 -5.9%에 달했다.
이 때문에 설비투자지수 증가율이 기계류(-19.4%), 운수장비(-9.9%) 등을 가리지 않고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 기업의 투자위축이 극심해지면서 산업 위축으로 이어진 것이다.
유일한 버팀목으로 묘사되던 수출마저 세계 경기 침체로 줄어드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수출 증가율은 -17.4%를 기록, 전월(-19.0%)에 이어 다시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다. KDI는 "최근 수출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는 선박을 제외할 경우 수출증가율은 전월(-23.4%)보다 더욱 하락한 -26.2%로 추정된다"고 밝혀 일부 업종을 제외할 경우 수출 하락세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도 여전히 바닥을 찾지 못한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건설기성액(토지매입액을 제외한 건설투자액) 증가율은 -2.0%에 그쳤으며 선행지표인 국내건설수주는 -35.4%를 기록하면서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처럼 건설 공사가 줄어드는 가운데 12월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9%를 기록, 전달(-0.5%)보다 하락세가 확대됐다.
금융부문 역시 한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와 통화스왑 확대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했다.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해 12월말 현재 전월보다 146bp(1.46%) 하락한 3.41%를 기록했으며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는 430bp로 오히려 전월보다 68bp 확대됐다. 신용스프레드는 회사채 신용등급 간 금리격차를 말하는 것으로 경기가 나빠질수록 부도위험 우려 등이 커지면서 스프레드가 벌어진다.
KDI는 "한은의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 확대 및 단기 기준금리 인하, 채권시장 안정펀드 출범 등에도 불구하고 신용스프레드는 오히려 소폭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거시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취업시장 한파는 지속되고 있다.
KDI는 "지난해 11월 취업자 증가폭은 전월(9만7000명)보다 하락해 신용카드 버블붕괴 충격이 마무리되던 지난 2003년 12월(4만4000명)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7만8000명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KDI는 특히 취업자 감소가 15~39세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동행지수(회색)와 선행지수(검은색) 변화추이. 지난해 내내 급락하는 추세가 지속됐다. 추세 반등 기미를 찾기 어렵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자료제공 : KDI). ⓒ프레시안 |
"증시 상승과 거시경제 변화 착각해선 안 돼"
이처럼 거시 전망이 여전히 어둡기 때문에 최근 증시 반등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이날 오전 보고서에서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지수가 80선에서 최근 30선까지 내려오면서 투자심리 개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새해 들어 연일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는 외국인을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유는 여전히 상승 장세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대응이 어렵다는 점과 다음 주부터 실적발표가 본격화된다는 점이다.
이 연구원은 "주도주가 시장을 이끌기보다는 업종이나 종목별 순환매 성격의 반등이 지속되고 있고, 시세 연속성도 떨어져 장세대응이 어렵다"며 "다음 주부터 국내외 기업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고 금요일 미국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있어 경계감이 있다. 국내 기관이 매수 규모를 줄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위원 역시 현재 증시 상승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황 연구위원은 "현재 장은 지난해 말 쏟아진 정책적 효과에 대한 기대감과 그간 과도한 처분을 이어갔던 외국인이 다시 포지션 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라며 "실적이나 경기로 움직인다고는 전혀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일각에서는 유동성 장세 기대감이 섣불리 나오고 있지만 1분기는 '기대감' 자체에 그칠 것이며 유동성 장세는 2분기가 돼야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주도주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상승장세로 보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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