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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글로벌 톱 5 전략'을 버려라"

금속노조 "몸집불리기는 생존전략 될 수 없어"

경제 위기 여파로 연말연시 기간 공장 가동을 전면 또는 일부 중단했던 국내 자동차 업계가 5일부터 생산 라인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GM대우가 부평 2공장과 창원 공장의 휴업을 연장한 가운데, 이날부터 쌍용차 평택 공장과 현대차 아산 공장은 조업을 재개한 것.

공장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시무식에서 이례적으로 판매 목표치를 밝히지 않았다. 구체적 목표치는 내놓지 않는 대신, 정몽구 회장은 2일 시무식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판매 확대"라며 판매에 힘써달라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과연 정 회장의 말대로 판매가 늘어나면 위기가 해소될까?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은 5일 발표한 이슈페이퍼에서 "현대차 그룹의 '글로벌 톱(GT:Global Top) 5 전략'이 오히려 기업 위기를 증폭시킬 뿐"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무모한 몸집 불리기 계획부터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처하고 있는 현재의 위기가 기본적으로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현대차그룹의 무모한 해외생산전략에도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해외 생산 급격히 늘었으나 실적은 더디기만 하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은 이날 '현대자동차 그룹의 글로벌 톱 5 전략의 한계와 문제점'이라는 이슈페이퍼에서 "현대차그룹에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몸집 불리기'와 '밀어 붙이기'식 경영으로 인한 조직 관행을 타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회장이 지난 2000년 "2010년까지 총 생산량 600만 대의 세계 5위 자동차 업체로 발돋움하겠다"며 내놓은 'GT 5 전략'이 우려의 대상이었다.

정책연구원은 "2001년 이후 현대차그룹은 세계자동차산업의 '과잉생산능력'이라는 객관적 현실을 무시하고 무차별적으로 'GT 5 전략'을 추진하면서 짧은 시간에 과도한 규모로 해외 공장을 증설하는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1997년 7월 터키공장을 시작으로 인도(1998년), 중국(2002년), 미국(2005년)에 잇따라 공장을 세웠다. 오는 3월부터는 체코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2011년에는 러시아, 2012년에는 브라질에 공장이 완공될 예정이다.

막대한 투자와 공장 설립을 토대로 2001년 약 9만 대에 불과하던 현대차그룹의 해외생산량은 매년 급속히 늘어났다. 2003년에는 25만 대, 2005년에는 63만 대를 해외 공장에서 생산했고 2007년에는 해외 생산 비중이 총 생산량의 35%, 91만 대에 이르고 있다.

생산은 급격히 늘었지만 판매 실적은 더뎠다. 지난해 11월 현대차그룹의 해외공장 총생산능력은 263만 대인 데 반해 실적은 같은 해 10월 134만 대에 그쳤다. 특히 중국 공장의 경우 생산능력 대비 실적이 50% 미만이었다.

"'오직 해외투자만이 살 길'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나야"

아직까지는 실적이 미미한 'GT 5 전략'을 위해 현대차그룹은 2009년 3월까지 총 9개의 해외 공장 설립에 모두 7조6000억 원 상당의 돈을 들였다. 연구원은 "2001년 이후 현대차그룹의 매년 경상이익을 2조 정도로 추산하면 지난 8년 동안 이익의 절반을 해외 공장 건설에 투자한 꼴"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해외 생산 확대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질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신제품의 연구개발 및 생산체계 혁신에 필요한 자금이 오직 해외조립 공장의 건설비용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 설비 투자에 들이는 돈은 상대적으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

이상호 연구위원은 "이는 국내와 해외의 균형발전전략을 구사하는 도요타와 폭스바겐의 글로벌 생산전략과 대조적"이라며 "특히 자동차 매출이 국내외적으로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GT 5 전략'의 함정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지 못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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