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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해야 본전'인 MB-'밑져야 본전'인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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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해야 본전'인 MB-'밑져야 본전'인 민주당

[김종배의 it] '입법전쟁' 뒤 '국정독주'가 이어진다면?

한나라당 하락-민주당·이명박 상승. 이른바 '입법전쟁'이 시작된 후 나타나고 있는 여론 추이다.

한나라당이 하락하고 민주당이 상승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각종 여론조사(한국사회여론연구소, 코리아리서치센터) 결과 한미 FTA 단독 상정으로 초래된 국회 파행에 대해 한나라당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이 많았다.

눈길을 끄는 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 추이다. 국회 파행·충돌에 대해 한나라당에 더 많은 책임을 묻는 게 국민 여론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하락해야 할 텐데 그렇지가 않다. '리얼미터'가 지난 22-2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에 비해 0.7%포인트 상승했다.
▲ ⓒ문화체육관광부

이유가 뭘까?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따로 움직이는 이유가 뭘까?

하나씩 떼어놓으면 설명할 수 있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이유는 일방독주 모습에 중도 성향 국민들이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이유는 '뭔가 보여주기 시작한' 대통령에게 보수 성향 국민들이 믿음과 기대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으면 모순에 빠진다. 보수 성향 국민의 기대가 점증한다면 한나라당 지지율도 더불어 상승해야 맞다. 중도 성향 국민의 이탈이 이어진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함께 하락해야 맞다. 근데 그렇지가 않다. 어찌된 일인가?

잘 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34.5%다. 전주보다 4.7%포인트가 빠진 결과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3.3%다. 전주보다 0.7%포인트가 오른 결과다.

34.5%와 33.3%. 절대치가 비슷하다. 최대 30%포인트 가까이 차이를 보이던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엇비슷해지고 있다.

이게 포인트다. 원점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분석에 따르면 보수 성향 국민의 비율은 35∼38%다. 이 보수 고정층으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 모두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중도층 이탈로 거품이 꺼지면서 보수 고정층으로 돌아가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은 '보수 본색'을 드러내면서 보수 고정층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돌고 돌아 본전치기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 추이는 틀 지워진 것이다. 아무리 용을 써봤자 보수 고정층의 울타리를 넘을 수 없다. 아무리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아무리 국정 드라이브를 걸어봐야 최대 38% 지지율 이상을 기록할 수 없다.

그래서 위험하다. 현재진행형인 입법 드라이브가 위험하고 미래형인 국정 드라이브가 위태롭다. 자칫하다간 절벽에 맞닥뜨릴 수 있다. 최대 38%의 지지율로 밀어붙이다간 최대 62%의 반대와 저항에 봉착할 수 있다.

모르는 것 같다. 이른바 '입법전쟁'을 독려하는 청와대의 모습을 보면 '소수의 폭주'가 부를 정치적 재앙을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지지율 상승 추이에 한껏 고무돼 있는 것 같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일까? 중도층이 한나라당에서 이탈해도 민주당이나 다른 야당으로 옮겨가지 않는다고 확신하기 때문일까? 중도층이 등을 돌려봤자 부동층으로 남을 것이라고 자신하기 때문일까?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아무리 빠져도 원내 1당, 지지율 1위 정당이란 지위는 확고부동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아직까지는' 그럴지 모른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24.2%, 한나라당과 아직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하지만 '미래형'까지 그러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폭은 5.1%포인트. 같은 기간 한나라당의 지지율 하락폭 4.7%포인트를 모두 흡수하고도 0.4%포인트의 추가적이고 독자적인 상승 요인을 확보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상황은 반전된다. 똑같은 이유로, 똑같은 지지율 추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멈칫거리고 민주당은 잰걸음을 보일 수 있다.

추세가 이어질 요소도 충분히 깔려있다.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을 낳은 주요인인 '입법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뒤이어 '국정독주'가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이 지금의 대응태세를 이어간다면 지지율 상승 추세 또한 이어지게 돼 있다.

현상은 복잡하지만 형세는 단조롭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잘해야 본전'이고 민주당은 '밑져야 본전'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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