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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환위기 없다"더니 "외환위기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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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환위기 없다"더니 "외환위기 끝났다"?

김상조 "외환은 결과변수…실물 ·금융 위기는 여전히 진전"

이제까지 줄곧 "외환위기는 없다"던 이명박 정부가 22일 갑자기 "외환위기가 끝났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없던' 위기가 끝났으니 안심하라"면서 이명박 정부는 지난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석달간 한국이 외환위기였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하지만 정부 말대로 안심해도 될 지는 미지수다. 외환시장이 다소 진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는 외환시장에만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외환시장은 원인변수가 아니라 결과변수일 뿐"이라며 "기업과 금융부문 부실,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어떤 기조에서 어떤 속도로 진행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구 없다"처럼 "위기 없다"를 외치는 이명박 정부

이명박 정부에서 '위기설'은 집권 초부터 10여년도 더 지난 시절의 코미디 프로그램의 주인공 '영구'처럼 '있다, 없다'를 반복해 왔다. 정부 관계자들은 "위기 없다"를 외치다가도 어느 순간이면 불쑥 "위기"라고 외쳤다.

지난 9월 중순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제기된 '제2의 외환위기설'에 대해서도 정부는 "외환위기는 없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많은 분들이 이번 위기를 10년 전 외환위기와 비교하지만 단언컨대 지금 한국에 외환위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10월 31일 한미간 300억 달러 통화스왑 체결 직후 "통화스왑 없더라도 외환위기는 없다"며 "통화스왑 체결로 근거 없는 루머는 사라졌다. 펀더멘털만 봐도 외환위기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환율이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자 정부에서 갑자기 지난 9월부터 3개월간 한국이 외환위기였다는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조찬회동에서 "세계 외환보유고 1, 2위를 달리고있는 중국, 일본과 통화스왑을 체결한 것은 매우 우리에게 큰 뜻이 있다"며 "이제 우리가 외환위기는 어느 정도 급한 불은 껐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 외환시장에 '불'이 났었으며, 미국과 통화스왑도 모자라 지난 12일 일본, 중국과 통화스왑을 체결하고 나서야 '불'이 꺼졌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2일 <연합뉴스>를 통해 지난 석달간 우리 경제를 뒤흔들었던 외환위기는 넘겼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없던' 위기가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도 '특정' 언론을 통해 은근슬쩍 내보내는 방법을 택했다.

재정부 당국자는 이날 "적어도 외화유동성 문제는 넘겼다. 국내외 여러 지표나 평가, 시장상황 등을 분석했을 때 위기는 지나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내년까지도 외환위기가 재연될만한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0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규모 흑자로 전환된 이후 매달 30억~40억 달러 수준의 흑자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 부족에 대한 우려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봐야한다"면서 "위기해소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은행 건전성 등은 전혀 다른 문제"

한편 '외환위기가 끝'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평가에 대해 다른 전문가들은 "더 중요한 것은 내부의 문제"라면서 한국경제의 위기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한 증권사 간부는 "외환문제는 미스매치로 인한 것이었는데 어느 정도 심각한 문제가 해소된 것은 맞다"며 "또 11월 이후 달러화가 전세계적으로 약세로 전환한 것도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부의 문제"라면서 "한국경제 내부의 위험요소인 가계부채, 은행 건전성 등은 외환시장에서 발생한 일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정부가 외환위기가 끝났다면서 안심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여전히 문제 본질 잘못 짚어"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정부가 외환위기가 끝났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지난 9월말부터 11월초까지 외환위기 상황이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냐"며 정부 발표의 모순에 대해 지적했다.

김 교수는 "10년 전 외환위기도 보면 초기 충격은 외환시장에서 왔지만 진짜 문제는 국내 기업 부실 문제였다"며 "그것이 진정되지 않으면서 국내 금융위기로 이어지고, 다시 외환시장으로 반영되는 불안정한 흐름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 말대로 외부충격이 없는 한 외환시장은 안정될 수 있지만 외환시장은 그 자체가 독립변수라기보다는 국내 실물과 금융을 반영한 결과변수"라면서 "외환시장만을 보면서 외환위기가 끝났다고 하는 것은 현 한국경제 위기 문제를 좁은 시각에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부실과 은행 건전성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면서 "내년 상반기에 저점 찍을 것이란 예상도 낙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재정부가 언론을 통해 뒤늦게 외환위기였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지만 여전히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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