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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이랜드 투쟁 외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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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노총, 이랜드 투쟁 외면하지 않았다"

[인터뷰] 이용식 민주노총 사무총장

이용식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할 말이 많았다. 최근 마무리된 이랜드 아줌마들의 투쟁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단위노조 투쟁에서의 총연맹의 역할에 대해서도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얘기했다.

이용식 사무총장은 "민주노총 역사상 이런 연대는 없었다"고 했다. 최선을 다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끝까지 이랜드 투쟁을 책임지지 않았다는 주장은 공정한 평가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단위노조의 투쟁은 전적으로 단위노조의 책임이고 연대는 투쟁의 상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2009의 경제 위기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응 계획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총고용을 보장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를 위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 인터뷰는 510일의 파업을 마무리한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의 <프레시안>과의 인터뷰(☞관련 기사 보기 : "민주노총 실력 없지만, 결국 아줌마들이 이겼다")에 대한 민주노총의 반론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다음은 18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이다.

"민주노총의 역사 돌아봐도 이런 연대는 없었다"

▲ 이용식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이랜드 투쟁을 놓고 "민주노총 역사상 이런 연대는 없었다"고 했다. 최선을 다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단위노조의 투쟁은 전적으로 단위노조의 책임이고 연대는 투쟁의 상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이랜드 투쟁 이후 나온 언론 보도에 대해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나?

이용식 : 510일을 평가하면서 언론이 한 쪽에 편향된 보도를 많이 했다. "민주노총이 외면했다"는 것은 전적으로 오해다. 단위노조 투쟁을 총연맹이 받아서 한 적은 처음이었다. 전국적으로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200곳 이상에서 꾸준히 집회를 했다.

유례없이 단위노조 투쟁을 안건으로 대의원대회까지 열었다. 60개가 넘는 장기투쟁 사업장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지만 10억 원 이상의 생계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석행 위원장을 포함해 이랜드 건으로 18명이 구속됐다. 민주노총에 청구된 손해배상액만 110억 원이 넘는다. 이미 떨어진 벌금은 91명에게 총 1억 원 이상이고, 앞으로도 수억 원의 벌금형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의 역사를 돌아봐도 이런 연대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이 실력이 없다'고 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1년 전에 가능했던 합의안, 최종 합의보다 못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이랜드 투쟁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인가?

이용식 : 교섭권과 투쟁의 지휘가 분리돼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연대는 민주노총이 하는데, 교섭권은 여전히 이랜드노조와 뉴코아노조가 가지고 있었다. 민주노총이 이상수 노동부 장관을 압박해서 교섭의 장을 열었지만, 교섭 타결의 권한은 민주노총에게 없었다. 투쟁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추석 직전 얘기됐던 안이 얼마 전 최종 타결된 합의안보다 결코 못하지 않았다. 1년이나 더 싸워놓고 그때 안보다 후퇴한 안으로 타결했다.

프레시안 : 2007년 추석 당시 의견이 모아졌던 합의안 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이용식 : 당시 막판 쟁점은 해고자 범위였다. 회사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고, 노조는 '해고자 수를 확실히 정하자'고 했다. 그 외에 비정규직 고용도 보장하기로 했었다.

물론 최종 합의안이 평가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이랜드 투쟁을 책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면서 내부에서는 "다시는 단위노조 문제에 총연맹이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투쟁 과정에서도 "개입할 거면 교섭권까지 받아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꾸준히 나왔었다. 그런데도 "해결될 때까지 총연맹이 투쟁을 책임졌어야 한다"는 얘기는 문제가 있는 발언이다.

김경욱 위원장이 민주노총의 실력 부족 얘기는 하면서, 악질 자본인 이랜드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없지 않나.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프레시안 : 김경욱 위원장은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에 대해 서운한 것이 많은 듯한데, 이유가 무엇일까?

이용식 : 김 위원장은 노동운동에서의 기본 원칙을 과도하게 생각하고 있다. 투쟁의 모든 책임은 단위노조다. 연대는 상수가 아니다. 투쟁을 할 때 자기 실력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없이 과도한 기대를 하게 되면 헛된 희망을 품게 된다. 연대 동력은 자기 실력으로 볼 수 없다.

"투쟁의 모든 책임은 단위노조…연대는 상수 아니다"

프레시안 : 하지만 정규직노조의 투쟁과 비정규직의 투쟁은 기본적으로 성격과 구조가 다르다. 비정규직 투쟁은 연대의 힘없이 혼자서 싸울 경우 백전백패 아닌가? 이랜드의 경우도 '꾸준한 연대의 힘'이 승리의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가 많다.

이용식 : 동의한다. 다만, 연대를 주동력으로 생각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이석행 위원장이 조합원들에게 "이랜드 투쟁 승리 못하면 민주노총 깃발을 내리겠다"고 약속했던 점이 민주노총에 대한 서운함의 한 원인 아닐까.

이용식 : 위원장은 정치적으로 그런 발언 할 수 있다. 그것을 문제 삼아 민주노총을 비판하는 단위노조 위원장은 이제껏 한 번도 없었다. 시작부터 자체적 판단으로 벌인 투쟁이다. 기륭전자는 1000일 넘게 싸워도 거기서 민주노총 공격한 적 있나.

민주노총의 역할은 불매운동, 이랜드 퇴출 등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다. 민주노총이 더 할 수 있는데 안 한 것이 아니다. 공정한 평가라고 볼 수 없다.

▲ "민주노총의 역할은 불매운동, 이랜드 퇴출 등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다. 민주노총이 더 할 수 있는데 안 한 것이 아니다. 공정한 평가라고 볼 수 없다." ⓒ프레시안

"정부가 총고용 보장하면 민주노총도 결단 내릴 수 있다"

프레시안 : 다른 얘기를 해보자. 경제 위기 가운데 내년이 민주노총 뿐 아니라 전체 국민에게 살기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 이에 맞선 민주노총의 계획은 무엇인가.

이용식 :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내년 3월 전까지 전 조직이 모든 투쟁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다. 시기 집중이 아닌 상시투쟁체제로의 전환이다. 지난 1998년처럼 단위노조별로 싸워선 안 된다. 최저임금법, 비정규직법 개악에 대해서는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벌인다.

프레시안 : 10년 전에도 통일된 대응이 쉽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정규직보다 미조직 비정규직부터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자기 고용도 불안한 정규직들이 나서서 함께 싸우기란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이용식 : 구조조정은 성격상 단위노조 문제로 치부될 가능성이 많다. 97-98년 투쟁도 그랬다. 반성을 많이 했다. 이번에는 1월 단위노조 대표자수련회와 대의원대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조합원을 교육할 것이다. 라디오 광고도 생각하고 있다.

프레시안 : 외부에서는 민주노총의 요구가 너무 백화점식 나열이라고들 한다. 한 가지에만 집중한다고 하면 무엇이 제일 중요한가?

이용식 : 총고용 보장이다. 총고용을 정부가 보장해주겠다면 민주노총도 그에 상응하는 결단 내릴 수 있다.

"사회적 대화? 필요성 인정한다…노사정위 아닌 형태 연구 중"

프레시안 :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거리 투쟁 외에 정부와의 대화도 필요한 것 아닌가? 사회적 대화에 대한 입장은?

이용식 : 지금의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대화는 안 한다. 정부에 들러리 서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 인정한다. 그 통로를 연구해 정부에게 요구할 계획이다.

프레시안 : 이석행 위원장 구속 이후 보궐 선거 없이 직무대행 체제로 이어갈 계획인데, 내년에는 위원장 직선제가 있다. 일부에서는 위원장 직선제로 인해 하반기에 민주노총이 아무 것도 못 하는 상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용식 : 실무 책임자 입장에서는 직선제가 아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해야 하지만 그런 우려는 인정한다. 그러나 상반기 정세가 어렵다면 자율적으로 차기 집행부를 단일화하는 방안도 모색될 것으로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에 차기 위원장을 누가 하는지는 핵심 문제가 아니다. 그 정도의 자율기능은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

내년은 그 어느 때보다 내부 단결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진보정당 통합도 주도적으로 추진해나갈 생각이다. 그런 측면에서 만일 조합원 다수가 직선제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면 대의원대회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고민이 나오고 다시 판단하게 될 것이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얘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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