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합법적 권리로 범죄가 아닌 파업에 대한 부당한 탄압"이라며 비난했고, 한국노총도 7일 성명을 통해 "정부의 잘못과 책임을 전가하려는 몰염치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도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취임 초부터 대화에 무게를 실어 왔던 이석행 위원장을 변하게 한 것은 변하지 않는 정부 때문"이라고 이명박 정부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석행 위원장과 20년 지기다. 이 두 사람은 지난 2007년 한 해 동안 노동계의 '양대 수장' 자리에 있었다. 이 전 위원장은 이석행 위원장의 체포 소식을 듣고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찾아가 이 위원장을 면회했다. 한국노총 관계자 가운데 이 위원장을 면회한 이는 이 전 위원장이 유일하다.
이용득 전 위원장은 "좋아하는 후배여서"라고 설명했지만, 이 행보에는 현 정부의 일방적 독주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다. 노동계 무시로 일관하는 현 정부에 대해 생각이 많은 듯 한, 이 전 위원장과 짧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이명박 정부 아래선 어느 운동가도 변할 수 없다"
이용득 전 위원장은 이석행 위원장에 대해 "합리적이고 대화를 중심으로 하는 사람"이라라며 "나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도 상당히 자제해 왔지만 (이 위원장이 자기 소신을 밀어붙일) 상황을 (정부가) 마련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지난 여름 '촛불 총파업'을 하고 대정부 투쟁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결국 현 정부에 원인이 있다는 얘기였다. 위원장 재직 시절부터 "노동운동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던 자신의 신념이 변한 것일까? 그는 아니라고 했다.
"노동운동도 변해야 하지만 정부도 변해야 한다. 정부는 안 변하면서 노동운동에만 변하라고 할 수는 없다. 과거의 구시대적인 잣대로 총연맹 위원장을 체포하고 구속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그런 식으로 나오면 어느 운동가도 변할 수 없다. 상대는 변하지 않는데 계속 나만 변하겠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어용'이다."
정치 파업에 대해 불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정부의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곳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정부의 지금같은 태도는 오히려 경제 위기 한 가운데서 노정 갈등만 증폭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합리적이고 대화를 시도했던 위원장을 정부가 구속시켜 감옥에 놓으면 그 후임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투쟁뿐이다. 그래서 더 이석행 위원장을 석방해야 한다. 중앙 노총 위원장을 파업했다고 구속하는 것은 다른 나라 보기에도 창피한 일이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에 대해서도 "(요즘 같아선) 노동부가 왜 존재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정책연대 파기? 조합원에게 다시 물어야 한다"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은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이 정책연대를 맺을 당시 위원장이었다. ⓒ프레시안 |
"조합원이 선택한 것이다. 파기든 유지든 조합원이 다시 선택해야 한다. 현 정부가 너무 일방적이지 않냐, 조합원에게 물을 수는 있다고 본다. 그렇게 결정해야 파괴력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벌써 공공부문에 대한 10% 인력 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는 다 없애고 대신 저임금의 '질 나쁜 일자리'로 일자리 숫자만 채우려는 심산인 듯하다. 이 전 위원장은 "구조조정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현 정부의 단순한 사고가 문제"라고 말했다.
"기업이 어려우면 임금을 조금 삭감해서라도 전 직원이 같이 가는 것이 낫다. 노동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야하는 것이다. 대량 구조조정은 그대로 가정의 불안에 이어 사회의 불안으로 확대된다. 이런 정도의 사고로는 선진화 사회로 갈 수 없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공천에서 탈락한 이후 금융노조 상임고문 외에는 별다른 대외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쉬고 있다. 그의 머릿속에는 무슨 구상이 들어 있을까? 향후 계획을 묻자 "이런 저런 생각 중인데 아직 정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정책연대에 대한 한국노총의 '희망'과는 관계없이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현 정부의 태도가 그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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