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화증권은 <2009년 해운업종(벌크선) 전망-가을 없는 겨울의 시작>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와 같이 전망했다.
이원종 연구원은 "현재 800포인트대에 불과한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 수준으로는 선박 운영에 필요한 변동비도 회수하기 어렵다"며 "현재 수준의 BDI 약세가 지속된다면 내년 2분기를 시점으로 중소형 해운사들의 파산 신청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은 두 단계로 나뉘어서 진행될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1단계로 적어도 운임이 선박 운항에 필요한 수준까지는 회복될 때까지 구조조정이 이어진 다음 2단계로 비현금 지출을 제외한 비용 확보 가능선까지 추가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이라고 했다.
BDI는 런던의 발틱해운거래소가 지난 1999년부터 발표한 건화물(곡물, 석탄, 철광석 등 원재료) 시황을 나타내는 수송서비스 가격지수다. 건화물을 실어나르는 배가 벌크선인 까닭에 BDI는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지난해 조선업 호황기와 맞물려 들어온 투기자금의 영향으로 1만1000선을 넘어서기도 했던 BDI는 현재 800선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운송업체가 운임수수료로 100원을 받았다면 현재는 10원도 받기 어렵다는 말이다.
보고서는 해운업계가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내년 세계 경제가 극심한 부진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벌크물동량성장률은 세계 실질GDP성장률과 부침을 나란히 해왔다. 내년 세계 경제가 부진을 겪는다면 자연스럽게 물동량 감소로 이어지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수정 세계 경제전망 자료에서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0.7%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유로지역은 -0.5%, 일본은 -0.2%로 역시 부진해 세계 경제성장률도 2.2%에 불과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해운업계 움직임은 세계 실질GDP성장률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업종의 특성상 경기변동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번 세계적 금융위기에 따른 성장률 둔화 여파가 내년 해운업계에 고스란히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요인이다. (자료 : 한화증권 제공) ⓒ프레시안 |
특히나 세계의 생산기지로 불리던 중국마저 긴축 성장세에 접어든 게 해운업계 불황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미 중국 주요 항만의 경우 원재료 재고분이 갈수록 늘어나 적정재고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도 많아 신규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는 자연히 해운업계 위축으로 이어진다.
이원종 연구원은 "지난 2000년 이후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던 중국 조강 생산량 증가율이 지난달 전년대비 17.0% 줄어드는 등 이미 중국 철강사가 경기위축에 따른 감산에 나서고 있다"며 "철강 생산 감소와 더불어 중국 제조업 경기 위축에 따른 석탄 수요 감소 등이 해운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지난 경기 호황기 폭발적으로 늘어난 선박 발주 물량에 따라 내년에는 새 선박 공급이 쏟아질 것으로 보여 해운업계의 시련은 더 깊어질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클락슨 자료에 따르면 내년과 2010년 벌크 선복 공급량은 각각 6600만DWT(재화중량톤수, 연료를 포함해 선박이 적재할 수 있는 무게), 1억800만DWT로 전년대비 15.5%, 22.0% 증가할 것"이라며 "이는 연평균 공급량의 약 2.6배, 4.3배 규모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장사는 안 되지만 미리 계약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장사를 위한 물건은 울며겨자먹기로 해운사가 사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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