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지난 17일 저녁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두 당 대표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23일 "당 대표 취임 직후 인사를 나눈 것 외에는 별도로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던 차에 한 번 만나자고 하던 차에 시간이 돼서 만난 것일 뿐"이라며 "배석자 없이 한 시간 정도 밥을 먹는 자리였지 정치적 사안에 대해 깊은 얘기가 오가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측에서도 "박 대표가 정기국회 예산 처리와 관련한 협조 요청 정도는 있었을 것"이라는 수준에서만 당시 회동을 설명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그러나 정가에서는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영장 문제, 한미FTA 처리 문제, 개각 방향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가 오갔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 대표가 박 대표에게 김 최고위원 문제에 대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고, 박 대표는 "청와대 등에 불구속 수사 요청을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박 대표는 종합부동산세 개정과 관련해 민주당 측의 의견을 상당수 반영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하는 한편, 정기국회 예산안 심사, 한미FTA 처리 등에 대해 정 대표에게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두 대표의 회동에 '소외된' 자유선진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이명수 대변인은 "여야 대표가 만나 국정현안을 논의하고 협력하는 것은 바람직할지언정 탓할 일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특정 정치인의 신상문제와 중차대한 국정현안을 서로 흥정하려 했다면 그것은 지나친 직권남용이자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막중한 국정현안을 놓고 법과 원칙을 벗어난 밀실흥정을 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만찬회동을 한 진의가 무엇이고, 또 구체적인 논의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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