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교수(경원대 경제학)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주최 정책포럼에서 "진보세력도 성장을 너무 무시하지 말고 복지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성장친화형 진보'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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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가 제시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은 건설투자와 같은 '비숙련 노동자' 양산 산업이 아니라, 사회 안전망과 교육을 통한 희망을 키우는 것이다.
홍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섬마을 아이에서 대통령까지 되는 등 우리나라에도 신화가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 무의도 아이들에게는 그런 희망을 줄 수 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아무도 이와 같은 '개천의 용'을 꿈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시 교육이 큰 문제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육에 관심이 많지만 주로 대학 이전의 교육만 논쟁이 된다"면서 "유럽 등은 이미 대학 이후의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에 대해 많은 논쟁을 하고 투자를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투자는커녕 논의도 없다"고 비판했다. 대학 가기 위한 다툼만 하는데 정작 고등교육을 통한 양질의 인재 육성 자체 토대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후진국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 교수는 "우리가 인적자원을 충분히 개발하면 상위권으로 들어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중국 비숙련 노동자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교수가 보기에 우리나라는 비정규직 확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비숙련 노동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대기업 숙련 노동자가 100만 명이 채 안 되는데, 나머지는 중국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들과 경쟁하게 되고, 결국은 이들의 임금도 하락해 성장이 저하되며, 성장이 하락하면 또다시 건설투자에 매진해 비숙련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는 악순환을 거듭하다 후진국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섬뜩한 전망이다.
홍 교수는 "이미 중국의 최고인력의 수준은 우리나라를 따라잡았다"며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 세계 어느 위치에 들어갈 것인지는 인적자원 개발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벤치마킹 대상으로 노동정책은 '덴마크', 교육정책은 '핀란드'를 꼽기도 했다.
홍 교수는 또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 사람들을 보다 공격적으로 만든다"며 사회안전망 구축도 '성장'의 주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벤처에 투자했다가 망할 경우 평생 거지로 살아야 한다면 누가 벤처에 투자를 하겠느냐"며 "투자했다 망해도 최소한 자식 교육은 책임져 줘야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가 제시하는 '성장친화형 진보'는 복지의 효율적 지출을 전제로 한다. 다리를 하나 지을 때도 비용과 편익을 분석해 편익이 높으면 다리를 짓는 것과 마찬가지로, 복지에서도 자원이 한정돼 있을 때 기초생활보장을 늘릴 것인가, 등록금 차등제로 고등교육에 쓸 것인가, RND투자에 쓸 것인가에 대해 효율성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복지가 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직접적으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길이 쉽지만은 않다. "큰 호텔을 하나 지으면 눈에 금방 들어오지만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시적 성과'를 중시하는 정치인들은 호텔을 선호한다. 그렇기 때문에 눈에 잘 안 보이는 복지의 성장 효과를 규명해내고 이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홍 교수는 "세계화로 인해 경쟁이 치열한 경제환경에서 성장이나 번영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제전략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며 "성장친화형 진보 정책은 '진보는 무능하다'는 선입견을 불식시킬 수 있는 전략으로 이제 당위의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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