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외에도 의자에 앉아 출근을 포기해야하는 구간이 있다. 서울 외곽에서 도심부로 진입하는 길목인 인천-신도림 구간(지하철 1호선), 대화-종로3가 구간(3호선), 당고개-동대문운동장 구간(4호선) 등이 대표적이다.
특정 지하철 구간이 이처럼 붐비는 원인이 통계적으로 입증됐다. 지난 수년 간 서울 외곽 도시 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서울 북부 유입인구의 상당수를 경기도 고양시에서, 남부는 성남시에서 차지했다. 18일 통계개발원이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한 <한국의 인구·주택>에 실린 내용이다.
사람들이 다시 수도권에 몰린다
책자에 따르면 지난 2000년~2005년 사이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이 다시금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수도권 인구 증가분이 전국 인구 증가분의 76.3%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이 비율은 최근 5년 간 123.5%로 증가했다. 경기 침체를 어느 정도 벗어난 후 수도권에 터를 잡는 사람의 수가 전국 평균의 1.2배에 달했다는 소리다.
수도권이라고 모든 지역에서 인구가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전국에서 차지하는 서울 인구 비중은 지난 1990년부터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1990년에서 1995년 사이 서울 인구는 38만2000명이 줄어들었으며 1995년에서 2000년 사이에도 33만6000명, 2000년에서 2005년 사이에도 7만5000명이 서울을 떠났다. 다만 2000년 이후 인구 감소 추세는 예전에 비해 둔화됐다.
대신 서울 인근 신도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경기·인천 인구증가분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6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해 1990년에서 1995년 사이 165.6%에 달했다. 1990년대 말 잠깐 감소추세를 보였으나 최근 5년 간 다시 130.1%로 커졌다. 이 기간 경기·인천에 새로 유입된 인구 수는 148만7000명에 달했다.
엔간한 지방 시 전체 인구의 세 배가 넘는다. 강원도에서 가장 큰 도시인 원주시는 올해 들어서야 시 인구가 30만 명을 겨우 넘었다. 경북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포항시 인구는 50만 명을 겨우 넘는다.
▲출근길 지하철은 항상 붐빈다. 서울에 직장을 가진 이는 매일 아침, 저녁마다 '콩시루'가 되기를 각오해야 한다. 너무 익숙해진 풍경이다. ⓒ뉴시스 |
경기-서울 출근길 붐비는 이유? 고양, 성남 사람 많아서
출근길 서울 외곽 지역에서 서울 중심부로 진입하는 지하철 노선의 사람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이처럼 경기도 인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북부로 들어오는 사람 중 상당수가 고양시에서, 남부는 성남시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산, 분당 등 지난 수년 간 신도시 붐으로 땅값이 급등한 곳으로 사람이 몰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서울 강남으로 들어오는 사람 중 약 8%는 성남시 사람이다. (자료 : 통계개발원 제공) ⓒ프레시안 |
서울 내에서는 노원구가 대표적 베드타운(도심에 직장을 가진 사람의 주거지역)으로 나타났다. 노원구 인구는 종로구 유입 인구의 6.02%, 중구 유입 인구의 5.22%, 성동구 유입 인구의 5.89%, 동대문구 유입 인구의 8.07%를 차지했다. 노원구는 신도시 개발 후 새로 개발 호재를 타며 인구가 집중된 대표적 지역이다.
외곽에 사는 이들이 몰려 특정 지하철 구간이 붐빈다는 사실은 <한겨레21>이 지난해 9월 조사해 보도한 기사 '가자 출근길, 굽이굽이쳐 가자'에서도 드러난다. 기사에 따르면 출근 시간 성남 인구가 환승하는 잠실역 인구는 1만9000여 명으로 나타나 신림역에 이어 가장 혼잡했다. 인천·부천 등 서울 서부지역 인구가 유입되는 부천·송내·신도림역이 각각 3, 4, 5위를 차지했으며 서울 북부 인구가 들어오는 수유·쌍문역이 6, 8위로 나타났다.
출근 시간 수도권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버스노선 역시 통계개발원 조사결과를 뒷받침했다. 월계동 인구가 강남권으로 이동하는 147번 노선 이용자가 9678명으로 가장 많았고 정릉-개포동 구간을 달리는 143번 노선 이용자가 그 뒤를 이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