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의 현재적 흐름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메가박스 일본영화제가 12일부터 16일까지 닷새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다. 올해로 3회째인 이번 영화제에서는 총 17편의 영화들이 선보인다.이 가운데에는 우에노 쥬리 주연의 <행복의 스위치> 등 최신작들이 있는 가 하면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을 영화로 만든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나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을 영화화한 <키친> 등 1980년대 후반의 작품들도 섞여 있다. 17편의 영화는 `소설,영화를 만나다`와 `일본영화의 새로운 힘' 등 두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상영되며 개막작은 와타나베 켄사쿠 감독의 영화로 최근 일본에서 새로운 스타로 급부상중인 아라가키 유이 주연의 <플레이 플레이 걸>이 선정됐다. 프레시안에서는 일본영화를 넘어 일본문화, 일본 그 자체를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이 영화들의 리뷰를 데일리 형식으로 게재한다. - 편집자 |
. 플레이 플레이 걸 감독 와타나베 켄사쿠
주연 아라가키 유이
일본만큼 집단과 개인의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나라도 없다. 한때 광기의 집단주의 곧 군국주의와 파시즘의 시대를 보냈던 일본은 전후엔 그 반대로 '전공투(全學共鬪會議 : 196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일본 전역의 학생운동조직을 일컫는 말)'라는 사상단체의 어두운 그늘을 겪어야만 했고 그 엄청난 파고 이후에는 철저한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사회로 변질됐다. 이후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 요시모토 바나나 등의 작가나 재일교포 작가 류미리 등이 큰 인기를 모았던 것은 그 같은 사회상의 변화를 반영한다. 일본사회는 늘 조직이냐, 개인이냐를 놓고 고민해 왔으며 그 중간지대의 균형점을 찾지 못해 방황해 왔다. 작금에 일본사회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묻지마 살인'은 지나친 개인화로 인한 히키코모리(은둔형 인간)의 양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사회는 이걸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플레이 플레이 걸>은 한 고등학교 응원단의 유쾌한 소동극을 그린 얘기처럼 보이지만 양파껍질마냥 그 속을 한꺼풀 한꺼풀 벗기고 들어가면 지금의 일본사회를 바라보는 영화작가들의 고민의 흔적이 발견되는 작품이다. 파편처럼 고립돼 살아가는 일본사회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영화속 응원단의 아이들처럼 조금만 힘을 합치고 또 나보다는 나 아닌 다른 사람, 개인보다는 사회와 국가를 생각하면 된다는 이념이 조심스럽게 숨어 있다. 이건 마치, 고등학교 사회라는 조그마한 우주를 통해 새로운 일본사회 건설이라는 큰 우주를 얘기하려는 태도처럼 느껴진다. 버락 오바마도 '예스 위 캔'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지 않았는가. 하지만 뭐, 그런 얘기는 일단 믿거나 말거나다. 이 영화는 한바탕 여름밤의 유쾌한 소동극처럼 받아들여도 크게 잘못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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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기라는 이름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2학년생 모모코(아라가키 유이)가 주인공이다. 알이 큰 뿔테 안경을 쓰고 다니며 소설 책을 읽고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사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던 모모코는 어느 날 같은 학교의 유명 투수가 던진 공에 머리를 맞고 번쩍 정신이 든다.(사실은 1학년생인 그 야구선수에게 푹 빠진다.) 모모코는 곧 해체 직전의 위기에 빠진 응원단에 자진 입단, 사쿠라기 야구부가 우승하기까지 몸과 마음을 다 바친다. 현재 일본에서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청춘스타 아라가키 유이가 전형적인 일본의 남자 고등학생 교복을 입고 머리를 질끈 동여맨 채 각진 동작으로 응원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살짝 입안에 군침이 도는 사람들도 있겠다. 그만큼 그녀의 상큼한 외모는 매력적인데, 한편으로 보면 아라가키의 그런 모습이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했던 과거 일본의 욕망을 슬쩍 부활시킨 듯해서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그만큼 영화 <플레이 플레이 걸>은 양가적(兩價的)이다. 물론 다른 면으로도 볼 수 있다. 모모코의 응원단은 한마디로 '찌질이'들의 집합체다. 이 2류 학생, 3류 인생들이 보는 사람들의 기를 한껏 살려놓는다. 그렇다면 '무한도전'과 '1박2일'의 두시간판 작품인데 당연히 그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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