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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주가 500…금융시장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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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주가 500…금융시장은 죽었다"

"국민 지갑은 공권력으론 못 열어…신뢰 회복해야"

"지난해 연말 주가가 1800선으로 떨어졌을 때 1000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최근 주가가 1000선을 넘어 다소 회복했다고 하지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연기금 등을 통해 시장을 인위적으로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실질지수는 이미 500이라고 본다. 주가지수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시장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이미 예측을 포기했다. 지금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이 만드는 시장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시장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주가가 너무 빠진다 싶으면 주식을 사고, 너무 오른다 싶으면 샀던 주식을 다시 판다. 대한민국 금융시장은 문 닫은 것이나 다름없다."


시중에 '9월 위기설'이 퍼졌을 때 금융감독원은 '유동성 위기설' 등 악성 루머에 대한 일제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었다. 임채진 검찰총장도 최근 경제관련 루머를 퍼뜨려 위기를 조장하는 행위를 추적.엄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실제 증권사 직원들이 조사를 받기도 했다. '통제'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위기 주요 대응 책 중 하나다. 민경윤 전국민주금융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함구령'에 정면으로 맞섰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체감 온도가 어느 정도인지 국민들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검찰, 경찰 등 공권력을 동원한 정부, 정부의 통제를 받을 뿐 아니라 일정정도 이해관계를 같이 하기 때문에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언론 등을 통해 대다수의 국민들이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 7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제66차 노동포럼 '현장에서 바라본 경제위기와 그 해법'에서 "진짜 위기는 아직 시작도 안됐다"며 이명박 정부의 위기 대응 방식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공포의 12월'이 다가오고 있다
▲ 코스피 지수는 연기금 동원 등 정부의 방어 노력에도 불구하고 쉽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의 한국시장에 대한 불신은 여전해 매도세가 계속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최근 300억 달러 한도의 한미 통화스왑 협정 체결로 위기의 한 고비를 넘긴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현장 곳곳에서는 '빨간 불'이 켜져 있다.

A은행은 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했고, B은행은 은행채 매입이 전혀 안 된다. 증권사들은 '펀드런' 우려 뿐 아니라 은행권의 콜자금 지원 중단으로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ELS(주가연계증권) 등 파생상품을 통해 일부 연기금도 크게 손해를 봤다. 금융권만이 아니다. 현재 국내 자동차업체 중 상당수가 공장의 절반만 가동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포의 12월'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9월 위기설'의 근원이었던 외채가 대부분 3개월에서 1년 미만으로 만기연장이 됐다. 12월이 만기인 은행권의 외채 규모가 800억 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들은 12월 결산법인이므로 이때까지 모든 부실을 털어내야 한다. 연말에 BIS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당장 경영 압력이 들어갈 것이다. 정부가 은행들에게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윽박질러도 은행들이 말을 듣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BIS 비율은 국제결제은행이 정한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다. 높을수록 경영상황이 좋은 것이며, 통상 10%가 넘어야 우량은행으로 분류된다. 지난 3분기 국민은행이 지주사 전환 등으로 BIS비율이 9.76%로 떨어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2분기 12.5%에서 3분기 11.9%, 외환은행은 2분기 11.56%에서 3분기 10.64%, 기업은행은 10.49%에서 10.15%로 떨어졌다.

"금융당국에서는 '미국발 위기'라는 외생 변수 때문에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외채 만기가 특정한 시기에 집중돼 있는 것조차 조정하지 않을 정도로 관리감독에 소홀했다. '9월 위기설'은 금융감독원이 은행권 외화만기 분산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도 금융당국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규제완화'를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시장에 대한 현 정부의 신뢰가 바닥 상태인 상황에서 규제완화는 금융시장 통제 불능의 상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처방책으로 각국이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만 '나홀로 규제완화'에 나설 경우,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의 공격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한국이 헤지펀드의 공격목표가 될 가능성에 대해선 <블룸버그>의 경제칼럼니스트인 월리엄 페섹도 주장한 바 있다.

자산버블 20-30% 하락 용인해도 금융부실 안 온다
▲ 민경윤 위원장. ⓒ프레시안

민 위원장은 한국경제가 주식 및 외환 등 자금시장의 극심한 혼란에 이어 부동산 등 자산거품이 붕괴 조짐을 보이는 '2단계 위기'로 접어들었다면서 이런 거품붕괴가 은행과 증권 등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서서히 거품이 빠지는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집권 후 이제까지 6번이나 부동산 관련 대책을 발표하는 등 무슨 수를 쓰더라도 부동산 거품 붕괴만은 막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이런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책은 급작스런 거품 붕괴로 '경착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는 "자산 거품이 20-30% 정도 빠지는 것을 용인해도 금융부실을 야기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정부가 자산 디플레이션을 억지로 막으려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제2의 카드대란'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미국에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후 2번째로 '신용카드발 위기'가 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05년 급증했던 주택담보대출이 내년부터 원금을 갚는 시기다.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일부 은행이 만기를 연장 안해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대출자들이 일단 가용 유동성 자산을 다 매각하고, 그것으로도 안 되면 카드를 통해 일단 메꿀 것이다. 그래서 카드 대란이 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번에 카드 부실 사태가 나면 2003년 카드사태에 비해 훨씬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금융지주사를 통해 카드사가 은행과 합병돼 있다. 카드사가 부실해지면 은행 부실로 이어진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위기 대응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신뢰회복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펀드를 사겠다고 공언한 날 주가가 1387.75였다. 그 뒤 주가가 300포인트 넘게 빠진 셈이다. 왜? 주식은 내 돈으로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라도 강제할 수 없다. 정부가 촛불집회는 검찰, 경찰 등 공권력을 동원해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지갑'은 공권력으로 열 수 없다. 신뢰로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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