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청소미화 비정규직 노동자 101명이 7일 오전 3년간 밀린 임금 3억5000만 원을 받게 됐다.
이는 원청 사용자로서 체불 임금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던 연세대학교가 나서서 해결된 것. 이런 연세대학교의 대응은 그동안 비정규직 임금체불이나 고용 문제에서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책임을 돌리며 회피해 왔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이를 놓고 민주노총 공공노조 연세대 분회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7일 성명서를 내고 "늦은 감은 있지만, 연세대학교가 원청 사용자로서 체불 임금을 내놓은 것은 우리 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라고 환영했다.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 8개월간 '싸워서' 얻어내다
연세대 청소미화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조합, 연세대 학생은 지난 8개월간 학교 측에 체불 임금 지급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연세대는 용역업체와 노동자 사이의 문제라고 책임을 회피했었다.
연세대는 폐업한 용역업체 '명신개발'로부터 받은 3억5000만 원을 학교발전기금이라며 밀린 임금과는 상관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이 돈은 노동자들의 체불 임금과 같은 액수여서 논란이 됐었다(☞관련 기사: 연세대, 비정규직 일방 해고…"경비원 필요 없다"). 연세대는 결국 이 입장을 바꿔 7일 이 돈을 용역업체에 돌려줬다.
공공노조 연세대 분회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청소미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체불 임금을 받아 내는데 무려 8개월이 걸렸다"며 "나이 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세대학교 본관 앞에서 수없이 집회를 하고, 노동청에 쫓아가 체불 임금을 받아달라고 항의농성을 하는 등 고생 끝에 이룬 성과"라고 밝혔다.
"이번 일은 노동조합과 학생들의 연대로 가능했다"
연세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례는 그동안 다른 비정규직들의 임금 체불, 해고 사례와 다르다. 대부분 비정규직은 일방적으로 해고되면 복직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체불 임금도 떼이기 일쑤다. 그러나 연세대는 지난 17일 공학관 비정규직 경비원 12명을 해고한 지 1주일 만에 복직시켰고, 이번 체불 임금도 해결했다. (☞관련 기사: 해고된 연세대 비정규직 경비원 12명, 전원 복직)
박진현 공공노조 서울본부 조직국장은 이를 놓고 "노동조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조합이 없었더라면 연세대 비정규직 노동자는 시간 외 수당 등이 지급이 안 된 것도 모른 채 임금이 체불됐는지 몰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국장은 노동자, 노동조합과 연세대 학생과의 연대의 힘을 강조했다. 이상선 공공노조 서울·경기지부 부지부장도 "학생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쉬는 쉼터를 방문하며 신뢰를 쌓았다"며 "노동자들의 노동으로 혜택을 보는 학생들이 나서서 이들을 인정하고 연대했기에 연세대를 움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 사례를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
실제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활동한 연세대 동아리 살맛의 김대훈(25) 학생은 "문제가 해결돼서 너무 기쁘다"며 "원청에서 체불 임금을 나서서 해결해 준 적은 없었는데, 연세대가 그렇게 해줘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세대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도 이렇게 직접 나서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연세대 총무처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 일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며 "자신들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끝까지 관련을 부인했다. 이날 오전 11시 연세대 다른 총무처 직원 2명이 서울지방노동청에 와서 노동부 입회 아래 용역업체에 3억5000만 원을 수표로 건넨 걸 염두에 두면 이례적인 반응이다.
이런 연세대의 반응은 사용자로서 원청 책임을 끝까지 회피하려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현행 노동법 상에는 '용역업체와 노동자 간의 문제는 용역업체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돼 있다.
박진현 조직국장은 "노동자의 노동 혜택은 사용자가 누리면서 임금 체불과 같은 사태에 책임을 지지 않는 현상이 연세대를 계기로 원청이 책임지는 방식으로 바뀌었으면 좋겠고, 현행 노동법을 개정하는 데까지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