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새벽 검거돼 현재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박원석, 한용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등 5명과 관련해 경찰이 '화투판' 운운하며 황당한 '화투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등 일부 언론은 경찰의 말만 그대로 옮겨 이날 수배자들이 강원도 동해시 한 호텔에서 검거될 당시 "화투를 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수배자 가운데 1명이 1층 호텔 프런트를 찾아와 '화투'를 달라고 요구했고, 여종업원 A씨가 이를 거절하자 이 수배자가 밖으로 빠져나갔다"는 것.
이 보도를 보면, 이 수배자가 빠져나간 뒤 강력계 소속이라는 경찰이 A씨에게 "방금 나간 남자의 일행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고, 경찰의 등쌀에 A씨가 개인용으로 가지고 있던 화투를 수배자에게 가져다주며 인원 수를 경찰에 확인해 줬다는 것. 결국 경찰은 이 '화투'의 도움으로 이들을 전원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경찰의 말을 토대로 <연합뉴스> 등은 "촛불 집회 수배자들, 검거 당시 '화투판'"이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나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검거된 수배자의 변호인은 "사실이 아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찰에 대한 비난, 화투 조작 사건으로 돌리고 싶었나?"
국민대책회의는 수배자들을 접견한 변호사의 설명을 토대로 이렇게 설명했다.
"전국적인 감시망이 삼엄하게 가동되는 상황에서, 수배자들은 숙박시설 근무자의 눈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 5명이 관광지 근처 숙박 시설에 투숙할 때, 보통의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고민했으며, 그에 따라 일부러 카운터 근무자에게 찾아가 화투를 요청한 것이다."
처음 프런트에 화투를 요청한 게 철저히 '위장용'이었다는 얘기다. 대책회의는 더 나아가 "이번 '화투' 사건은 경찰의 의도된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3일과 5일 준비했던 수배자 공동 기자 회견이 무산된 이후 다음 계획을 고민하기 위해서였다. 한가하게 화투를 칠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
대책회의는 "경찰이 촛불 수배자 연행을 계기로 경찰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촛불 탄압 비판 여론이 다시 한 번 크게 일어날 것을 우려해 국민의 시선을 화투로 유인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검거된 수배자 5명의 변호인으로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 7명이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촛불 시위의 정당성 및 집시법의 위헌성 여부에 대해 재판정을 상대로 강하게 피력할 계획이다.
검거된 이들은 현재 경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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