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전도사를 자처하는 추부길 목사님.
대운하 건설은 매국행위입니다. 목사님이 기분 나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표현을 부드럽게 달리 한다 해도 대운하건설을 매국행위라고 보는 저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하나 짚고 넘어가지요. 목사님은 4일 "건설업이 우리나라 GDP에서 30%를 차지하고 있다"(평화방송 인터뷰)고 말씀하셨는데 근거나 출처가 없는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 30% 아니라 6.5%에 불과
2007년 우리나라 총GDP는 901조원, 소비는 624조원, 투자는 265조원, 수출은 411조원입니다. 그리고 투자 중에서 설비투자가 80조원, 건설투자가 163조원입니다.
국민계정에 대하여 잘 모르는 상당수 경제관료들과 기자들이 단순히 건설투자액 163조원을 총GDP 901조원으로 나누어서 0.181이라는 수치를 산출하고 건설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1%라고 우기기도 합니다만 그것은 공부가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소비, 투자, 수출의 경제성장기여도라는 것은 소비, 투자, 수출이라는 최종수요를 분모로 놓고 계산하는 것이 옳은 것입니다. 2007년 최종수요는 소비 624조원, 투자 265조원, 수출 411조원을 합친 1330조원이고 이 중 건설투자는 163조원이므로 건설투자가 최종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3%가 되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계산해야 옳은 것이냐. 우리나라 경제는 소비, 투자라는 국내 수요와 수출이라는 해외수요가 있어야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건설투자가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도 아니요, 18.1%도 아니요, 12.3%라고 보는 것이 합당합니다.
그러나 12.3%라는 수치도 정확한 수치는 아닙니다. 단순히 이것은 소비, 투자, 수출액수가 최종수요 총액 중에서 몇 %를 차지하는지를 나타낼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 중에는 더 생산적인 수요도 있고 덜 생산적인 수요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건설업의 비중을 부가가치 창출 측면(생산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부가가치 창출 측면에서 살펴보면 2007년 우리나라 총부가가치는 798조원, 그 중에서 건설업의 부가가치는 52조원이므로 우리나라 GDP에서 건설업이 치지하는 비중은 6.5%정도 됩니다.(실질부가가치기준)
그렇다면 30.0%, 18.1%, 12.3%, 6.5%라는 네 가지 수치 중에서 건설업의 비중을 가장 잘 나타내는 수치는 어떤 수치일까. 6.5%라고 보는 것이 가장 합당할 것입니다.
"국내 GDP의 18%를 차지하는 건설업의 비중"[<파이낸셜뉴스> 11월 3일]
"우리나라 건설업의 비중은 GDP대비 8.1%, 고용의 7.9%를 차지하고 있다."[<프라임경제> 2월 18일]
위의 두 가지 기사 중에서 파이낸셜뉴스가 틀린 이야기를 하고 있고, 프라임경제가 옳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제시한 6.5%와 프라임경제의 8.1%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프라임경제의 경우에는 '명목부가가치'를 비교했고 저는 '실질부가가치'를 비교했기 때문입니다.
대운하 건설은 대한민국을 두고두고 망치는 대재앙
건설업 비중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목사님은 4일 대운하 건설과 관련하여 "국민들 일부 반대가 있더라도 집권자·대통령이라면 대한민국의 10년·20년 뒤를 생각하면서 해야 될 일은 해야 된다고 본다."(평화방송 인터뷰)라고 말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대운하 건설은 대한민국의 10년·20년 뒤를 두고두고 망치는 대재앙일 뿐입니다.
대운하 건설은 심각한 환경파괴를 가져 올 뿐만 아니라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는 재앙 중의 재앙입니다. 대운하가 건설되면 두고두고 그것이 경제성장과 국민복지증진의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매년 1조원의 돈을 허공에 뿌리는 짓을 두고두고 해야 할테니 말입니다.
우선 경부운하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MB정부는 경부운하 건설비로 14조원 내외의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 하는데 그것을 믿는 국민들은 거의 없습니다. 국책사업 건설비와 관련하여 국민들이 한두 번 속아온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건설비용이 30조원~40조원이 될 것이라 추정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 분들의 수치를 막무가내로 모두 다 과장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저는 최대한 양보하여 경부운하 건설비를 20조원이라 가정하고 그것이 가져오는 재앙의 실체를 해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경부운하 컨테이너 1개 통행료, 수백만원에 달할 것
대규모 건설투자에서 가장 중요시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금융비용'입니다. '기회비용'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대운하건설에는 수많은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참여하겠지만 어쨌거나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금융비용'입니다.
20조원이 투입되는 건설투자의 1년 금융비용은 얼마일까요? 대출금리 5%를 잡더라도 1년 금융비용은 1조원에 달합니다. 20조원의 건설비용 중에서 1~2조원을 골재 팔아서 충당한다 가정하고 18~19조원을 대출받는다 하더라도 평균대출금리가 6%라 가정하면 그것의 금융비용만 매년 1.08~1.14조원에 달합니다.
문제는 경부운하 건설이 매년 1조원에 달하는 금융비용이나마 감당할 수 있는 사업이냐 이건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아니 1조원은 커녕 1조원의 5%인 500억원의 금융비용도 충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먼저 한두 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1] 경부운하 수송 분담율이 현재의 연안해운 수준(2.2%)에 그칠 경우
최근 몇 년 간의 통계를 보면 서해안을 통해 수도권과 부산항을 오가는 수출입 컨테이너 수송량은 10만개 정도로 연평균 수송분담율 2.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향후 경부운하로 수송되는 컨테이너 수가 연평균 수송분담율 2.2%수준인 10만 개에 그친다면 이 수송량으로 1조원의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컨테이너 1개당 어느 정도의 통행료를 부과해야 할까.
1조원/10만 개 = 1000만원.
즉 컨테이너 1개당 1회 통행료로 1000만원을 부과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2] 경부운하 수송 분담율이 10~30% 수준에 그칠 경우
거의 불가능한 가정을 하나 해 보겠습니다. 경부운하 수송분담율이 10%( 컨테이너 50만개)로 올라간다면 이 수송량으로 1조원의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컨테이너 1개당 어느 정도의 통행료를 부과해야 할까. 1조원/50만 개= 200만원. 즉 컨테이너 1개당 1회 통행료로 200만원을 부과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경부운하 수송분담율 가정을 10~30%라는 전혀 불가능한 상태로 올려도 경제적 타당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경부운하 수송분담율이 20%라 해도 컨테이너 1개당 1회 통행료는 100만원, 30%라 하더라도 통행료는 66.7만원에 이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도로를 통해 수도권과 부산항을 오가는 수출입 컨테이너 수송비가 30~50만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경부운하를 이용할 경우 별도의 통행료가 66.7~1000만원에 이른다는 것은 화주들에게는 '황당함' 그 자체이지요. 대부분의 국민들이 한반도대운하 건설을 망국적인 대재앙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대운하수송, 회당 수백만원의 통행료 부담
물론 무지와 독선에 사로잡힌 일부 건설족 경제관료들과 부동산 투기꾼들은 친환경차원에서 대운하를 건설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매우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주장이 타당하려면 대운하 수송이 연안해운 수송보다 더 경쟁력 있다는 증거를 대야 하는데 그들은 100년이 가고 1000년이 가도 그 증거를 대지는 못할 것입니다.
한반도 대운하의 경쟁력의 정도를 추정해 보기 위하여 우선 먼저 연안해운의 경쟁력부터 따져보기로 하겠습니다. 어떤 이유로 우리나라 연안해운 수송분담율은 2.2%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운송시간 (현대 물류의 생명은 시간입니다.).
(2) 안개일수 (1년에 30~40일, 물류의 생명은 안정성입니다.)
(3) 결코 낮지 않은 운송비.
연안해운 수송비가 결코 낮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연안해운 수송의 경우 부대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출발지에서 항구까지 7만원(수도권과 부산권의 경우)의 별도 셔틀트럭비용이 들고 또 항구에서 도착지까지 7만원의 셔틀트럭 비용이 별도로 듭니다. 물론 수출입의 경우는 셔틀 트럭비용이 한번만 들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또 트럭에서 배로, 배에서 트럭으로 옮겨 실어야 하기 때문에 승선비,하역비 등등이 별도로 추가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유럽의 운하들을 보더라도 운하를 이용하는 경우의 물류비가 트럭이나 철도를 이용하는 경우의 물류비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연안해운을 이용하는 경우의 물류비도 마찬가지입니다.
2003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 <경인권 컨테이너 화물의 연안수송 활성화방안>에 인용된 Drewry의 연구논문 <Short Sea Container Markets(1997)>의 실제 조사 자료를 보면 '로테르담-하이델베르크간 화물운송 비용은 ▲ 내륙수운을 이용할 경우 컨테이너 1개당 416달러, ▲ 트럭을 이용할 경우 563달러, ▲ 철도를 이용할 경우 602달러'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유럽 내륙수운 이용자 부담이 트럭 이용자 부담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이유도 우리나라와 유사합니다. '로테르담-하이델베르크간 화물을 운송하는데 트럭을 이용할 경우 컨테이너 1개당 평균 ▲ 외항 항만비 48달러와 ▲ 내륙운송비 515달러만 지불하면 되지만, 내륙수운을 이용할 경우 ▲ 외항 항만비 63달러와 ▲ 내륙운송비 160달러 이외에도 ▲ 내륙항만비 53달러와 ▲ 트럭운송비 140달러가 별도로 추가 지불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반도 대운하 수송은 연안해운 수송의 이런 세 가지 약점을 고스란히 다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연안해운 수송비와는 별도로 컨테이너 1개당 수백만원에 달하는 통행료를 별도로 추가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력이고 뭐고 애초에 이야기가 안 되는 것입니다.
국민을 속이더라도 그럴 듯하게 속여야지 이렇게 황당하게 국민들을 속이려 들면 곤란합니다. 무조건 진보진영과 반대로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믿는 극단적인 수구파들은 그런 사기극에 속을지 몰라도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상식을 가진 대다수 국민들은 그런 꼼수에 속지 않습니다.
매년 낭비되는 1조원 혈세는 5만 개의 일자리를 없애는 짓
혹시라도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참고 기다리다 보면 경부운하 수송분담율은 높아진다."고 고집을 피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경부운하 수송분담율이 50%가 된다 하더라도 이 사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사업입니다.(컨테이너 1개당 통행료 40만원)
연안해운 수송분담율이 2.2%인 상태에서 경부운하 수송분담율이 50%로 오를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보통 경부운하 이용을 유도하려면 컨테이너 1회 통행료를 5~10만원 이하로 낮추어야 하는데 만약 수송분담율이 2.2%라면 1년 총수익은 [컨테이너 10만개 x 통행료 5~10만원 = 50~1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연간 9900억원의 적자를 정부가 메워 주어야 합니다.
정부가 이렇게 매년 혈세를 투입하여 수송분담율을 10% 로 올렸다 하더라도 1년 총수익은 [컨테이너 50만개 x 통행료 5~10만원 = 250~500억원]에 불과하여 역시 9500억원 이상의 적자를 정부가 매워 주어야 합니다.
더 황당한 것은 경부운하 통행료가 5~10만원으로 책정될 때 화주들이 연안해운 대신 경부운하를 이용할 가능성도 그렇게 높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경부운하 수송분담율이 낮은 상태에서 매년 1조원 가량의 적자가 발생할 때 그것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그 영향은 치명적일 것입니다. (물론 경부운하 건설 이후 부수적인 수입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부수적인 수입으로는 운영비 감당하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경부운하 건설 이후 국민들이 매년 감당해야 할 낭비되는 혈세 1조 원이라는 돈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닙니다. 1조원은 일자리를 애타게 찾는 청년들 5만 명에게 연봉 2000만원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도 있는 거액입니다. 경부운하 건설은 이런 소중한 혈세를 매년 공중에 뿌리거나 불에 태우는 망국적인 행위인 것입니다.
이 대통령 측근들은 말도 안 되는 수치 동원하며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막연한 장밋빛 희망만으로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해서는 곤란합니다. 그런 행태는 이명박 정부를 무덤으로 인도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 전체에게도 엄청난 고통을 안겨 줄 것입니다. 지금은 차분히 객관적 근거를 토대로 논쟁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하는 실수를 피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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