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오전 해외증시 급등 소식을 타고 1000선을 가뿐하게 넘는가 했으나 기획재정부의 국제통화기금(IMF) 지원 요청설과 C&그룹 워크아웃 가능성 소식이 시장에 급속히 퍼지면서 지수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2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0.19포인트(3.02%) 내린 968.97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이틀간 반등 후 다시 하락추세로 고개를 돌렸다.
오전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10% 넘게 폭등했고 나스닥지수도 급등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식시장은 개장과 함께 위로 솟구쳤다. 이 때문에 오전 코스피200선물지수가 코스피200현물지수보다 낮은 백워데이션 상태가 이어지면서 둘의 차이를 나타내는 베이시스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됐다.
이에 따라 가격이 떨어진 선물을 사고 비싼 현물(주식)을 파는 프로그램 차익매도거래가 이뤄지면서 프로그램에서 매도물량이 쏟아지기도 했다. 코스피200선물ㆍ옵션시장에는 지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하지만 오후 들어 시장은 급반전했다. "제2의 IMF가 현실화됐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소문이 확산되면서 시장이 동요하자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현재 외환보유고 수준을 감안하면 지원받을 가능성은 앞으로도 없다"고 강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한번 동요하기 시작한 시장은 쉽게 차분함을 찾지 못했다.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이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IMF 통화스왑 지원안에 대해 "어떤 조건으로 받는 것인지, 어떤 물건인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미리 안 받는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고 한 말이 뒤늦게 "앞으로 한국이 IMF에 통화스왑 지원 요청을 할 것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뜻으로 재해석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C&그룹이 금융시장 경색 여파로 워크아웃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시장은 순식간에 공황 상태에 빠져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며 고점에 비해 무려 150포인트가 넘게 폭락하는 혼란장세를 보였다.
C&그룹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시장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C&우방과 C&중공업은 조만간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C&중공업, C&우방, C&우방랜드, C&상선은 모두 하한가로 장을 마쳤다. C&그룹을 시작으로 다음 차례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공포감이 순식간에 시장을 휩쓸었다.
장이 무너지자 오전만 해도 순매도 추세를 보이던 연기금이 다시 들어왔다. 연기금은 장 막판 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매수에 나섰고, 총 1181억 원 순매수로 장을 마쳤다. 연기금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오전 한 때 2000억 원 가까운 순매수 기조를 보였던 외국인은 기다렸다는 듯 매물을 쏟아내며 손을 털었다. 연기금이 오후 들어 주식 매입에 나서면 물량을 처리하고 나가는 최근의 전형적인 패턴이 반복된 셈이다.
이날 개인도 외국인과 공조를 맞춰 오전 순매수에서 40억 원 순매도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은 129억 원 순매수, 기관은 180억 원 순매수로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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