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체제가 이전보다 개선된 질서이긴 하지만 수많은 일시적 타협을 담은 불안정한 체제이며 오늘날 거의 그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발행된 계간 '황해문화' 여름호(통권55호)에 기고한 '6월항쟁 이후 20년,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에서 2007년이 87년 체제를 넘어서기 위한 결정적인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 교수는 자신의 분단체제론에 입각해 87년 체제의 한계론 혹은 붕괴론에 대한 해답을 도출하고자 했다.
그는 "외환위기 사태로 87년 체제의 긍정적 동력이 완전히 소진됐다는 진단 또한 지나친 단순화"라면서도 "87년 체제가 말기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87년 체제의 상위 체제인 분단체제가 제대로 해체돼 더 나은 체제로 이행하려면 한계점에 도달한 87년 체제를 극복하는 일이 필수적이라는 것.
백 교수는 "한반도 평화체제 성립을 위한 국제적 여건이 어느 때보다 유리해졌고 대통령 선거, 6월항쟁 20주년이 맞물린 현 시점이야 말로 새로운 시대를 향한 결정적인 발걸음을 내디딜 계제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백교수는 "자기 쇄신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 보수 야당의 손쉬운 승리와 단순한 양적 확대에 만족하는 급진 정파들의 존재로 87년 체제의 내리막길이 더욱 길어지고 고달파질 위험도 크다"고 경고한다.
백 교수는 87년 체제 극복을 위해 필요한 노선을 '변혁적 중도주의'로 규정했다.
한미FTA 타결로 어중간한 '중도개혁' 세력의 입지가 축소된 지금이야말로 변혁적 중도주의 노선에 충실한 진보적 개혁세력의 재결집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인천지역에 기반을 둔 '황해문화'는 '글로벌 인천은 살기 좋은 인천인가'를 주제로 내건 특집에서 세계화와 지역화를 결합한 세계지역화(Glocalization)로 술렁이는 인천 지역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최병두 대구대 교수는 '지구-지방화, 메가프로젝트, 글로벌 인천'에서 오늘날 인천의 변화를 세계적 규모의 세계지역화의 자연적 과정으로 보면서도 이면에는 세계화 논리에 따른 부동산 개발과 도시공간의 상품화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인석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인천의 적극적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역시 자본중심의 도시개발에 따른 승자 독식을 우려하고 지속가능성의 모색, 구도심 문화의 성장동력화 등을 도시개발의 기본 조건으로 제시한다.
이밖에 '국수로 잇는 인천발 동아시아 네트워크'(유중하ㆍ연세대), '한국의 꾸리찌바를 선언한 창원시'(이찬원ㆍ경남대) 등 다양한 글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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