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1 건설산업 지원 대책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연중 최저점을 다시 찍었고 원-달러 환율은 다시 크게 올라 1400원선을 넘나들었다. 이날 환율은 전날에 비해 42.9원 급등한 1363.0원에 거래를 마쳤다.
2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1.51포인트(5.14%) 하락한 1134.59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3799억 원 순매도해 시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기관에서도 투신권을 중심으로 매도공세가 펼쳐졌다.
지수는 오후 들어 하락폭을 더 키웠다. 12시가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속도를 키우더니 오후 2시가 넘어서면서 결국 1100선마저 무너졌다. 코스피가 100포인트 넘게 빠지자 증권선물거래소는 오후 2시 28분 올해 들어 아홉 번째로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코스피가 1100선 밑으로 밀려난 것은 지난 2005년 8월 31일 이후 3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줄곧 1100선 근방에서 움직이던 코스피는 장 막판 연기금이 대대적으로 시장에 들어오면서 하락폭을 줄였다. 이날 연기금은 1000억 원이 넘는 순매수로 장을 떠받쳤다.
하락장이 이어지자 하루 종일 매도우위를 보이던 프로그램도 비차익거래에서 1400억 원 가량 매수우위로 방향을 틀었다. 대형주들이 대거 미리 설정된 매수목표가까지 밀려나자 자동적으로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의 약발은 단 하루도 가지 않았다. 대림산업,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건설관련주도 모두 5% 이상 주가가 빠졌다. 특히 현대건설, 현대산업 등 일부 대형 건설주는 두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다. 정부가 전날 공기업을 통한 건설업체 유동성 지원에 나서고 미분양아파트를 매입해주겠다는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건설업황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전혀 해소하지 못한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 증시 상승을 이끌던 철강주와 조선주가 날개 잃은 듯 하락을 거듭하고 있고, 최근 환율 반등에도 불구하고 IT주마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하한가 직전까지 밀려났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는 게 힘든 실정이다.
외신을 통해 국제통화기금(IMF)이 강력한 구제금융 조치에도 불구하고 유럽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데다 일본 증시 전망도 3분기 실적부진으로 암울하다는 소식이 연달아 전해져 시장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코스닥 또한 불안한 시장심리를 피하지 못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5.44포인트(4.40%) 하락한 335.53을 기록했다. 장중 한 때 330선이 무너지며 연중 최저기록을 다시 세웠다.
유럽발 악재에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모두 공황에 빠져드는 모양새였다. 니케이지수는 600포인트(약 7%) 이상 빠져 8600대로 내려앉았고 상하이지수는 다시 1900선을 위협받고 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이틀 연속 상승했다. 이날 환율은 전날에 비해 42.90원 오른 13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동안 하락기조를 보이는가 싶었으나 다시 상승쪽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라 1400원선을 다시 돌파할지가 관심이다.
채권가격 하락세도 멈추지 않아 91일물 CD금리는 6.15%마저 넘어섰다. 다만 국고채 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 이후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며칠 간 주식시장 변동폭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 베어마켓랠리(약세장 속 단기 상승)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 시장 붕괴로 아직 바닥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매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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