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날 국고를 총동원해 시중은행의 지급보증에 나서겠다는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20일 시장의 불안심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주가는 프로그램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하락을 이어가고 있고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도 6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만이 지난 주말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기관의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거듭 무너지고 있어 자금 조달여건을 계속 악화시키고 있는 추세다.
증시 여전히 하락 기조 유지
20일 오전 11시 4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0포인트(약 1.0%) 이상 하락하며 1160선에 머물러 있다. 오전 내내 상승-하락 기조를 반복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하락 쪽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오전 한때 30포인트 이상 빠지기도 했다.
지난 주말 정부가 증시를 부양하기 위해 장기 적립식 펀드 소득공제와 배당소득 비과세 방침을 내놓았지만 증시가 단기 반등도 하지 않는 이유는 외국인 매도 때문이다. 외국인은 1200억 원이 넘게 순매도 기조를 펼치며 개인과 기관의 매수세를 짓누르고 있다. 외국인은 10월 들어 지난 14일(1382억 원)을 제외한 모든 거래일에 순매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전세계적 경기침체의 근본 요인이 정부의 통제가 불가능한 대외변수라는 점 또한 시장심리를 개선시키지 못하고 있다. 당장 주말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 등 주요 증시가 지난 새벽 모두 하락세를 이어갔고, 중국 상하이지수 또한 이날 장중 1900선이 무너질 정도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심리가 이처럼 좋지 않아 그동안 하락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던 프로그램 순매수세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전 현재 프로그램은 차익거래를 중심으로 1500억 원이 넘는 순매수세가 증시에 유입되고 있다.
이제는 신뢰의 문제 거론되는 상황
정부 대책이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못 미치듯,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약발도 아직 먹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91일물 CD금리는 0.02%포인트 올라 6.10%까지 높아졌다. 지난 2001년 1월 20일(6.13%) 이후 약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CD금리가 이처럼 상승기조를 이어가는 이유는 금융기관이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CD는 주로 은행이 발행해 머니마켓펀드(MMF) 등 초단기 자금시장으로 융통된다. CD금리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말은 곧 CD 매수처에서 은행의 신용도를 못 믿기 때문에 돈을 더 얹어달라는 요구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은행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
CD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이를 따라가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갈수록 올라 대출을 끼고 주택을 산 사람들의 고통도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3개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주보다 0.12%포인트 올라 최고 8.34%가 적용된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 역시 담보대출 금리를 0.1%포인트 이상 올려놓았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신용 위기를 넘어 신뢰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 정책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신뢰가 지속적으로 무너진다면 펀드런(대규모 펀드 인출 사태) 등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시장의 심리가 이처럼 악화된 만큼 빠르게 바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 기대하는 베어마켓랠리(약세장 반등)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먼저 치고 오를 바닥이 확인돼야만 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하강 기조가 이어진다면 막심한 손해를 입은 개인도 쉽게 손을 털고 나올 시기를 찾기가 어렵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황 연구위원은 "금융악화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좀처럼 시장이 바닥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주가가 L자형으로라도 가야 시장의 심리가 진정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은 바닥이 어디인지를 찾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최근 들어 거래량이 급감하며 널뛰기 장세를 이어간 환시장은 지난 주말에 이어 다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50원 하락한 1313.50원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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