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은행 거래보증 직접 나서기로…경기부양도 추진
17일 오전 정부는 청와대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병원 경제수석,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여한 거시경제정책협의회를 열고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논의했다.
가장 주목되는 내용은 정부가 국내 시중은행의 지급보증에 직접 나서는 방안을 검토키로 한 것. 국내 은행의 신용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점차 많아짐에 따라 정부가 유럽이나 미국 정부처럼 은행을 직접 지원하려고 나선 셈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등 해외 신용평가사는 국제 유동성 경색이 시중은행의 외화자금 조달에 부담을 키워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을 한 바 있다. S&P는 15일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국내 7개 금융사의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 관찰대상'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와 같은 조치는 금융권에서 줄기차게 요구한 사안 중 하나다. 신용경색이 갈수록 심화돼 돈 빌리는 비용이 늘어나는 마당에 정부가 나서준다면 신용도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자칫 국내 금융기관의 불안정성을 대외에 알려버리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이밖에 정부는 주식시장 심리 개선을 위해 장기 주식형 펀드에 한정해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로 확정했다. 현행 0.3%인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경기부양 의지도 다시 한 번 내비쳤다. 분양가 인하와 미분양아파트 매입, 대출·어음 만기 연장 방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세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한은, 스왑시장서 은행에 직접 달러 빌려주기로
한편 한은은 이번 회의와 별도로 다음 주 월요일(20일)부터 경쟁입찰방식의 스왑거래제도를 도입해 모든 외국환은행(외환업무 취급이 가능한 은행)에 직접 달러를 공급키로 했다.
기존에 한은은 스왑시장에 달러를 공급할 때 직접 나서는 대신 스왑거래 대행은행과 거래를 하고, 대행은행에 공급된 달러가 다시 일반 외국환은행에 공급되도록 했다.
반면 이번에 한은이 실시하는 새 거래제도는 달러가 필요한 모든 외국환은행이 경쟁입찰에 참여해 낙찰금액, 낙찰금리 등을 제시한 후, 이를 통해 결정된 조건에 따라 달러를 한은에 빌려가는 방식이다. 낙찰된 은행은 한은과 달러와 원화를 교환(swap)한다. 최소 응찰금액은 100만 달러며 첫 입찰 규모는 만기 3개월 이내의 단기 외환스왑거래를 중심으로 20~30억 달러 정도가 될 전망이다.
금융권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기존에는 대행은행과 거래해야 해 한은이 시장에 얼마나 많은 달러를 풀었는지, 누가 얼마만큼의 물량을 받아갔는지 등을 확인할 길이 없었는데 이번 조치로 불투명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12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의 단기 및 중·장기 외화자금 361억 달러 중 중·장기 자금이 약 27억 달러"라며 "은행이 곤란을 겪고 있는 중·장기 자금을 우선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이렇게 시장 지원강도를 높인 까닭은 최근 들어 1년물 통화스왑(CRS)금리가 0으로 떨어질 정도로 외화자금 시장의 어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는 달러를 빌려오고 원화를 빌려주는 스왑거래에 나선 기업이 원화 이자수익을 한 푼도 못 올리게 됐음을 뜻한다.
통화스왑(cross-currency swap)은 두 거래 당사자가 계약일에 미리 약속한 환율로 미래의 일정 시점에 원화와 외화를 상호 교환하는 거래를 말한다. 보통 만기가 1년 이상인 장기거래가 많다. 통화스왑 거래에 나선 기업은 상대방과 일정액의 금리를 약정한 후 원화를 빌려주고 달러화를 빌려올 수 있다. 이에 따라 계약기간 동안 매 6개월 마다 통화표시에 따른 금리교환도 같이 이뤄진다.
따라서 통화스왑금리가 제로로 떨어졌다는 의미는 달러를 빌려오고 원화를 빌려줄 때 원화 금리수익을 한 푼도 못 벌게 됐음을 뜻한다. 만약 달러조달 비용이 더 올라 통화스왑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다면 달러이자 지급에 원화이자까지 덤으로 얹어줘야만 달러를 빌릴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나빠지게 된다.
반면 외환스왑(FX swap)은 당사자가 계약일에 현재 환율로 통화를 교환한 후, 미래의 일정 시점에 계약일에 정한 선물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다. 만기가 1년 이내에 도래하는 단기거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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