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엔 서울 화계사 신도 40여 명, 사제단 신부 20여 명, 평화동 성당 신도 20여 명이 참석한 대(大) 순례단이 꾸려졌다. 오전엔 한가한 도로 갓길을 따라 순례가 시작됐지만, 오후에는 같은 인원이 복잡하고 비좁은 길에서 오체투지를 해야만 했다. 익산 보석박물관과 왕궁저수지를 지나는 길에는 수많은 차량이 줄지어 다녀 순례단의 어려움은 더 했다.
지난달 4일 지리산 노고단을 출발한 지 벌써 40일째였다. 순례단은 "우리는 바보처럼 미련한 걸음으로 오직 한 순간, 한 걸음만을 생각하며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다.
"오체투지는 시대의 아픔을 함께하고 있다"
이날 여산성당에서 진행된 시국미사에서는 '거리의 신부'라 불리는 문정현 신부가 강론을 맡았다.
문 신부는 평소 순례에 자주 참여해 동영상을 찍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옆에서 지켜보면 (오체투지를 하는 게 너무 고생스러워 보여) 가슴이 미어지고 피눈물이 난다"며 "이런 일이 이뿐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조계사의 촛불 수배자들, 서울역에서 고공 농성을 했던 KTX 비정규직 노동자들, 100일 가까이 단식 농성을 한 기륭전자 노동자들 등 오체투지처럼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며 "오체투지는 민중의 삶과 결합돼 있다"고 오체투지의 시대적 의미를 해석했다.
문정현 신부는 "오체투지는 고통 받고 억압 받는 만민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이 순례는 그야말로 생명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는 기도행위"라고 정의했다. 그는 "오체투지는 우리의 뜻을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마음"이라며 "그래도 몸을 더 던져 더욱 낮은 자세로 세상과 진리를 섬기라"고 주문했다.
이날 오체투지에 직접 참여한 사제단의 김인국 신부는 "서로 어울려 친하게 지내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좀 더 져 주는 연습을 많이 하고 살아야 겠다. 그것이 내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오체투지 순례 41일째인 14일 순례단은 전북 익산 여산 삼거리에서 순례를 시작해 여산면 교창 삼거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오체투지 순례 카페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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