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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성모병원의 황당한 '노조탄압' 자백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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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성모병원의 황당한 '노조탄압' 자백서 공개

파견업체 일이라더니…정규직 노조에 "개입 말라" 요구

2년 고용 후 직접 고용 의무가 있는 파견법을 피하고자 28명의 파견 노동자를 집단 해고하고 "파견업체의 일로 우리와 관계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강남성모병원이 실제로는 '은밀히' 이 문제에 개입했던 사실이 9일 밝혀졌다.

계약 해지를 앞둔 파견 노동자들이 천막 농성을 시작한 지난 17일 이후 강남성모병원이 파견 업체와 공동으로 상황대책회의를 진행하면서 농성장 상황 및 관련자 활동까지 감시해 온 것. 또 병원은 보건의료노조 강남성모병원지부에 "정규직 노조는 개입하지 말라"고 수차례 요구했으며, 이런 내용은 병원장까지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기사 : 강남성모병원 "우리는 법 지켰을 뿐")
▲ 2년 고용 후 직접 고용 의무가 있는 파견법을 피해고자 28명의 파견 노동자를 집단 해고하고 "파견업체의 일로 우리와 관계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강남성모병원이 실제로는 '은밀히' 이 문제에 개입했던 사실이 9일 밝혀졌다. ⓒ프레시안

병원이 직접 정규직노조 수차례 만나 "개입 하지 말라" 부당노동행위

이 같은 내용은 강남성모병원이 스스로 작성한 '파견직 천막 농성 관련 상황'이라는 문서에 담겨 있었다. 지난 2일 병원 측은 해고 노동자의 로비 및 천막 농성을 놓고 법원에 '점유 및 사용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때 증거 자료로 제출한 문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

이 문서를 보면, 강남성모병원은 병원 인사팀장과 파견업체 메디엔젤 관계자, 동화노무법인 노무사 등과 함께 상황대책회의를 진행하고, 병원의 인사·기획·간호·총무·원무팀장으로 구성된 주요팀장과 수시로 회의를 했다. 이 회의에서는 노동자들이 병원 안팎에 게시한 현수막을 비롯한 천막 농성장의 철거 시점과 방법 등을 논의했다.

심지어 병원 측은 정규직 노조의 개입을 막기 위한 방안도 수차례 강구했다. 지난달 16일에는 두 차례에 걸쳐 김선화 보건의료노조 강남성모병원지부장에게 "개입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또 병원 측은 17일에도 "(정규직 노조의) 개입 의사를 확인했으나 '현 시점에서는 그럴 의사가 없고 보건의료노조의 요청이 있을 경우 변할 수는 있다'는 답을 들었다"고 적고 있다.

이는 노조 활동에 대한 부당한 지배·개입을 금지한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다.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노동조합의 활동에 사측이 개입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설명했다.

병원장까지 직접 보고…"쇠파이프 준비" 거짓 내용도
▲ 강남성모병원이 직접 작성한 '파견직 천막농성 관련 상황' 문건. ⓒ프레시안

병원 측이 농성 6일째인 9월 22일부터는 기록한 '상황 일지'는 행정부원장, 진료부원장을 거쳐 병원장에게 보고되었다. 실제로 계약이 해지된 파견 노동자들이 병원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한 지난달 30일 일지에는 '오후 3시 엠프를 사용해 피켓시위를 계속함'이라는 내용이 병원장까지 보고됐음을 분명히 적시했다.

사실이 아닌 내용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지난 9월 30일 "농성자들이 쇠파이프를 준비했다"는 내용에 대해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펄쩍 뛰었다.(☞관련 기사 : "신부님, 우리는 1회용 주사기만도 못하나요?)

"정규직노조가 (파견 노동자 문제에) 개입할 의사 없다고 답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장은 "지부가 이 문제에 대해 그런 공식적 입장을 정한 바 없다"며 부정했다. 유지현 본부장은 "병원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외부에서 벌어진 일도 '감시'하고 있었다. 지난 9월 21일 민주노동당 서울지역 대의원대회에서 보건의료노조 관계자가 이 문제에 대해 대표 발언을 한 사실과 더불어 당시 몇 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는지까지 기록돼 있는 것이다.

"법원은 가처분 기각하고 부당노동행위 수사 의뢰해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는 성명을 통해 "병원이 스스로 작성한 이 자료에 자신들이 행한 범죄행위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며 "한 마디로 '농성장 폭력 침탈, 노조 탄압, 상시적 감시 사찰 등 범죄 행위 자백서"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법원을 상대로 "병원 측이 스스로 밝힌 위법 행위가 드러난 만큼 가처분 신청은 기각하고 검찰과 경찰에 병원의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도 산별노조 차원의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유지현 본부장은 "산별노조인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인만큼 홍명옥 위원장의 교섭 요구에 응할 책임이 병원에 있다"며 "법적 대응을 포함해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면담이 병원 측의 무시 전략 속에 무산된 가운데 보건의료노조는 다시 병원 측에 2번째 면담 요청 공문을 보냈다. 유지현 본부장은 "강남성모병원은 조합원에 대한 고소·고발 및 가처분 신청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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