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조정권고에 의해 국세청과의 소송을 마무리 지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을 검찰이 배임혐의로 기소한 것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장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내놓아 주목된다.
9일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 관할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국세청과 KBS가 공모해서 조정안을 만들었다면 KBS가 배임에 해당되면 국세청도 배임에 공모한 죄가 성립되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오세빈 서울고법원장은 "재판 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다시 "2005년 조정권고안의 형식은 법원의 조정권고안으로 돼 있다"며 "합리적 기준을 제시해 조정권고안이 작성됐는데, 이를 두고 감사원과 검찰이 배임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행위가 아니냐"고 묻자 오 고법원장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재차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인가"라고 확인하자 오 고법원장은 "권고안을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꼬리를 흐렸지만, 사실상 사법부 독립성 침해 가능성을 인정한 듯한 뉘앙스다.
오 고법원장은 또 "민사소송은 법원에서 조정안을 만들고 법적 구속력이 생기지만 행정소송은 조정제도가 법에 없어 합의를 유도하는 범위에서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S는 국세청에 대한 2005년 세금 환급 소송에서 법원의 조정권고로 소송을 취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승소가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정연주 전 사장이 조정을 받아들여 KBS에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 혐의로 기소를 해 공판이 진행 중이다.
이 의원은 "법원에 의해 종결된 사건을 검찰이 다시 기소하는 것은 3권 분립의 원칙을 훼손하고 법원의 권위를 묵살하는 일"이라며 "정연주 전 사장에게 죄가 있다는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조정권고를 한 서울고법 담당 재판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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