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할 생각은 없다. 인터넷을, 그 인터넷 공간에서 허위 사실을 퍼나르고 악성 댓글을 거리낌없이 다는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을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묻는다. 몽둥이찜질을 당해야 하는 곳이 인터넷뿐인가?
동의할 수 없다. 인터넷은 기껏해야 소매상에 불과하고, 악플러는 고작해야 잡범에 지나지 않는다. 공급책이 따로 있고 주범이 따로 있다.
종류를 셀 수가 없다. 수많은 정보지가 나돈다. 고 최진실 씨 자살사건으로 불거진 '증권가 찌라시' 만이 아니다. 어지간한 규모의 기업과 거의 모든 언론사가 작성한다. '정보보고'라는 이름으로 시중의 갖가지 설과 첩보와 정보를 수집한다. 일부 정부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교류한다. 이렇게 모은 정보를 나눠보고 돌려보고 교환한다. 전언에 따르면 모임도 있다고 한다. 정보 관계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취합한 정보를 교환한다고 한다. 어떤 이는 정보 '검증'이란 미명으로, 또 어떤 이는 정보 '취재'란 명분으로 이 교환과정에 버젓이 참여한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허위 사실과 명예훼손성 정보가 유통되기 훨씬 전에 소수의 '꾼'들이 '직업적으로' 허위와 명예훼손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알몸 상태의 정보를 만지작거린다고 한다. 그리고 극소수의 권세가들이 그렇게 걸러진 정보를 안락의자에 앉아 일독한다고 한다.
꼭 나쁘게 볼 일은 아니다. 정보가 곧 경쟁력이라고 하지 않는가. 기업 경영을 위해, 언론 보도를 위해, 민심 파악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런 행위인지 모른다.
새지만 않는다면 그렇다. 정보를 수집하고 교환하는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흘리지만 않는다면 묵인할 수 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새가 낮말을 듣고 쥐가 밤말을 듣는 걸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그렇다. 수집하고 교환하는 정보가 개인의 사생활까지 들추는 것이 아니라면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고가의 정보로 취급되는 게 개인 정보고, 정보는 속성상 등장인물을 수반한다.
인터넷은 보세품 창고에 불과하다. 걸러지고 남은 부스러기 정보가 흘러드는 곳, 극소수의 힘 있는 사람들이 맛보고 버린 진액 찌꺼기가 스며드는 곳, 그곳이 바로 인터넷 공간이다.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정보치고 자체 생산된 정보는 거의 없다. 대개가 인용된 정보다. '증권가 찌라시'나 일부 날림 보도를 출처로 해서 '카더라' 식으로 유통되는 게 인터넷 정보다. 고 최진실 씨 사채업 관련설을 유포했다는 증권사 직원 역시 정보 유통구조의 하위고리에서 찌꺼기 정보를 얻어 '카더라' 식으로 유통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댓글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모욕성 댓글과 명예훼손성 댓글을 비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래도 가릴 건 가려야 한다. 연원은 정보에 있다. 댓글은 거의 대개가 특정한 정보, 즉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정보를 기초로 해서 작성되는 것이다. 악성 댓글은 사생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바로 이점 때문에 말하는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사이버 모욕죄는 본말과 선후가 뒤집힌 정책이다. 법리적 정당성 이전에 효율성 면에서 낙제점을 면한 수 없는 얼치기 정책이다.
한 명의 마약 공급책을 잡아들이면 끝날 일을 백 명의 마약환자를 검거하겠다며 수선을 떨고 있는 것이다. 상수원을 정화하면 될 일을 비싼 돈 들여 하수종말처리장을 짓겠다며 부산을 떨고 있는 것이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몇 번의 '증권가 짜라시' 단속 방침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갖가지 형태의 '찌라시'가 유통되는 이유를, 그 책임을 정부와 한나라당이, 검찰과 경찰이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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