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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문제 '은행 자율적 지원' 방점…정부는 '후방지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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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문제 '은행 자율적 지원' 방점…정부는 '후방지원'만

中企 유동성, 시장 주도로 4조 공급

은행의 긴축 경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총 4조3000억 원 이상의 정책자금이 투입된다. 올 하반기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른 키코(환헤지 상품) 가입 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일부 나왔다.

하지만 어디까지 정부 정책의 초점이 은행의 자율적 지원을 촉진하는 방향에 맞춰져 어느 정도로 효과가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의 방점이 '키코 피해 중소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으로 뭉뚱그려져 있기 때문에 최근 환율 급등으로 피해를 입은 키코 가입 기업에 지원이 집중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중기 4개 그룹 나눠 유동성 차별 지원

1일 금융위원회는 한나라당과 당정협의를 통해 정부와 시중은행, 기업 3자가 부담을 나눠진다는 구상으로 중소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중기 공급자금을 당초보다 3조3000억 원 늘리고 신용보증기금이 프라이머리 담보부채권(P-CBO) 1조 원을 발행해 자금난에 닥친 중소기업의 회사채를 올해 연말까지 인수토록 했다.

또 한국은행은 은행 총액한도대출 범위를 확대해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날 수 있도록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총액한도대출은 한은이 정한 한도 내에서 중소기업 지원 실적이 좋은 은행에 시중 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자금을 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중기 유동성 지원의 핵심은 이와 같은 방식이 아무 중소기업에나 적용되는 게 아니라 등급에 따라 차등 지원된다는 데 있다. 시중은행은 금융감독원의 지침에 맞춰 중소기업을 4개 그룹으로 분류해 유동성을 공급하게 된다. A그룹(정상기업)과 B그룹(일시적으로 경영난에 직면한 기업)은 일명 '중소기업 지원 패스트 트랙(Fast Track)'이라는 프로그램 적용을 통해 신규 유동성을 집중 공급받는다.

하지만 C등급(회생이 가능하지만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과 D등급(회생불가 기업) 기업에는 유동성 지원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등급 기업은 구조조정협약이나 대주단협약 등을 통해 워크아웃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된다. 대주단 협약의 실효성을 높이고 각종 대출 수수료 감면 등의 지원이 이뤄지지만 당장 회생이 쉽지 않은 기업에 자금 지원이 이뤄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이와 함께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규모를 기존보다 4조 원 늘려 유동성 지원을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주채권은행이 신규자금 지원을 심사할 경우 신보와 기보가 기존 지원 금액 이상의 특별보증을 해줄 수 있도록 조치했다.

키코 문제는 어디까지나 사적 계약 차원

정부는 중소기업을 직접 지원하지 않고 은행에 인센티브를 줘 지원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이번 지원대책에 녹여낸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은행 경영실태평가 때 금감원이 중소기업 지원 실적에 대한 평가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또 대출 부실의 책임이 있는 직원도 고의성이 없다면 책임을 묻지 않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불공정거래 소지가 없는 한도 내에서 은행이 유동성 지원 대상 중소기업의 실적을 나눠 가질 수 있는 방안도 내놨다.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한 후 이자 대신 일정 기간 후 신주인수권(BW)을 받거나 아예 대출채권을 전환사채(CB)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렇게 되면 은행은 대상 중소기업의 지분을 취득할 길이 열려 배당금을 받거나 보다 손쉽게 현금화 가능한 자산을 취득할 길이 열린다.

정부가 '지원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시장'이라고 이번 정책의 근간을 짰음은 키코 손실 기업 구제방안에서 보다 확연히 드러난다.

키코 손실 중소기업의 경우 은행들이 만든 협의회를 통해 회생 가능성 판단이 이뤄진 다음 손실액을 감당할 수 있는 신규 대출이나 출자전환, 손실액 분할 상환, 만기 연장 등의 지원이 이뤄진다. 근본적으로 키코가 은행과 기업간 사적 계약 상품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현재 은행과 중소기업 간 공방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해 부당약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다만 정부는 키코 손실 기업이 은행과 법적 분쟁을 빚을 경우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소송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금융위가 중기 유동성 대책반 산하에 '키코 대책반'을 구성해 동향을 점검토록 했다.

이와 같은 조치에도 키코 문제가 쉽게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1조2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손실을 입은 중소기업의 키코 계약 만기가 곧 다가오는 데 반해 키코 손실 기업에 대한 회생 가능성 여부, 손실 규모, 지원 대책 등의 조사에는 시간이 걸려 중기가 실질적으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또 금융시장에 유동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인센티브를 주더라도 이미 몸을 사리고 있는 시중은행이 적극적으로 기업에 유동성 지원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해 금융위 산하에 '중기유동성 대책반'을 설치키로 했다. 대책반 산하에는 '키코 대책반' 또한 신설돼 키코 문제를 전담하게 된다. ⓒ프레시안

프라이머리 담보부채권은?

프라이머리 담보부채권은 독자적으로 자금난을 타개할 능력이 없는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회사채담보부증권의 하나다. 금융기관이 설립한 유동화전문회사가 기업의 부실자산을 떠안고 이를 가공해 유동화시킨 담보부증권을 대신 발행해 시장에 유통시키게 된다.

프라이머리 담보부채권은 유동화전문회사가 담보권 행사에 우선순위를 갖는다는 점에서 후순위 채권과 차별화된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0년에 투기등급 부실채권과 우량채권을 합성한 자산을 담보로 후순위 채권에 투자하는 CBO펀드가 조성돼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서브프라임 등급자들의 대출 위험을 헤지(분산)하기 위해 미국의 금융기관이 만든 모기지담보부증권(MBS)과 기본 철학이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모기지 대출자들에게서 사들인 서브프라임 등급자들의 대출자산을 담보로 구조화한 MBS를 발행해 유통시켰다. 대출자산을 유동화해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목적이었다.

이 MBS의 위험성을 담보하는 일종의 보험 상품으로 MBS 등 1차 유동화 상품을 다시 쪼개고 합쳐 만든 부채담보부증권(CDO)이 급속히 성장했다. 투자은행들은 CDO를 일종의 유령회사인 구조화투자기관(SIV)에 떠넘겨 위험을 헤지했다. SIV는 CDO와 MBS 등 유동화 상품을 다시 유동화시키는 등 끝없이 자산 유동화가 이어지면서 버블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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