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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 3%대 성장한다고 망하는 것 아냐"

MB정부 '조급증'…"수출 주도형 성장 의존 버려야"

미국발 금융위기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내년 5% 경제성장 전망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고유가 등 외부 악재에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양극화 등으로 인한 내수침체까지 겹쳐 올해 경제성장률도 4%대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2009년 경제 전망은 더 어두울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3%대 경제성장률'을 각오해야만 할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7% 고성장'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는 조급한 듯 하다. 특히 재정부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009년 5.0%, 2010년 5.4%, 2011년 6.0%, 2012년 6.8%로 수직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법인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시행했다.
  
  정부는 경기부양책으로 지난 8.21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한달 내내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을 쏟아냈지만 서울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다.
  
  4분기 내수침체 가속화내년 상반기까지 내리막길
  
  올 4분기에 한국 경제는 본격적으로 미국 금융위기의 영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침체가 계속되고 그동안 호조를 보였던 수출도 미국 경기 침체 때문에 사정이 안 좋아질 수 밖에 없다.
  
  28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2008년 3분기 산업동향 및 4분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 석유화학, 유통 등 내수업종의 경기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 역시 조선, 반도체, 철강 등 일부 업종만 지난해 보다 좋을 것으로 예상되고, 자동차, 전자, 섬유 등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전경련이 보수적 전망을 해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이 정부의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한국은행과 국책.민간 연구기관들은 모두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은 내년도 성장률이 3%대 중후반-4%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연간 성장률을 4.6%로 예상하고 있는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나빠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기전망치를 손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대 초중반, 금융경제연구원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3%대, 하반기 4%대로 연간 4% 안팎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추세로 본다면 우리 경제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내리막길을 걸을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문제는 그 이후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본격화된 세계 경제침체 현상이 당장 내년 하반기에 회복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 역시 내년 하반기에도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 경제연구소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등 미국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이전에도 세계 경제가 2010년 이후에나 회복될 것이란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MB 정부의 '조급증'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조급증'이다. '고성장'을 약속했던 이명박 정부는 최대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부양책을 쓰고 있다.
  
  이런 현 정부의 정책은 현재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치유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키는 쪽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크게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고환율정책, 감세정책, 부동산 경기부양책 등 성장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쓰고 있는 정책은 원자재가 상승과 내수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중소기업, 물가는 오르는데 소득은 제자리인 서민층 등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부동산 경기부양책도 지금 당장 은행 대출 금리 상승으로 울상인 중산층에게는 입에 단 약일 수 있지만, 언제까지 부동산 거품이 계속될 수 없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도 부동산 거품 붕괴였다. 지난 4월부터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값 하락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 말기 도입된 종부세 등 부동산 투기 억제책으로 그동안 끼었던 부동산 거품이 자연스럽게 꺼지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대대적인 공급정책과 규제완화 정책으로 자연스레 꺼지는 부동산 거품을 되살려 애쓰고 있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에 성공한다면 단기적인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는 있겠지만 거품이 꺼질 경우 경제에 미칠 충격은 매우 클 것이다.
  
  게다가 현재 부동산 거품이 부풀대로 부푼 만큼 인위적 부양의 '약발'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안에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 정부 임기 내 거품이 꺼질 것이란 전망이다.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도 "1년은 경기부양에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이후에는 파국"이라면서 "3년 안에 정권이 바뀔 수 도 있다"고 그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한국, 한계를 직시하고 현실적 정책 펴야"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현재 세계 경제 흐름을 거스르는, 이미 실패가 입증된 '과격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고집을 버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747'에서부터 시작된 '성장(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인 최초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1970년)인 폴 새뮤얼슨 MIT 석좌교수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당분간 중국이 9~11%, 미국이 2.5~3% 성장한다고 전제했을 때 한국이 올바른 경제ㆍ교육ㆍ연구 정책을 편다면 5~6% 성장한다고 본다"면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5%로 떨어지더라도 그것을 '세상이 망하는 것처럼' 받아들이지는 말라"고 조언했다. 이 인터뷰는 28일자 <중앙선데이>에 실렸다.
  
  새뮤얼슨 교수는 한국 경제의 활로에 대해 "수출 주도적 성장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의 한계를 직시하고 현실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한국은 산업을 고도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연구ㆍ교육ㆍ혁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수출 주도적 성장에는 물론 많은 이점이 있지만 홀로 설 수 있는 역량도 필요하다. 80년대 말 일본은 세상의 꼭대기에 오른 것으로 착각했다. 나는 일본의 대외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계속 지적했으나 일본인들은 내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본은 결국 장기불황에 빠졌다. 한국은 일본을 성공적으로 모방했다. 그러나 한국은 앞으로 일본과 다른 길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뮤얼슨 교수는 "내가 한국인이라면 스위스ㆍ핀란드ㆍ아일랜드를 잘 살펴보겠다. 이들은 친(親)시장적이면서도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다. 스위스를 보라. 교육제도도 미국보다 훌륭하다. 노동자의 자녀들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나는 한국이 양적인 면에서 경제적으로 일류 국가가 되려고 너무 집착하지 않기를 바란다. 분배와 불평등 해소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들 '강소국'을 벤치마킹하기엔 한국의 인구가 너무 많은 게 아니냐는 반론에 대해 "키가 큰 환자든 키가 작은 환자든 의사는 같은 처방을 내릴 것"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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