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렸다. 이 의원의 진단은 일반적인 것이었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왔다.
하루 뒤 민주당의 이용섭 의원이 공개했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종부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부의 종부세 완화안에 대한 찬성 의견('부동산을 많이 소유한다고 세금을 더 내게 해서는 안된다')이 12.9%에 불과했다.
같은 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25.6%였다.
두 조사결과를 조합하면 이런 결론이 도출된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절반이 종부세 완화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이다.
누가 봐도 명백하다. 종부세 완화안은 집토끼용이 아니다. 오히려 토끼우리의 문을 활짝 연 것과 진배없다. 집토끼가 산토끼가 되는 길을 열어준 것과 다름없다.
왜일까? 정치적 측면만 놓고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막심한 손해를 보고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무모한 행보를 보이는 걸까?
흥미로운 비교거리가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7월 30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 조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19%로 나온 반면 종부세 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29%가 지지하는 것으로 나왔다.
오판을 했을지 모른다. 논란 국면에서의 국민 여론과 실행 국면에서의 국민 여론이 다르다는 걸 주지하지 못한 채 집토끼만은 종부세 완화에 찬성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는지 모른다. 집토끼를 고무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덩달아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 이런 단정을 가로막는 말이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어제 말했다. "잘못된 징벌적 과세로 1명의 피해자라도 있다면 다소 인기가 없더라도 원칙에 따라 바로잡는 것이 정부 여당의 역할"이라고 했다.
눈길을 끈다. "다소 인기가 없더라도"라는 짧은 말이 귀에 와 박힌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최대한 확대 해석하면 이런 얘기가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지율에 연연해하지 않고 소신껏 밀어붙였다는 얘기가 된다.
아무래도 좋다. 원인이 오판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고 소신이라고 해서 변화되는 게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여론에 갇혀버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렇게 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일각의 요구대로 종부세 과세기준을 다시 6억원으로 되돌리면 어떻게 될까?
들고 일어날 게 뻔하다. 6억원과 9억원 사이에 있는 사람들이 "애들 장난하나"라며 격심하게 반발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지켜보는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썩소'를 날릴 것이다.
바로 이 점을 의식했는지 이명박 대통령이 '고'를 선택했다. 어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부 원안대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당청혼선 여지를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해 실시간 대처를 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지만 그래도 결과는 같다. '시종일관' 면모를 보여도 국민은 비판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지지층 절반을 포함한 절대 다수의 국민이 등을 돌린다. 이러면 종국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소신' 추진력은 떨어지게 돼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무'에 걸렸다.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 강하게 조이는 '종부세 올무'에 걸려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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