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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 '수강료 단속' 실효성 물었더니…

[김종배의 it] "앞으로 5년은 사교육 황금기"

아침 일찍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서울 강남권의 꽤 큰 학원에서 부원장을 지낸 후배입니다.

"소식 들었냐?"
"뭐?"
"이명박 대통령이 학원비 실태를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던데."

이 후배는 대뜸 '피식' 웃었습니다. 그리곤 묻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말하더군요.

"결론부터 말하면 학원에 별로 영향이 없을 거야"

수요가 몰리는데 가격이 어떻게 내려가겠느냐는 게 이 후배의 반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실태의 일단을 알려주더군요. 아주 상식적이면서도 리얼한 얘기였습니다.
▲ ⓒ연합

학원이 학원비를 높게 책정하는 과목은 주로 인기 강사가 포진한 과목입니다. 수요가 몰리는 과목에 수강료 외에 교재비나 케어비(첨삭 지도나 복습 지도) 명목으로 돈을 더 받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인기 강사를 모셔오고 붙잡기 위해선 인기에 걸맞는 보수를 지급해야 하고 그러려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더 많은 돈을 거둬야 합니다.

학원은 울며 겨자먹기로 보수를 지급하는 게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 지급합니다. 인기 강사가 포진해 있으면 그 지역 학교의 전교 1등이 찾아오고, 전교 1등을 따라 10등, 20등권 안에 있는 학생들이 찾아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학원의 인지도가 덩달아 올라가고 인기 강사가 강의를 맡는 특정 과목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에도 학생들이 몰립니다. 손 안 대고 영업을 하는 것이죠.

후배는 이게 학원의 영업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학원의 구조라고도 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이런 구조와 영업방식을 깨지 않는 한(하지만 이건 불가능합니다) 학원비 단속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교육청이 벌점을 매기고 국세청이 세금을 추징하면 좀 얼어붙지 않겠냐?"

후배는 또 한 번 '피식' 웃더군요. 교육청 벌점 때문에 문 닫은 학원을 별로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수강료 과다 책정한 사실이 적발된 학원에 교육청이 벌점을 부과합니다). 설령 벌점이 누적돼 영업 정지를 당한다 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습니다. 학원 명의만 바꾸면 아무 문제없이 영업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단지 "잠깐 힘들고 귀찮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르더군요. 김포외고 시험문제 유출사건이 있었죠? 이 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 목동의 학원이 있었습니다. 이 학원이 교육청으로부터 영업 정지 조치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다시 뉴스가 나왔습니다. 이 학원이 간판을 바꿔달고 버젓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후배의 말이 결코 '뻥'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모든 기업이 무서워 벌벌 떤다는 국세청 세무조사는 어떨까요? 후배는 이 역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벌일 수 있는 대상이 물리적으로 제한돼 있는 점 외에 다른 요인이 있다고 하더군요.

국세청이 세무조사 대상으로 삼을만한 곳은 규모가 큰 학원, 인기 강사가 몰린 학원, 매출이 큰 학원이 될 텐데 이런 학원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체인화 되고 법인화됐다고 했습니다. 더불어 회계 처리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깨끗해졌다고 했습니다. 동네의 조그만 학원은 몰라도 이런 학원은 수강료의 90% 정도를 카드로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하더군요. 외국 자본이 한국의 사교육 시장에 투자하는 현실을 알고 있냐고,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선결과제가 법인화와 회계투명화란 사실을 알고 있냐고 묻더군요.

법인화는 몰라도 회계 투명화가 정말 높은 수준으로 이뤄졌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지만 그래도 내칠 수가 없더군요. 국세청 세무조사가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진단을 쉬 부정할 수는 없겠더군요.

후배가 말을 이어갔습니다. 정부가 사교육을 유발하는 정책을 쏟아놓고 왜 학원비 타령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습니다. 그건 "방어용"이라고, 정부의 사교육 남발 정책에 대한 비난 화살을 돌리기 위해 학원을 끌어들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물었습니다.

"뉴스를 보면 요즘 국제중 때문에 사교육 시장이 난리라던데 실제로 그렇냐?"

대답은 "물론!"이었습니다. "앞으로 5년 동안은 황금기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상식을 뒤엎는 사실을 알려주더군요. 중·고등학생보다 초등학생 사교육 시장이 훨씬 크다고, 중·고등 시장은 최근들어 온라인(e러닝) 시장으로 많이 옮겨가면서 초등학생 시장이 더 커지고 있다고, 그래서 대형·유명학원들이 초등부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고 전해주더군요. 국제중 설립이 이 추세에 불을 붙인 사실과 함께….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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