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CNBC>는 "모건스탠리가 독자생존을 택할지 은행과의 합병에 나설지를 두고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에 이어 결국 세계 2위 투자은행마저 부동산 증권화로 시작된 금융위기의 늪에 빠진 셈이다.
<CNBC>는 모건스탠리의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등 안정세를 찾지 못함에 따라 고위 경영진이 건전한 재무구조를 가진 은행과 합병해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46% 빠져 전날 종가기준으로 28달러70센트까지 떨어졌다.
이 방송은 "모건스탠리의 존 맥 최고경영자(CEO)는 합병을 배제하고 버티다가 파산보호 신청에 이른 리처드 풀드(리먼브러더스 CEO)의 실수를 피하려 한다"라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의 독자생존 가능성에 대한 월가의 신뢰도 점차 바닥을 보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이 회사 신용부도스왑(CDS) 스프레드는 이날 급등했다. 그만큼 회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실적발표를 당초 예정보다 하루 앞당긴 것도 시장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행동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모건스탠리의 3/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7% 감소한 14억3000만 달러(주당 1달러32센트)로 월가의 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월가에서는 대체로 주당 78센트 가량의 순이익을 예상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를 이전에 무너진 투자은행과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에 없는 충격을 경험한 월가에서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모건스탠리의 자산건전성은 리먼브러더스와는 질이 다르므로 이처럼 쉽게 독자생존의 길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모건스탠리도 아직 공식적으로는 합병을 거론한 적이 없다. 회사 자금구조가 앞서 무너진 투자은행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입장이었다. 당장 전날까지만 해도 합병을 논의한 적조차 없었다는 게 제보자의 증언이다. 콤 켈러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날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미국 두 번째 투자은행으로서 브로커-딜러 모델에 확신을 갖고 있다. 예금은행과의 합병 필요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진 소식이 없어 쉽게 이 투자은행의 앞길을 논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소문의 신빙성 여부를 떠나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악재라는 평가다.
최성락 SK증권 연구원은 "3, 4, 5위 투자은행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남아있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도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합병대상으로 뉴욕 멜론은행 등 세컨티어급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라며 "아직 불안요소가 많은 상황에서 이런 논란이 나오는 것 자체가 좋은 신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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