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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브러더스, 파생금융 위험 확인시킨 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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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브러더스, 파생금융 위험 확인시킨 파멸

부동산담보증권 등 금융유동화 이끌다 좌초

158년 역사를 자랑하는 월가(街)의 산증인 리먼브러더스가 부동산시장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를 넘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은 파생금융상품이 본래 가진 '고위험-고수익' 특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평범한 금융시장의 진리를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불행히도 리먼브러더스의 회생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돼 158년간 써내려간 역사는 비극적 결말로 끝맺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제대공황 넘어 파생금융 상품 전도사로

리먼브러더스 역사는 지난 1850년 독일 출신 미국인 포목상인 헨리 리먼에서 시작됐다. 한동안 현물 거래에 주력하던 리먼브러더스는 19세기 미국 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온 철도산업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이후 채권거래, 주식매매 등으로 점차 영역을 넓혀가며 서서히 투자은행(IB)으로 변신해갔다. 성장 과정에서 리먼브러더스는 철도산업의 실패와 대공황 등 숱한 역경을 다 이겨냈다.

리먼브러더스가 본격적으로 성장한 계기는 지난 70년대 이후 급성장한 파생금융상품 시장 진출이었다. 리먼브러더스는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새로운 파생금융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무거운' 현물시장에 묶인 돈을 금융시장으로 끌어와 지금의 투자은행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ABS는 유동화전문회사(SPC)가 부동산 등 고정자산을 사들인 뒤 이를 유가증권 등으로 현금화해 시장에 거래시키는 상품의 총칭이다. ABS 이후에 나온 다양한 유동화 상품은 시중 유동성을 급격히 불리고 파생금융상품 시장의 덩치를 키워 기업 인수합병(M&A)과 리서치에 이은 투자은행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됐다.
▲리먼브러더스는 한국에서 '제2금융권의 미래'로 평가받아온 투자은행 산업에 적절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시켜줬다. ⓒ로이터=뉴시스

부동산…성장 동력이 파산 원흉으로

특히 지금의 리먼을 있게 한 리처드 풀드(62) 회장은 모기지, ABS 등을 담보로 위험을 분산시키는 부채담보부증권(CDO)을 시장에 선보이고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리먼브러더스가 세계 4대 투자은행으로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 부문의 유동화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리먼은 점차 부동산 사업 비중을 늘려 투자은행으로서는 비정상적인 자산구조를 갖게 됐다. 레버리지 효과(부채를 이용한 투자로 수익률이 극대화하는 현상)에 맛을 들인 나머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확산되는 와중에도 리먼은 모기지 사업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보유자산 6400억 달러 중 모기지 관련 자산이 650억 달러에 달할 정도다.

결국 지나친 부동산 투자가 발목을 잡았다. 부동산 위기가 점차 심각해지자 과감한 투자를 위해 끌어다 쓴 돈을 막을 길이 없어 다시 차입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신용경색이 심각해지자 돈을 빌려 쓸 데도 없어졌다. 리먼브러더스 스스로가 키운 부동산 담보부 유동화 시장에 발목을 잡히게 된 셈이다.

특히 자산 유동화를 위해 단기담보를 설정해야 하는 이 시장의 특성이 위험을 더욱 키웠다. 대규모 로비로 투자은행 산업에 미치는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 또한 위험에 비해 극히 미약했다는 점도 파멸을 예고했다.

위기를 벗어나려는 노력은 다방면으로 이어졌다. 보유 중인 자산의 대대적 매각을 발표했고 해외시장 사업을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할 것이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지원을 요구했다. 한국의 산업은행, 영국의 바클레이스 등 해외 은행에 새 주인이 돼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 장부를 실사한 상대방은 하나 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떤 투자자금도 자금 조달 루트가 막힌 데다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회사에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견디다 못한 리먼브러더스는 지난 14일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챕터11'을 신청, 공식적인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챕터11은 법원의 감독 아래 모라토리엄에 빠진 기업이 회생 절차를 밟을 수 있게 하는 조치다.

이번 조치가 '챕터7(청산 절차)'이 아니라는 점에서 리먼이 부실을 털고 다시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그러나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공적자금 투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등 정부의 추가 조치가 없다면 과거의 리먼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

리먼의 파산은 결국 '고수익 사업에는 반드시 고위험이 따른다'는 금융권의 평범한 진리를 새삼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금융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파산'이라던가 '투자은행 산업의 위험성 확인'이라는 구호는 수십 년간 이어온 빚잔치가 폭발한 이후 잔해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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