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상을 수상한 중견 PD가 수상소감으로 "권력의 주구(走狗)가 돼 방송을 하는 인간들이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의도를 강도 높게 비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진행된 제35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서 부처님오신날 특집다큐멘터리 <아가마의 길, 2552년 만의 귀향>으로 지역공로상을 받은 부산MBC 박명종 편성제작국장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세상일이 자꾸 변하고 또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정권이 방송을 탐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고 현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를 꼬집었다.
박 국장은 이어 "사냥꾼들이 사냥할 때 개는 앞에서 달린다. 그래서 주구(走狗)라고 한다. 권력의 주구가 돼 지금도 방송을 하는 인간들이 있다. 그런 인간들이 없어지고 방송인들이 자유롭게 방송을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수상소감을 마무리했다. 자리에 모인 방송인들은 박 국장의 말에 동감한 듯, 그의 수상소감이 끝난 후 큰 소리로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인터넷에서는 박 국장의 수상 소감을 담은 동영상이 유포돼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박 국장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정부가 검찰, 감사원, 우호적 시민단체 등을 동원하는 것을 보니 답답하다. 여기에 소위 인텔리겐차들, 언론학자들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과 달리 이사 등의 직책을 맡으면서 정권의 개 노릇을 하고 있다"며 "정년을 얼마 앞둔 나라도 나서서 그런 얘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KBS, YTN과 마찬가지로 정권의 압력을 받고 있는 MBC의 민영화에 대해 "MBC는 세계에서 찾기 어려운 독자적인 지배구조를 가진 공영방송이다. MBC 사원들은 지금 형태가 맞다고 본다. 민영화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국장은 지난 1978년 부산MBC에 입사한 후 30여 년간 다큐멘터리 피디로 이름을 날렸다. 정년을 1년 남긴 지금은 부산MBC 노조위원장책을 맡고 있다. 그는 1989년 부산MBC 창사 30주년 특집다큐멘터리 <갈대>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지금까지 총 세 번 방송대상을 수상한 베테랑 프로듀서다. 세 번이나 방송대상을 수상한 기분으로 그는 "방송생활 30년에 한 번 받기 힘든 방송대상을 세 번이나 받아 대단히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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