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끊임없이 나도는 각종 위기설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승부수를 던졌다. 방법은 강력한 단속. '정부의 신뢰의 위기'라는 말이 금융권에 나도는 중에도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심산이다. 마치 경찰이 촛불집회에 나서는 시민을 상대로 강력한 공권력을 휘두르는 모양새를 연상케 한다.
3일 송경철 금감원 금융투자업서비스본부장(부원장)은 이날부터 무기한으로 악성 루머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필요하다면 사법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업협회,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 등과 합동 단속반을 구성해 증권사 객장 등 현장을 감시할 계획이다. 또 '시장 악성루머 신고센터'를 금감원 금융투자서비스국에 설치해 일반 투자자 및 관련 기업체로부터 제보를 접수받을 계획이다.
송경철 본부장은 "적극적으로 진원지를 파악하겠다. 과거에 이뤄진 일이라고 하더라도 다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의 이와 같은 대응은 '9월 위기설', '국내 기업 유동설 위기설', '연말 경제 위기설' 등 최근 각종 경제지표 악화와 맞물려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확산되는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겠다는 의지로 파악된다.
하지만 '악성 루머'의 기준이 무엇인지, 소문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행위 주체는 어디까지 한정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침이 없어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된다. 당장 이날 송 본부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악성 루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또한 금융권에서 오가는 소문은 메신저를 통해 온라인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어떻게 감시할 것인지, 우스갯소리로 지인에게 루머를 전달하는 사람까지 모두 처벌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대처 방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무엇보다 시장에 강력한 정부의 개입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 과연 '친시장적 정부'를 공언하고 나선 현 정부 정체성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금감원 표현대로 '근거 없는 루머'라면 시장의 정보 선택 과정에서 자연스레 걸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이 소식을 접한 시장관계자들은 곧바로 "행정력 낭비"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장관계자는 "뭐든지 힘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요즘 같이 흉흉한 시기에서 위기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유동성 위기설이 나온 기업의 경우 실제 무리한 인수합병(M&A) 시도로 부담이 큰 기업이었다. 이런 것까지 모두 악성 루머로 판단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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