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주가지수의 하락세와 환율, 채권금리의 상승세가 전날과 마찬가지로 이어졌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 때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400선마저 무너졌고 코스닥지수는 44개월 만에 410선으로 추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1100원선을 돌파한데 이어 이날 1130원선까지 뚫었다.
증시 1400선 위협…신저가 종목만 372개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29포인트(0.52%) 하락한 1407.14로 마감했다. 연일 계속되는 하락세로 순식간에 지난해 3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지난해 3월 6일 코스피지수는 1402.93을 기록했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개인도 이틀 연속 투매성향을 보이며 주가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외국인은 2638억 원, 개인은 4245억 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이 7172억 원을 순매수해 지수를 힘겹게 지켰다. 하지만 이날 프로그램 순매수세가 1조 원대에 달한 데다 장 막판 연기금으로 추산되는 투자주체의 대규모 매수세가 유입됐음을 감안하면 대부분 기관 역시 매도 성향을 보였음을 짐작 가능하다. 사실상 상당수 투자주체가 시장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는 얘기다.
장이 맥을 못 추면서 신저가 종목도 속출했다. 단 두 종목만이 신고가를 기록했을 뿐, 372개 종목이 새로 저점을 찍었다. 그룹 차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유동성 위기설이 끊이지 않는 코오롱을 비롯해 42개 종목은 하한가를 기록했다.
한편 코스닥 역시 400선을 위협받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에 비해 무려 21.07포인트(4.80%)가 빠진 418.14로 마감했다. 지난 2005년 1월 13일 423.06을 기록한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급등세를 멈추지 않는 원-달러 환율로 인한 키코(KIKO) 가입 기업의 환손실 우려도 지수에 악영향을 끼쳤다.
천정 뚫린 환율, 급등하는 채권금리…투자심리 '실종'
전날 급등해 시장을 큰 혼란에 빠뜨린 환율은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8.30원 급등한 1133.80으로 장을 마쳤다. 환율이 1130원선까지 오른 건 3년 10개월여 만이다.
시장에 대한 외환당국의 강력한 경고에 정부대책회의까지 이어지면서 장 초 환시장의 상승세는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후 들면서 다시 매수 우위 분위기가 이어지며 이틀 연속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의 시장에 대한 통제력이 힘을 잃은 데다 키코 등 각종 통화옵션 상품의 구조가 환율이 오를수록 달러매수 수요를 불러일으키는 구조라 쉽게 급등세가 가라앉을 것이라 논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채권금리 역시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채권가격 하락) 요동치고 있다. 국고채 3년물은 전날 5.8%대를 찍은데 이어 이날 5.94%대까지 오르며 6%대까지 내다보고 있다. 회사채 AA- 3년물은 7.52%, 회사채 BBB- 3년물은 10.45%까지 올랐다.
금융시장의 이와 같은 혼란이 언제쯤 가라앉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동성 위기, 실적 악화 우려 등 실물경제주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터져나오는 데다 정부의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9월 위기설'이 끊임없이 투자주체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오후 한 때 코스피지수는 1392선까지 추락하며 심리적 지지선마저 위협받는 모습을 연출했다. 장 막판 매수세로 1400선을 힘겹게 지켜내는데 성공해 투자심리의 '붕괴'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투자자의 시장에 대한 신뢰, 시장의 정부에 대한 신뢰는 이미 실종된 양태다.
앞으로 상황 역시 부정적이다. 미국발 금융혼란, 유럽 경기 침체 등 대외변수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데다 강만수 경제팀에 대한 불신, 정부 정책에 대한 불안감 등이 연이어 시장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9조 원대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 수준의 매수차익잔고 물량이 증시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다음 주까지 금융시장 상황이 어떻게 이어질지 가늠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다음 주 목요일(11일)로 다가온 쿼드러플 위칭 데이(개별주식선물·개별주식옵션·지수선물·지수옵션 동시만기일)에 이들 물량 중 상당액이 증시에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 증시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가 점차 크게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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