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 말해야 겠다. 의아하고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언제부터 우리나라 부자가 '좀생이'가 된 걸까?
정부와 여당이 그랬다. 5년간 21조원을 감세하면 소비와 투자가 늘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거꾸로 해석하면 그동안은 소비와 투자 여력이 없거나 적었다는 얘기가 된다. 정말 그럴까?
이젠 정석이 됐다. 부자는 금융자산 기준으로 10억원 이상 보유한 자다. 부동산 등은 제외된다.
이런 백만장자가 2007년 기준으로 11만 8천명이다. 2006년에 비해 19%나 증가한 수치로, 부자 증가율이 세계 4위다(참고로 2005년도 부자 증가율은 21%로 세계 1위였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와 컨설팅회사 캡제미니가 조사한 결과가 이랬다.
세계 최고의 증가율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백만장자가 소비 여력이 적다는 게 말이 될까?
그럴 수도 있다. 금융자산이란 게 대부분 현금이나 예금 아니면 주식이나 채권이다. 증시가 폭락하면 금융자산 규모는 줄고 소비 여력도 더불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이건 가설이다. 현실은 다르다. 메릴린치와 캡제미니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자들처럼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이 없다. 2005년 기준으로 전체 자산 가운데 35%를 현금과 예금으로 갖고 있다. 10%인 홍콩이나 11%인 싱가포르에 비해 3배나 높은 수치다. 채권 비중도 25%에 달한다. 반면에 주식에는 20%만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증시 폭락의 여파를 덜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다. 어디 그뿐인가? 35%에 달하는 현금·예금 보유율에 최근의 금리상승세를 대입하면 이자 소득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가 뒤따른다.
의아하고 궁금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종합소득세율과 양도소득세율을 낮춤으로써 얻게 되는 '공돈'이 얼마나 될까?(상속·증여세는 논외로 하자. 말문이 열리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려야 할 것 같으니까) 적으면 수백만원, 많으면 수천만원쯤 될 것이다. 서민 입장에서 보면 어마어마한 규모이지만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들 입장에서 보면 '푼돈'이다.
이 '푼돈'이 아까워 그동안 소비를 줄였고, 이 '푼돈'이 반가워 앞으로 소비를 늘릴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이것이다. '있는 사람이 더 하다'는 우리 속담이다. 이 속담을 기준으로 삼으면 '푼돈'은 더 이상 '푼돈'이 아니다. 감세정책에 따라 부자들의 소비 규모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더 한 것' 같지가 않다. 오늘 이런 기사가 <경향신문>에 실렸다.
7·8월 해외여행을 마친 입국자들이 면세 범위인 400달러를 초과한 물건을 신고 없이 들여오다 압류된 물품이 인천국제공항 창고에 가득 쌓여있다고 한다. 명품 핸드백과 시계 등 사치품이 주를 이루고, 그런 사치품은 "주로 강남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출국 전 면세점에서 미리 구입했던 것을 그냥 들고 오다가 걸리는 사례"라고 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