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에서 비정규 관련 사업을 총책임지고 있는 주진우 비정규미조직사업실장이 민주노동당에 대해 "당의 활동이 비정규노동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자신을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생각하게 했는지 확신이 가지 않는다"며 "비정규사업의 위상이 지금보다 질적으로 한 단계 끌어 올려져야 한다"는 비판을 제기해, 민노당의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주진우 실장, "민노당, 비정규 사업 충분했나"**
주 실장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 최근호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이같은 비판을 제기했다.
주 실장은 우선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과 함께 비정규 관련 정부 개악안의 철회와 권리보장 입법쟁취를 위해 한 몸으로 싸워 왔다"며 "비정규 관련 집회에는 어디서곤 민주노동당의 깃발이 휘날렸고, 당대표와 의원단, 피로를 모르는 수많은 당원들이 함께해 과연 민주노동당이었다"며 일단 비정규관련 투쟁에서 민주노동당이 보여준 모습을 높게 평가했다.
주 실장은 하지만 이어 "그러나 과연 그것으로 충분한지 확신이 가지 않는다"며 "당이 비정규 문제를 '자신의' '핵심적' 사업과제로 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본격 비판에 나섰다. 그는 "지금 시기 사회구조의 모순 속에서 제일 밑바닥에 짓눌려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비정규 노동자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비정규 노동자를 대변하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정체성과 지지기반을 규정하는 기본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당 사업의) 핵심은 비정규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엄호를 넘어서 당의 잠재적 주인들인 비정규노동자 문제를 당의 주요 전략 차원으로 끌어 올리고 비정규노동자들을 당 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이라며 "당의 중장기적 전략과제 속에, 의정 활동의 주요 전략을 채택할 때, 핵심 슬로건이나 홍보 전략을 만들 때, 지구당별 당원 조직화 사업을 진행할 때 비정규 노동자 문제를 주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의 민노 지지율이나 알고 있나"**
주 실장은 또 "민주노동당이라면 응당 비정규 노동자들의 대다수를 자신의 지지층으로 해야 한다. 최소한 비정규노동자들에게 당 평균지지율을 훨씬 상회하는 지지율을 얻어야 한다"며 "지금 당은 비정규노동자들로부터 몇 %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비정규노동자의 당지지율을 정확히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당 지지율 관련 설문에 응답자의 고용형태를 묻는 문항을 추가하기만 하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보수 지역정당은 지역에 기반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한다"며 "지역 전략을 혐오하는 민주노동당은 땀흘려 정직한 노동을 하면서도 사회 밑바닥에서 고통받는 다수 대중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글을 맺었다.
이같은 비판은 민주노총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주진우 실장에게서 제기돼 앞으로 민노당의 수용여부가 주목된다.
다음은 주 실장 <진보정치> 기고문 전문이다.
***비정규노동자들의 당 지지율은?**
국회에 상정된 정부의 비정규관련법안의 국회 처리가 실질적으로 유보되면서 연말을 달구었던 비정규 투쟁이 일단 숨을 고르고 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비정규 노동자들의 국회의 총파업과 비정규 노동자들의 국회 타워크레인 농성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때, 민주노동당이 팔짱을 끼고 있었을 리 없다. 민주노총과 함게 비정규관련 정부 개악안의 철회와 권리보장 입법 쟁취를 위해 한 몸으로 싸워왔다. 비정규 관련 집회에는 어디서곤 민주노동당의 깃발이 휘날렸고, 당대표와 의원단, 피로를 모르는 수많은 당원들이 이 투쟁을 함께 했다.
그런데 과연 이것으로 충분한 것인가. 당의 활동이 비정규노동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자신들을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을 가. 아마 그랬을 것인다. 그러나 확신이 가지 않는다. 그 답의 단초는 스스로를 한번 객관화 해보는 일에 있을 것이다. 당이 비정규 문제를 '자신의', '핵심적' 사업 과제로 하고 있는가.
이는 당의 지지기반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층을 지지기반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 사회구조의 모순 속 제일 밑바닥에서 짓눌려 살아가는 사람들, 노동자와 민중을 대변하는 정당이다. 지금 시기 그이들은 누구보다 비정규 노동자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비정규 노동자를 대변하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정체성과 지지기반을 규정하는 기본 사업이다. 이를 환기한다면 비정규사업의 위상이 지금보다 질적으로 한 단계 끌어 올려져야 하지 않을까.
그 핵심은 비정규 투쟁에 대한 지원과 엄호를 넘어서 당의 주인들, 혹은 잠재적 주인들인 비정규 노동자 문제를 당의 주요 전략 차원으로 끌어 올리고, 비정규 노동자들을 당 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정규 관련 사업이 당의 모든 사업에 일관되게 관철되야 한다. 당의 중장기적 전략과제 속에, 의정 활동의 주요 전략을 채택할 때, 핵심 슬로건이나 홍보 전략을 만들 때, 조직 전략을 세우고 지구당별 당원조직화 사업을 진행할 때 항상 비정규 노동자 문제를 주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비정규 사업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당의 체계를 변화시키고, 당이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뿌리 내리도록 하기 위한 지구당 비정규 사업을 강화하는 일도 절실하다.
민주노동당이라면 응당 비정규노동자들의 대다수를 자신의 지지층으로 해야 한다. 최소한 비정규노동자들에게 당 평균 지지율을 훨씬 상회하는 지지율을 얻어야 한다. 지금 당은 비정규노동자들로부터 몇% 지지율을 얻고 있는가. 이것을 정확하게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하기로 하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당 지지율 관련 설문에 응답자의 고용형태를 묻는 문항을 추가하기만 하면 된다.
최근 당의 생산직 노동자로부터 매우 낮은 지지를 받는다는 한 통계가 당 내외에서 얘깃거리가 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춤추는 지지율 통계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지만, 오히려 이참에 지지층에 대한 꾸준한 점검을 통해 당의 전략을 수립하고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보수 지역정당들은 지역에 기반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한다. 그 합리성 여부를 떠나 여당의 행정수도 이전 카드도 기본적으로는 지역 전략에 기반한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런 지역 전략을 혐오하는 정당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전략은 땀흘려 정직한 노동을 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밑바닥에서 고통받는 다수 대중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다. 언젠가 어떤 이가 명명한 "아래로 흐르는 물의 연대"를 위한 당의 적극적 전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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